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뭐예요?
3월이면 새 학기가 시작해 엄마도 아이들도 분주해진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둔 엄마의 마음은 아이가 적응을 잘할지, 친구들과는 잘 지낼지, 수업시간에는 잘 앉아 있는지 두근두근 걱정을 하며 새 학기를 보낸다. 그렇게 한 학기를 잘 적응하며 열심히 다니다가 7월에 방학을 하게 되면 학교에서는 상장을 준다.
옛날에는 개근상, 우등상 등을 주었었는데, 요즘은 어떤 상들을 주는지 모르겠다.
학교를 빠지지 않고 다니는 것이 대단하긴 하지만, 요즘은 꼭 학교를 가지 않아도 체험학습으로 출석 대체가 가능하다고 하니 정말 좋아진 것 같다.
어렸을 적에 몸이 아파도 꼭 학교에 보냈던 부모님 때문인지 나도 아이들이 많이 아프지 않은 한, 학교를 꼭 보내려고 한다.
“엄마, 나 오늘 결석하면 안 돼?”
“아프지도 않은데 웬 결석?”
“다른 친구들은 한 번씩 결석을 한단 말이야. 나도 하고 싶어.”
“다른 친구들은 많이 아픈가 보지. 결석은 안 돼.”
학비가 싸지도 않거니와 하루 수업을 빠지면 다음 수업에 따라가기가 힘들 것 같은 마음 때문에 엄마의 대답은 항상 “안돼”이다. 그래서인지 학교를 빠지지 않고 가장 잘 다니는 아이들은 우리 두 아이들이다.
프랑스학교에 다니고 있는 2년 동안 우리 아이들은 상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다른 학교 아이들은 학기가 끝나면 적응을 잘했다며 주는 상, 수학을 잘해서 주는 상, 그냥 뭐든지 다 잘해서 주는 모범상을 받아오는데 우리 두 아이들은 아무런 상도 받아보지 못했다. 어렸을 적 시골집의 한쪽 벽에 언니, 나, 동생의 상장들을 모아다가 도배를 했던 기억이 생생한 나로서는 우리 아이들이 뭔가 잘 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처음부터 프랑스학교에는 상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상장을 받으면 예쁘게 사진 찍어 sns에 올리려고 했던, 미련했던 엄마의 마음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프랑스 학교에는 상장만 없는 것이 아니라 각종 대회도 없다. 심지어 백일장 대회, 달리기 대회도 없고 체육대회도 없다. 친구들과 경쟁 구도에 놓이게 되는 모든 활동이 없다.
선의의 경쟁이라고 했던가?
유난히 경쟁 구도를 만들어 공부의 원동력으로 삼던 환경에서 자라온 나로서는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우리 두 아이들은 유난히 경쟁을 싫어한다. 집에서조차 누가 먼저 먹는지, 누가 먼저 숙제를 끝내는지, 누가 먼저 한글 문제를 푸는지에 관심조차 없고, 행여나 엄마가 경쟁을 붙이려고 하면
“엄마, 먼저 끝내고 늦게 끝내는 건 중요한 게 아니지?”라고 말한다.
가끔 걱정이 된다. 경쟁이 전혀 없는 곳에서 자란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이나 할 수 있을지.......
지난겨울에는 교회 주일학교에서 겨울캠프를 했다. 여러 한국 아이들이 네 개의 조로 나누어 예배 태도부터 여러 게임까지 경쟁을 하는 구도였다. 조별로 율동을 하고, 찬양을 하면서 잘하는 조에게 점수를 더 주는, 일반적인 캠프의 모습이었다. 모두들 자신의 조가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을 했다. 하지만 우리 두 아이는 영 아니었다. 지고 이기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친구들과 경쟁하는 것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 듯 보였다.
“엄마, 재미없어. 나 집에 가고 싶어.”
다른 아이들은 모두 즐겁게 게임을 하는데, 그 무리에 속하지 못하고 겉도는 아이들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유난히 경쟁을 부추기는 환경도 문제지만, 경쟁이 너무 없는 환경도 조금은 문제인 듯하다. 학년이 올라가면 다른 경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둘째 소은이는 지는 것을 싫어한다. 수업시간에도 지는 것을 싫어해 제일 먼저 그림을 그리고, 제일 먼저 색칠을 한다. 제일 먼저 글씨르기를 마치고 친구들이 다 끝낼 때까지 멀뚱멀뚱 기다린다. 그나마 교실에서는 경쟁의식이 조금 생기는것 같다.
첫째 지안이는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
“나랑 식스틴은 수학을 잘하고, 옥썽쓰는 영어를 잘해. 뱁티스트는 다 잘하는데 요즘 짜증이 늘었어. 그리고 이스튼은 스포츠를 진짜 잘해.”
지안이는 자기 반 친구들이 무엇을 잘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꼭 상을 주지 않아도 수업시간에 보이는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알게 되는 것 같다.
아이들이 경쟁 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걱정이 된다.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테고, 한국에서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과연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적응이야 시간이 지나면 하겠지만 그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네가 잘하는지 내가 잘하는지 경쟁하지 않은 프랑스 사람들의 나라는 어떻게 굴러갈까? 궁금해진다.
그들의 축구시합을 보면 절대 지고만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오늘도 아이들은 프랑스 문화와 한국 문화의 경계선에 서있다. 먼저 한글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장난감을 사주겠다든지, 밥을 먼저 먹는 사람에게 아이스크림을 먼저 주겠다며 경쟁을 붙인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다 해도 기다려줄게. 장난감 사러 갈 때는 둘이 같이 가자.”
“오빠 밥 얼른 먹어. 내가 기다려줄게.”
경쟁을 아무리 부추겨도 도통 통하질 않는다.
이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교육을 시켜야 할지 엄마는 오늘도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