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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기세상 Apr 03. 2024

고향같은 브리즈번에서의 3개월

리조트로 떠날 준비를 마치다.



너무나도 낯선 호주 브리즈번에서 2년간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한국을 떠나올 때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으로 왔지만 지내다 보니 점점 호주살이를 잘 살아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내 인생에서 이런 기회는 또다시 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이 끝나는 시점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볼 때 호주에서 지냈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행복한 마음이 들정도로...



기숙사 창문에서 바라보는 브리즈번 강너머 햇살과 평온함은 내가 치열하게 살아온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느낌을 주었으며 어색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학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던 덕분인지 서로가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중국, 대만, 인도, 태국, 일본 등 동남아 출신부터 브라질, 멕시코등 남미 출신 학생들과 캠브리지 수업을 듣는 유럽 출신의 학생들까지 정말 출신들이 다양했다. 영어 수준도 비슷하고 나이대도 비슷하여 서로 다가가기가 쉬웠으며 한국의 문화와 음식,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더듬더듬 말하는 모습에서 친구들은 나에게 순진함과 진실함을 느끼며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 College 기숙사 방에서 바라본 아침 햇살과 브리즈번 강>


호주에서 생활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핸드폰 준비, 현지 은행 계좌 만들기, TFN(Tax File Number) 만들기는 최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했고, 마트에서 장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시내 도서관 이용 등 현지 적응을 하기 위한 시간들이 필요했다.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던 시절 미군들을 친구 삼아 어울렸던 덕분인지 영어에 대한 부담이 크게 없었고 기본적인 생활영어 수준으로 웬만한 것들은 혼자서 처리할 수 있었다.



참고로 호주에서 합법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TFN이 반드시 필요하며 일자리를 구할 때 고용주가 세금신고를 위해 반드시 요구하는 것으로 나는 현지 도착 후 ATO(Australian Taxation Office)에서 신청하여 받을 수 있었다. 또한 호주 은행은 ANZ, COMMONWEALTH BANK, Westpac Bank, National Australia Bank 등이 있는데 나는 파란색의 시원함이 느껴지는 ANZ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었다.



< 당시 호주 이민성에서 받은 비자승인 내역과 ANZ 은행 계좌 >


지금 생각해보면 브리즈번에서 쉽게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혼자가 아닌 친구에게 기댈 수 있었던 것과 현지 유학원의 도움도 있었으나 그 무엇보다 성공적으로 후회 없이 호주 생활을 하고 가겠다는 나의 마음가짐과 자신감이 컸던 것 같다. 또한 울타리 같은 기숙사내에서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함께 외출을 한덕분에 소속감도 들고 괜히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다양한 국가에서 학생비자 또는 워킹홀리데이비자로 어학연수를 왔는데 그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친구들이 몇 명 있다. 남미 친구들은 흥이 많고 놀기를 좋아했다. 그중에 나랑 친했던 Sebastian과 Edwin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영어도 잘 못하고 그리 잘 놀지도 못한 나를 정말 잘 챙겨주었다. 어느 날 Edwin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Hey sam, we are going to club tonight! you wanna join us?


남미 친구들의 무리에 한국인은 나 혼자 섞여 함께 가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내가 호주를 떠나올 때 최대한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고 한국에서 해보지 못하는 경험을 해보고 돌아오자는 다짐을 떠올렸다. 분명 지금 안 따라가면 나중에 후회할 것만 같았다. 결국 남미 친구들과 함께한 클럽 나들이는 대만족이었다. 어색했던 분위기도 술 한잔과 댄스로 모두가 하나가 되었으며 다음날 캠퍼스에서 마주칠 때 이전보다 더 반갑게 인사해 주었다.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남미 친구들은 나의 인스타 친구로 안부인사를 하며 지내고 있다.

 



 

기숙사의 Security 직원이었던 Rex는 동양문화와 언어에 관심이 많았다. 1층 로비 소파에서 가끔 시간을 보낼 때면 어김없이 나에게 다가와 안부를 묻고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친해졌다. 그는 한국 태권도 사범님 밑에서 태권도를 배웠고 한국 음식도 아는 게 많았다. 어학연수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Rex와 형동생사이로 지내기로 하며 나는 그를 Australian Brother, 그는 나를 Korean Brother이라고 불렀다. Rex형 덕분에 휴일 근교의 파인애플 농장 여행을 다녀온 경험은 정말 아직도 잊지 못할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아있다.



매일 기숙사와 강의실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던 나는 평소 브리즈번을 벗어나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Rex 형 덕분에 다소 따분했던 어학연수 생활에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아래 끝도 없이 펼쳐진 도로를 한참 달려 도착한 곳, Sunshine Plantation이라는 파인애플 농장에서 처음으로 수확되기 전의 파인애플을 만져봤다. 끝도 없이 펼쳐진 농장은 그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한국 워홀러들은 돈이 되는 농장을 많이 찾아 떠난다고 하는데 이런 곳에서 일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브리즈번 근교 Sunshine Plantation 농장 >






나는 이곳 브리즈번 샵스톤 컬리지에서 3개월 동안 언어, 문화, 날씨 등 호주라는 곳에 적응을 하며 동시에 취업 준비를 했다. 공부할 때는 어떤 일이 있어도 공부만 했고, 외국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있을 때는 주저하지 않았다. 또한 리조트 취업을 손쉽게 하기 위해서는 추천장(Reference Letter)이 있으면 유리하다는 얘기를 듣고 어학원 행정실에서 한 달 동안 무급으로 근무를 하며 어학원 관계자들의 신임을 얻었다. 물론 주요 업무는 한국인 유학생들의 입학 및 생활 지원을 위한 보조업무였지만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나의 영어실력은 General Engilish 중급반에서 시작하여 12주 차가 끝날 때는 IELTS 중급반에서 수료를 하였다. 정말 3개월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지나갔지만 나는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했다. 어학원 수료 2주 전부터는 호주 전역에 있는 리조트, 호텔에 나의 Resume와 Cover letter를 이메일로 보냈다. 얼핏 기억에 약 50군데 정도는 보냈던 것 같고 당시 이메일 마지막 문구에 꼭 당신들과 함께 일하고 싶으니 나에게 전화 인터뷰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나의 이런 노력에 하늘이 보답이라도 하듯 어학원에서 수료하기 며칠 전 나는 Whitsunday 지역의 조그만 섬인 Daydream Island Resort 에 합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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