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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기세상 Apr 10. 2024

워홀의 꽃, 리조트 입성

하루가 꿈같은 곳, Daydream Island


Congratulations! You are now a Daydream Island Team Member



이메일에서 반가운 제목의 메일을 보는 순간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호주 비행기에 오르던 순간부터 리조트 취업 문턱을 꼭 넘겠다는 각오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연수기간 중에는 생활비가 부족하여 공부를 그만두고 공장이나 농장으로 떠나는 친구들도 적지 않았으나 나는 동요하지 않고 오직 리조트 취업에만 집중했다. 수료하기 2주 전부터는 20~30군데의 리조트, 호텔에 Resume와 Cover Letter, 그리고 여기서 받은 Reference Letter를 보냈다. 그리고 홈페이지의 Contact Point를 찾아서 직접 HR에 전화를 하여 내가 지원한 포지션과 일을 잘할 수 있으니 해당 포지션이 나오면 꼭 나에게 연락을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열흘 가까이 깜깜무소식으로 나를 지치게 만들어갈 즈음에 Daydream Island Resort에서 1차로 전화인터뷰 제의가 들어왔다. 그리고 약속한 날짜에 약 30분간의 전화인터뷰를 끝내고 받은 최종 합격 메일이었다. 메일에는 입사공지사항, 서명하여 제출해야 할 여러 장의 법적 서류들이 함께 회신되었다. 정말 내가 호주의 근무여건이 좋은 리조트에 일을 하게 되다니... 나는 그렇게 어학연수 3개월 코스를 수료하자마자 퀸즐랜드 주에 있는 Whitsunday 제도에 위치한 Hamilton Airport 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퀸즐랜드 중에 있는 Whitsunday 제도는 Great Barrier reef로 유명한 곳인데 북동부 해안을 따라 대규모 산호초들이 분포되어 있고 수심이 얕아서 하늘에서 보면 정말 아름답다. 그래서 많은 여행객들이 헬기나 경비행기로 투어를 하기도 하고 스쿠버다이빙으로 산호지역을 즐기기도 하는 호주 최고의 해양관광지역이다. 또한 해당 지역은 Hamilton Island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에 Daydream Island라는 곳이 있었으며 나는 이후 Hamilton Island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이등병이 더블백을 메고 자대에 배치받을 때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심장 두근거리는 마음만큼이나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데이드림 리조트 선착장에 도착했다. 손님들의 무리 속에서 내리자마자 선착장 입구에서 기타와 각종 악기로 필리핀 출신의 직원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DAYDREAM ISLAND 이름만큼이나 이 섬의 첫인상은 하루가 매일 꿈같이 행복한 지상의 낙원으로 다가왔다.


< 데이드림 아일랜드 선착장에서 손님을 반겨주는 밴드팀 >



나는 신규입사 직원을 안내해 주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사무실로 따라갔다. 행정실 같은 곳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백인의 금발 여자 직원이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름은 Abbie Perason이며 리조트의 가족이 된 것을 다시 한번 환영해 주었다. 그리고 입사 관련 각종 서류작성을 하고 직원숙소 키를 건네주며 직원숙소에서 지내며 지켜야 될 간단한 사항들도 잊지 않고 잘 설명해 주었다. 나의 영어가 서툰 것을 눈치챘는지 Abbie는 눈치껏 천천히 또박또박 설명해 주었고 나는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Kitchen Steward 포지션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어학원에서 준비할 당시 리조트 급여와 복지가 좋은 만큼 잡을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다고 해서 나는 처음부터 이 포지션으로 준비를 했다. 아무래도 키친에서 설거지를 하고 셰프를 보조하는 업무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포지션에 비해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경쟁률도 낮았다. 이곳은 Waterfall, Mermaid, Fishball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 3군데 있는데 나의 업무는 요일에 따라 매일 다른 곳의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물론 각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셰프, 웨이터, 매니저들도 매일 달라져서 근무를 시작하고 한동안은 매일 바뀌는 직원들과 익숙해지느라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 선착장에서 직원숙소까지 가는 길 모습 >



직원숙소는 버기카를 타고 5분 정도 가면니섬의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숙소까지 가는 길이 아름다움 그 자체, 힐링이 저절로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곳은 선선한 바닷바람과 푸른 바닷가, 야자수 나무들의 풍경이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잊게 해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체력소모가 높은 업무를 시작하게 되면서 점점 이런 낭만도 잃어만 갔다. 레스토랑 키친 업무로 첫달은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직원숙소는 손님 숙소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셰어하우스로 지출되는 비용에 비하면 정말 저렴했기 때문에 거주비용 부담은 줄일 수 있었다. 숙소 앞 넓은 잔디밭과 숙소 앞에 있는 Fishing Point는 내가 낚시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준 곳이기도 하다. 그 밖에 체육관과 테니스장, 직원 수영장 등 편의시설이 나름 잘 갖추어져 있어 섬에서 생활하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 Staff Villege에서 지내는 가장 강점은 여러 나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온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외국 친구들은 퇴근 후 병맥을 들고 수영장에서 즐기거나 낚시를 즐겼는데 나도 언젠가부터 함께 하기 시작하면서 섬생활에서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 섬의 남쪽에 위치한 직원숙소와 수영장 모습 >



휴일이 되면 나는 여러 친구들과 함께 Airlie Beach가 있는 육지로 가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었다. 기본적인 생활용품도 구매하고 시내구경도 할 겸 일주일에 한 번은 육지로 나갔는데 교통수단은 오직 쾌속선이었다. 이곳 섬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은 쾌속선을 대중교통으로 이용했는데 직원은 10번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AU$27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페리로 육지까지는 30분 내외로 소요되었는데 나는 바닷바람을 쐬며 Whitsunday 제도 내에 있는 여러 섬을 구경할 수 있는 페리탑승 시간이 언제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Airlie 시내는 브리즈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시골동네 수준의 시내였지만 섬에서 지내다 보면 이런 시내도 나에게는 큰 도심처럼 느껴졌다. 이곳은 Air Beach가 유명해서 Beach 중심으로 시내가 형성되고 리조트, 호텔, 레스토랑들이 즐비해 있는 관광지이다. 나는 이곳의 미니 수영장이라 할 수 있는 Airbeach Lagoon을 무척 좋아했다. 정말 넓지만 수심은 그리 깊지 않아 많은 관광객과 동네 주민들이 어린 자녀들과 자주 찾곤 했는데 나 또한 이곳에서 맥주 한잔을 하며 호주 햇살을 즐겼던 기억에 잠시 행복한 추억을 떠올려보았다.




< 섬에서 육지로 오가는 Fantasy Ferry 와 직원용 10 trip 티켓 >
< Airlie 시내 모습, 그리고 시내에 위치한 Airlie beach Lagoon >



아무리 섬이 아름답고 리조트 근무환경이 좋아도 일이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목표했던 돈도 벌고 영어 실력도 늘리고 호주를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삶의 Balance를 잘 맞추어야 했다. 돈은 최대한 필요한 것 외엔 지출을 줄이되 휴일 시내를 나가지 않는 날에는 방에서 늘어지기보다는 숙소에 남아 여가를 즐기는 외국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했다. 직원 중 일부는 숙소에 남아 수영을 즐기거나 운동, 낚시를 즐기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나는 그중 Manager Danniel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Danniel은 우선 뉴질랜드 출신으로 영어도 서툰 나에게 참 잘해주었다. 그리고 낚시를 가르쳐 주었고 장비까지 빌려주는 친절함에 나는 그와 종종 밤낚시를 즐겼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대화를 하기 위해 낚시용어들을 암기해서 대화에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시작은 더 많은 대화로 이어졌다. 우리의 밤낚시는 언제나 오징어나 돔류가 주였으며 낚시의 끝은 잡은 생선과 오징어를 요리하여 VB맥주로 마무리를 했다.



섬생활의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외국 친구들과 밤낮으로 얼굴을 보며 지낼 수 있기 때문에 친해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영어실력도 늘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을 가리고 영어실력 때문에 외국 친구들을 피하는 한국인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친해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 물론 끝까지 은둔 생활을 하며 자기 생활만 하는 한국인이나 아시아인도 소수 있었지만 나는 호주에서 일을 하며 체류할 수 있는 이 순간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려고 노력했다.





1년에 한 번 모든 리조트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Custume Party인 'Under the Sea' 파티가 열렸다. 바다와 관련된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여 즐기는 파티인데 이날만큼은 모든 직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음악에 맞춰 즐기는 분위기였다. 파티가 열리기 일주일 전부터 외국 친구들은 어떤 분장을 할지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분장 용품을 시내에서 구매해 와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리조트 직원들 중 한국인과 아시아인도 꽤 있었지만 생각보다 이런 파티에 적극 참여하는 친구들은 많이 없었다. 심지어 나의 추천으로 이 섬에 와서 일하게 된 친구마저 파티 참여는 소극적이었기에 난 이 파티를 몇 안 되는 한국 친구들과 참석했다. 의상과 분장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데이드림의 잊지 못할 멋진 기억의 한 페이지로 남길 수 있었다.



< 리조트의 꽃, Under the Sea 파티에서 찍은 단체사진 >



3개월 간의 Daydream 리조트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셰프의 추천으로 나는 Whitsunday 제도 내에 있는 Hamilton Island의 호텔로 잡을 옮길 기회가 찾아왔다. 나는 제한된 비자기간 내에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기에 흔쾌히 이직을 결정하였다. 해밀턴 섬은 데이드림 섬보다는 규모가 훨씬 컸으며 Jetstar의 에어버스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 가능한 공항까지 있어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Whitsunday 제도의 가장 유명한 섬이었다. 해밀턴에서 잡오퍼가 들어온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축복이고 행운이었기에 모두들 축하인사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데이드림에서 좋은 인연을 만들고 소중한 경험을 간직한 채 해밀턴 아일랜드로 떠났다. 


< 리조트를 떠날때 함께 해준 리조트 직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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