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머물렀던 Whitsunday 지역은 정말로 아름다운 동네였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들이 빽빽히 들어선 시드니나 브리즈번의 정신없는 도심분위기와는 달리 이곳은 따뜻하고 시원한 바닷 바람이 나와 같이 낯선 이방인에게도 고향같이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또한 이곳 Airlie 는 한적한 시골마을 같은 느낌과 동시에 관광지 답게 리조트와 호텔, 레스토랑들이 띄엄띄엄 보였고 시내 한가운데는 모든 동네 주민, 관광객 모두에게 무료로 이용가능한 도심속 Lagoon (도심 물놀이장)은 언제나 도심 나들이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 Airlie 도심의 해안가 모습 >
Whitsunday 제도에 흩어져 있는 섬과 육지를 연결해주는 교통편은 배가 유일하여 섬에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배를 타는 것이 일상이었다. 나 역시 이 곳에서 지내는 동안 배 타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습하지 않은 바닷 바람을 가르며 수 많은 섬사이를 지나 육지를 향할때 배를 타는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Airlie 도심으로 향하는 선착장은 두 곳이 있는데 한곳이 Abel Point Marina 선착장이며 다른 한곳은 Shut harbour 선착장이다. Shut Harbour는 큰 배들이 주로 들어오는데 대형 Fantasy 선이나 해밀턴 아일랜드에서 오가는 바지선들이 오갔다.
< Airlie 시내에서 가까운 Abel Point Marina & Shut Harbour 선착장 모습 >
< 섬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감상했던 파란 하늘과 바다사이 평화로운 섬마을 모습 >
도심생활과 달리 이 곳에서의 생활 중 가장 불편한 것이 있다면 이동수단이었다. 선착장에서 시내까지는 그나마 도보이동이 가능했지만 생필품이나 식품등 장을보고 돌아오는 날에는 동료들의 차를 얻어타거나 택시를 타야하는 큰 불편함을 견뎌야 했다. 어느날 나는 중고차를 구매해야 겠다는 큰 결심을 하게되었고 중고차 구매를 위해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중고차 시장에서 호주형 6세대 흰색 Falcon 승용차를 3500AUD에 최종적으로 구매했다. 당시 이 차를 구매할때 내가 중점적으로 본것은 자동차 정기검사를 했다는 의미인 RWC(Road Worthy Certificate)의 유효기간과 등록차량(Registered Car)여부이다. 이 두가지를 고려해 현지 친구의 도움으로 바가지를 쓰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에 차량을 구매했다. 이때 구매한 팰코니(닉네임)는 내가 호주에서 머무는 동안 주 이동수단이 되어주었다.
워홀러들은 누구나 다 오고싶어하는 리조트지만 근무조건도 리조트마다 천차만별이다. 이곳 Daydream 리조트에서 나는 Full-time 조건으로 Kitchen Steward 포지션에 시간당 약 14.5AUD 받는 조건에 근로계약을 했다. 숙소는 섬에 위치한 Staff Village 에서 2인 1실로 주당 80AUD, 식사는 직원 식당에서 1끼당 3AUD로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생각했다. 또한 나는 지금 생각해보니 총 4번의 리조트를 경험하면서 1군데를 제외한 나머지 곳들은 모두 매니저들이 좋았고 배려도 많이 해주었다.
주당 약 40~50시간의 근무로 600~700AUD를 벌 수 있었지만 계획에는 없던 차량을 구매하게 되어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해주었던 매니저 Curk는 Extra job으로 나에게 Buggy Driver 자리를 알려주었다. 인사팀 게시판에 Buggy Driver 희망 날짜를 적어놓으면 기사가 필요할 시 인사팀에서 연락을 주는 형태로 추가일을 할 수 있었는데 이 일은 꿀잡이었다. 체크인을 완료한 손님들을 로비에서 숙소동으로 태워주고 반대로 체크아웃 하는 손님들을 숙소동에서 로비로 태워주는 일로 키친일보다는 노동강도는 약하지만 시급은 동일하여 워홀러들에게는 인기가 많은 Job 이었다.
<급여통지서인 Payslip을 받아 들고 있는 나의 모습 >
어느날 나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리조트에서 보내는 것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날씨로 유명한 퀸즐랜드주 대표관광지인 이곳에서 섬생활만 하다 워홀을 끝나면 후회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Airlie에서 출발하여 Bowen과 Ayr 도시를 거쳐 Townsvill 도시까지 편도 거리인 약 280km 여정의 여행을 떠났다. 호주에서는 운전석이 한국과 반대 방향인 점만 빼고는 운전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으며 오히려 도로가 복잡하지 않고 고속도로가 단순하여 근교로 운전하기 전혀 무리가 없었다.
Airlie에서 출발하여 Shut Harbour 59번 지방도를 지나 호주의 대표교속도로인 A1 도로를 달렸다. A1도로를 미친듯이 달리면 케언즈까지 도달할 수 있지만 나는 일정을 고려하여 Townsvill까지만 다녀오는 계획으로 무작정 출발했다. A1 고속도로를 올라타자 도로 주변에는나무와 드넓은 평야만 한참 나타났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워홀러들에게 토마토 농장으로 유명한 Bowen에 도착했다. 아마 나도 리조트 취업에 실패했다면 농장을 옮겨다니며 이동생활을 했을 것이고 이 곳 또한 지나쳤을 곳이기도 했다.
< Airlie와 Townsvill 까지 펼쳐져있는 A1 고속도로 >
< 토마토 농장으로 유명한 Bowen과 Ayr 도심 모습 >
Bowen과 Ayr를 거쳐 도착한 Townsvill은 호주에서 13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는 약 18만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가 느낀 도심분위기는 조용한 지방 소도시 분위기였다. 도심 중앙에는 '캐슬 힐'이라는 커다란 바위산이 이 도시의 하이라이트로 다가왔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계획대로 이 곳에서 하룻밤을 보낸뒤 다음날 시내 곳곳을 돌아보았다. 이 도심의 중심거라라 할 수 있는 Flinders Street에서 마침 주말 Market이 열리고 있어 구경할 것도 많았고 지역 주민들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근처 해변가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수많은 마라토너들과 방송국 촬영진들, 그리고 헬기가 해변가 주변을 날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이 도심을 대표하는 유명한 마라톤 임에 분명했다. 나도 이 곳에서 일을 했다면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눈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여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 캐슬 힐과 시내 해변가 모습 >
< 타운스빌 시내 모습과 플린더스 거리 >
< 타운스빌 마라톤 모습 >
호주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미세먼지 걱정도 없을 뿐만 아니라 연중 따뜻하고 시원한 날씨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전세계 관광객, 유학생, 워홀러들에게 최고의 사랑을 받는 국가이다. 나는 약 8개월 간 호주에서 지내며 처음으로 호주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서 느낄 수 없었던 평온함, 자유로움을 느끼며 호주에서 정착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워홀 2년차가 끝나갈 무렵에는 시드니에서 IELTS 공부를 시작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