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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승 Oct 28. 2023

책육아, 다짐은 했는데  막상 길이 안 보인다면

김세실 <그림책 페어런팅>, 책육아 길잡이의 완전판

책육아 관련 도서들이 우수수수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드디어 이론과 실제가 완벽한 조화와 균형을 이룬 길잡이 책을 찾은 듯하다.

그저 내 아이에게 열심히 책 읽히며 키웠더니 영재가 되었어요 또는 입시 성공했어요 하는 종류의 책이 아니다. 물론 그런 종류의 책들도 시행착오가 녹아든 솔직한 경험담이나 사례를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 쉽고 기질이 다른 아이들, 다양한 문화의 가정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만한 내용을 선별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피로감을 준다.


<그림책 페어런팅>은 아동임상을 전공하고 아동심리치료사로 일하며 다양한 그림책을 직접 쓰고 펼채낸 작가가 아동의 발달 단계별 특징과 성취 과제들에 대해 쉽고 정확한 언어로 풀어냈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부모가 어떤 타이밍에, 어떤 그림책으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발달을 자극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 이론과 실제의 챕터를 나누지 않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과정에서 참고해야할 꼭 필요한 이론들만 적절히 매칭하여, 책육아 도서를 읽고나서도 막상 그 내용을 살려 그림책을 읽어주기 어려워하는 부모들에게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직접 자신의 아이를 책육아로 길러낸 경험을 쏟은 글은 아니기 때문에 책을 통해 아이가 변화하는 것에 대한 격한 감동이나 강렬한 일화같은 것은 없지만, 무던하면서도 따뜻한 어조의 작가가 부모 독자들의 손을 꼭 잡고 발달이론의 세계에서 그림책의 세계를 이리 저리 산책하며 조언해주는  느낌의 책이다.


특히 이 책에는 그림책 예시가 매우 풍부한데, 다른 책육아 도서에서 흔히 목록화하여 제시하는 연령별 추천도서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림책의 특정 장면을 그대로 책 속에 인용하여 그림과 텍스트가 어떤 의도로 구성돼 있는지 ,아이들은 발달 단계별로 그 그림책을 어떻게 접근하곤 하는지, 부모들이 읽어줄 때 쉽게 놓치는 부분은 무엇인지 자세히 풀이되어 있다.


또한 출간 시기가 최근이어서 그럴 수 있지만 예시에 들어간 그림책들이 그림책에 관심이 좀 있다는 엄마들은 한번쯤 들어보지 않았을리 없고 이미 집에 꽤 가지고 있을 만한 책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친숙하고 트렌디하다. 그래서 이미 아이에게 읽어주고 있던 그림책을 전혀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거나, 못 보고 지나간 부분을 다시 펼쳐서 찾아보는 신기한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림책을 단순히 추천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 아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접근하는 것이 좋은지 발달 이론에 근거하여 상세하고 쉽게 설명한다.



일전에 리뷰를 남긴 <난생처음 북클럽>의 경우 추천 그림책들이 나열식인데다가 출간된지 오래된 외국책들도 많아서 아직 국내 번역본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무조건 국내에 잘 알려진 최신 그림책이 훌륭한 그림책인 것은 아니나 문화 차이가 심하거나 구하기 힘든 책들은 아무리 책육아에 열정을 가진 부모라 하더라도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김세실 작가의 다른 책이나 강연을 더 찾아보고 싶다.



아이들은 계속 성장하고 시기마다 요구도 변합니다. 그러니 부모도 아이와 함께 자라고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부모는 그 과정을 통해서 아이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자아의 영역을, 인간의 한계를 확장시키기 때문입니다. (61쪽)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실제로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되는 일은 고난과 좌절의 과정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훈련, 집중, 인내, 신념, 겸손을 사랑에 필요한 특성으로 열거했습니다. 아이와 더 건강한 애착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은 감정 이전에 꾸준한 실천으로 자라납니다. (67쪽)


일상에서 아이가 표현하는 감정, 부모가 느끼는 감정들의 이름을 알려주세요. 그림책을 읽을 때에도 등장인물이 어떤 감정을 느끼며 그게 무엇인지 명명해주시면 좋습니다. 부모에 의한 감정 코칭의 중요성을 강조한 존 가트맨은 그것을 '감정이라는 문에 손잡이를 달아주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손잡이가 있어야 언제든 열고 닫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55쪽)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결코 착하다는 굴레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이가 성공적인 발달을 이루어 도착해야 하는 지점은 착한 아이도 나쁜 아이도 아닌 바로 진정한 자기 자신입니다.(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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