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정형외과 이야기
경미한 까치발을 포함하면 생각보다 까치발을 걷는 친구들이 많다. 시기에 따라서 정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까치발도 있고 치료가 필요한 까치발도 있다. 눈에 띄게 까치발을 걷는 친구들은 조기에 발견되어 병원을 내원하게 되는데, 그 정도가 경미한 친구들은 병원 방문이 늦게 된다.
까치발의 증상으로는 까치발 이외에도 쪼그려 앉지를 잘 못하거나, 발목을 자주 삔다거나, 집에서 맨발로 걸을 때 쿵쿵 소리를 내면서 걷는 경우가 있다. 외래에서 아이가 집에서 맨발로 걸을 때 좀 쿵쿵하면서 걷지 않는지 여쭤보면 어머님들이 놀라 하시면서 (이럴 때마다 급 명의가 된 기분을 잠깐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아이가 쿵쿵 걸을 때마다 혼내고 짜증 냈다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열이면 열, 아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님을 알게 되신 후 화낸 것을 미안해하시는데, 성인의 시선이 아이의 발에 닿기에는 너무 멀기에 부모가 자책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보행은 12-15개월 사이에 시작하게 되는데, 보행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상 보행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이가 발화를 하고, 실제로 정확한 발음으로 문장을 구사하는 데까지의 갭이 있듯이, 아이들도 보행을 시작하고 난 뒤, 실제로 성인과 유사한 보행을 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 24개월까지 아이들이 걸을 때 까치발을 하는 것은 보행을 배우는 과정의 일환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이렇게도 걸어보고 저렇게도 걸어보면서 걷는 방법을 익히는 시기이다. 24개월이 지나면 걸을 때 발 전체를 땅에 닿게 걸어야 하며 만 3세가 지나서는 발 뒤꿈치부터 땅에 닿고, 발을 땅에서 뗄 떼는 발 앞쪽부터 떨어지는, heel-toe 패턴의 보행이 완성되어야 한다.
까치발 보행은 결국 발 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고 보행하는 상태로, 위의 그림에서 heel strike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까치발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가장 흔하게는 특발성으로 까치발 보행을 하는 것이다. 습관성 까치발이라고도 불리며, 특별한 이유 없이 아이들이 까치발로 걷는 것이다. 습관성, 혹은 특발성으로 불리려면 의사의 검진을 받고, 다른 모든 원인들이 배제되어야 한다. 이런 특발성 까치발은 건강하고,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아이들의 양발에 나타나며, 맨발로 걸었을 때 까치발을 하는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자폐성향이 있는 아이들이 까치발을 더 한다는 보고는 있으나, 이는 까치발을 함이 자폐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마도 자폐 성향이 있는 아이들 중에 감각이 예민한 친구들이 많고, 그러한 감각의 예민함이 까치발 보행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미취학 아동에서, 아킬레스 힘줄이 짧지 않은 특발성/습관성 까치발의 경우에는 경과 관찰이 가능하다.
치료가 필요한 까치발을 이해하려면 우선 종아리와 아킬레스 힘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종아리의 근육은 gastrocnemius와 solues 두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근육이 만나서 "아킬레스 힘줄 (Achilles Tendon)"을 이루게 된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그 아킬레스가 맞다. 신화 속의 아킬레스의 약점이었던 발 뒤꿈치 부위에서 관찰되는 힘줄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까치발을 하는 아이들 중의 일부는 이 근육과 힘줄이 짧거나, 자라면서 점점 짧아져서 발 뒤꿈치가 땅에 닿는 것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아킬레스 힘줄이 짧아지는 원인은 대부분의 경우는 역시 특발성이다. (특발성 = idopathic, 발병 원인을 모를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 다만 매우 소수의 경우에 있어서, 뇌성마비, 근육 문제, 척추 신경의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있음으로 까치발이 있다면 꼭 소아정형외과 전문의를 진료를 보는 것을 권한다.
한 번은 할머니와 온 아이를 진료 보는데, 까치발의 패턴이 일반적인 특발성이 아니었다. 근육 조직 검사를 시행하고 소아 신경과 협진 예정임을 설명드렸더니 할머니께서 조심스럽게 아이의 형이 근병증이 있어 치료받는 중이라고 하였다. 자기는 병원을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아이 부모가 둘째가 병원 가는 걸 극구 반대해서 일단 몰래 데리고 와봤다고 하셨는데, 마음이 아팠다. 병원에 가고 싶지 않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손자가 걱정되는 할머니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단순히 아킬레스 힘줄이 짧아서 까치발을 경우의 치료는 물리치료, 캐스트, 보조기 등으로 보존적인 치료를 시도해 보다가 아킬레스건 연장술을 시행할 수 있다. 뼈가 성장하는 속도만큼 힘줄과 근육이 자라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어 까치발 보행이 점점 악화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현재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나 성장하면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정기적인 추시관찰을 요한다.
수술 자체는 길어야 1시간 남짓 소요되는 수술로 아킬레스 힘줄의 길이를 연장시켜 준다. 다만 힘줄의 길이가 연장되면 힘줄이 낼 수 있는 힘이 약간 줄어다는 관계로 힘줄이 짧은 모든 아이들이 수술하는 것은 아니며, 아이의 보행 패턴과 힘줄이 짧은 정도 등을 확인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