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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걷달 Aug 03. 2024

오늘 나의 밤은, ‘단막극’

건달사진일기-2024


갑자기 해장국이 당길 때가 있다


어제 그리고 오늘, 술을 마시지는 않았다.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났다. 그런 날이 있지. 계획하지 않고 불현듯 떠 오른 그것을 하고 싶은 날. 오늘은 해장국이다


집 근처 ‘양평신내서울해장국’도 좋아하고, 종로의 ‘24시간 양평해장국’도 좋아한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청아하고 맑은 선지해장국이 먹고 싶어, 일부로 광화문 ‘청진옥’까지 갔다



여기는 알까? 내가 브런치에 식당 이름까지 쳐가며 해장국을 먹으러 온 것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죽지 않고 잘 사는 것은 내 능력 때문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응원하는 그 누군가의 기도 때문이라고.


여기 청진옥도 마찬가지다. 장사가 잘된다면 그들은 원하지도 않았는데, 나처럼 글까지 써 주는 사람이 있어서일 게다.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라고, 인사도 못하고 나왔다. 아줌마들이 제 할 일로 정신이 없으시다. 나오면서 힐끗 보니 청진옥 입구에 덕지덕지 많은 것들을 붙여놨다. 어라? 서울대 동문? 스펙 좋은 식당이었구먼.



밤하늘, 좋은데?

드디어, 긴 장마가 끝나가나 보다. 여전히 비 한 바가지 쏟아낼 기세로 구름은 낮았지만, 하늘이 나쁘지 않다. 잘만 하면 비 없이 집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해장국으로 든든하니 발걸음도 가볍다.


광화문과 서울역사박물관을 지난다. 흐릿한 조명에 풀대도 예쁘고, 그 아래 하루종일 쌓인 먼지도 깨끗이 목욕을 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어스름한 골목 커피집 하나가 서서히 불을 끄고 휴식을 취한다. 모든 세상이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아빠? 어디야?

한참을 걸어가는데,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걸어가서 한참 걸린다고 했더니 배가 고프덴다. 빨리 들어오라는 거지. 몇 킬로 걷지도 못했는데 아이의 요청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래, 아빠 중간에 버스 타고 들어갈게.



오늘 생각하는 밤은
그렇게 짧은 단막극이 되나 보다
End


<Mapogundal’s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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