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에도 헬스장을 다닐까 생각했지만 방학이라 애들 데리고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빠지는 날이 많을 것 같아 미뤄둔 상태였다. 2학기가 시작되면 당분간은 정신없이 바쁠 테지만 원래 바쁠 때 일을 더해서 몰아치는 것이 나의 스타일이다. 그리하여 8월 15일 광복절에 헬스장을 다시 찾았다.
참 오랜만이었다.
2021년, 코로나가 대유행이던 시절 남편이 일을 쉬게 되었다. 위기가 기회라 생각하고 집안일과 육아를 전적으로 남편에게 맡겼다.
"남자들도 육아휴직 쓰는 시대인데, 그냥 육아휴직 했다고 생각해!"
그동안 남편의 퇴근이 늦었기 때문에 퇴근 후 독박육아에 적잖이 지쳐있을 무렵이었다. 저녁 없는 삶이 오랫동안 이어졌고 회식이 있는 날도 아이 둘을 혹처럼 달고 나가야 했다.
남편에게 육아를 맡기고 제일 먼저 한 일은 헬스장에 등록하는 거였다. 그리고는 퇴근하고 집이 아닌 헬스장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pt도 받았다. 그동안 가격 때문에 엄두도 못 냈는데 남편도 실직한 상황에서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거금을 투척했다.
그때 매일 두 시간씩 운동하고 식단까지 하면서 살이 10kg 정도 빠졌고 내친김에 6개월 후 바디프로필까지 찍었다. 지금은 전생같이 아득하기만 하다.
그때부터 꾸준히 해왔다면 아마 지금쯤......
아무튼.
헬스를 다시 시작했다.
시간은 퇴근하고 둘째를 피아노 학원에 보내고 그 사이!!!
퇴근하고 지쳐서 구겨진 종이처럼 집에 들어오곤 했는데 헬스를 시작하고는 다시 힘이 솟는다!
일단, 너무 재밌고, 트레이너선생님의 우쭈쭈 칭찬 릴레이에 어깨가 마구 솟는다.
"어머! 회원님~ 욕심난다!! 에이스네!!"
트레이너선생님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짜내는 중이다. 덕분에 어젠 너무 무리를 했는지 팔에 알이 단단히 뱄다.
요즘 아들도 운동에 꽂혀서 매일 맨몸 운동을 엄청 하는데 엄마가 헬스장에 다닌다고 하니 너무 부러워한다. 구경시켜 줄 겸 한 번 데리고 갔더니 눈이 돌아간다.
고등학생되면 보내주겠다 달랬더니 그동안 집에서 할 수 있게 운동기구를 사달라 한다.
남편은 문틀에 풀업바를 달아주고 밴드와 아령, 푸시업바도 사다 줬다. 이러다 홈짐이 될 기세이다. 덩달아 막내도 오빠를 따라 운동을 하겠다 한다.
"우리 가족 다 운동하는데 아빠만 안 하네?!"
"우리 집에선 아빠가 젤 뚱뚱하잖아!!"
아들과 딸의 말에 남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밤 9시에 아들이랑 나가서 열심히 뛰고 옷이 흠뻑 젖어 들어왔다.
"밖에 비 와??"
"아니, 땀인데?!"
오늘은 아들이 푸시업 대결을 하자길래 엄마는 팔이 아파 움직일 수도 없다 했더니 그럼 스쿼트를 하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