옅은 잠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 하다가 더 이상 안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어나고야 마는 새벽 시간.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놓인 키 작은 검은색 스탠드를 먼저 켜고, 건너편 책상 위의 또 다른 흰색 스탠드를 켠 다음, 마지막으로 한 뼘 조금 넘는 하얀색 캔들 워머를 켜서 조명을 밝힌다.
Rain forest.. <비 내리는 숲 속의 향>이라고 내가 이름 붙여준 캔들 향이 조금씩 방안에 퍼져 나간다.
그리고 스피커를 연결한다.
첫 선곡은 언제나 그렇듯이 Frank Levy의 nocturne 피아노곡..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망각돼도 그 감정은 남아있다는 걸 증명하듯이, 제일 좋아하는 곡이 잊어버려야 하는 감정의 끄트머리를 또다시 잡아 끌어낸다. 그래도 예전의 후벼 파는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묵직한 덩어리만 느껴지니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플레이리스트에서 삭제하면 감정도 따라서 삭제될 걸 확신하면서도, 매일 반복해서 확인하고 복기하고 있는 어리석은 나..
그래서 나의 바닥 감정은 어둡고 축축한 슬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