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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r 12. 2019

프랑스학교의 행사, 그들만의 축제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즐기기 위한 것


프랑스학교에서는 일 년에 큰 행사가 세 번 있다.  크리스마스 행사, 봄에 하는 카니발 데이, 학년이 끝날 때 하는 yearend 행사가 있다. 다른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할로윈 데이 때 코스튬을 입고 즐기지만 프랑스 학교에서는 할로윈 보다는 카니발 데이를 더 즐긴다.



아이들이 프랑스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맞이한 행사는 카니발이었다. 듣기만 해도 생소한 카니발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경험이 없으니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게 뭐지?" 싶었다. 내가 고민하고 걱정했던 것에 비해 행사가 너무 싱겁게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말고 아이들 카니발을 보겠다고 잠시 방문했던 남편은 헛웃음을 날렸다.

다카 프렌치 스쿨에서 첫 카니발
다카 프렌치스쿨의 두번째 카니발


둘째 소은이는 중학생 언니 오빠들과 만든 과일 코스튬을 입고 중학생 언니의 손을 잡고 행진을 했고, 첫째 지안이는 반에서 만든 가면을 쓰고 친구의 손을 잡고 행진을 했다. 그 행진은 학교 놀이터를 빙 돌아 운동장으로 이어졌는데 단 10분 만에 끝나버렸다.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기대했던 우리는 10분 만에 끝나버린 행사에 적잖이 당황을 했다. 그저 사진을 몇 장 찍고는 집으로 향했다.


크리스마스 행사와 학년말 행사에는 그래도 좀 더 특별한 게 있었다. 각 학년마다 퍼포먼스를 준비해 무대에서 발표회를 했다. 프랑스 학교다운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했지만 이 역시도 우리의 기대와는 정 반대였다. 그때 알게 되었다.


이들은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카 프렌치스쿨 행사 중

무대에선 아이들은 오합지졸이었다. 음악에 맞춰 율동을 따라 하는 아이들은 몇 되지 않았다. 아이들의 얼어버린 표정에 부모들은 박수를 보내고 환호를 보냈다.

저학년 아이들만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의 공연도, 중학생의 공연도 그저 한국 유치원 발표회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그 뒤로 학교 행사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 아이들의 멋진 공연을 보는 대신 부모들을 만나 수다 떨고 준비해온 각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지난 뭄바이 프렌치 스쿨의 크리스마스 행사에서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이 다 함께 합창을 하는 것으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변변한 무대도 없어서 현관문 계단에 일렬로 서서 노래를 불렀다. 역시나 그 합창도 전혀 완벽하지 않았다.

이 학교에서는 각 학년의 발표회 대신 방과 후 프로그램의 발표회가 있었다. 댄스, 기타, 힙합 댄스 등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역시나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주 중간 방학을 하고 개학을 한 바로 그날은 카니발 데이였다. 학교 가기 싫어하던 아이들은 카니발 데이라는 것 때문에 잔뜩 고무되어 서둘러 학교에 가고 싶어 했다. 이번에는 학교에서 코스튬을 만드는 대신 각자 집에서 꾸미고 가야 했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두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가니 마녀로 분장한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을 맞아주고 있었다.

교장선생님

 여기저기 공주들이 등장했고, 마법사들도 보였다. 그중에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들이 한복과 치파오를 입고 서있었다. 그러더니 나를 보고 한마디 했다.

"안뇽하쎄요. 깜싸함미따."

그 옆에 치파오를 입고있던 여자아이는

"니하오" 라며 인사를 했다.

"you are so nice. how did you know"

"just learned"

뭄바이 프렌치스쿨 카니발데이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니 특별한 행사는 없었다고 한다. 그저 쉬는시간에 몇몇의 엄마들이 준비해온 쿠키와 머핀을 먹은 게 다였다. 아이들은 그날

 코스튬을 입고 오전 내내 수업을 했다.



한국에서는 발표회를 위해 땀이 나도록 노력을 한다. 유치원생들의 발표회도 완성도가 높아 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그 아이들도 대단하지만 아이들에게 율동을 가르치고 노래를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반면 프랑스학교에서는 그럴싸한 공연을 보기 힘들다. 오합지졸이 따로 없다. 학부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연인지, 아니면 그저 자기들끼리 즐기기 위한 공연인지 알 수가 없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조금씩 깨닫고 있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공연을 즐기고, 행사를 즐기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잘하지 못해도, 실수해도 그저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섰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여러 행사에 큰 기대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멋진 인생 사진도, 동영상도 찍지 못하겠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행사에 참여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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