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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Feb 25. 2019

프랑스 학교의 방학, 어떻게 보내야 할까?

또 방학이야?


방학을 했다. 다른 학교는 여전히 학교를 다니는데, 프랑스 학교만 방학을 했다. 이번 방학은 Ferbruary vacation이다. 문제는 두 달 후에 또 방학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학교는 방학이 많다. 가장 긴 방학은 여름방학이다. 약 2달간의 여름 방학을 보내고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새 학기에 한참 적응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낸 아이들은 10월 말 즈음에 중간 방학을 맞이한다. 그리고 12월에는 크리스마스 방학이 있다. 그리고 2월 방학, 4월의 부활절 방학이 또 있다.


거의 2달마다 맞이하게 되는 방학이 반갑지 않다. 갈 곳이 없는 이곳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집에 있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프랑스 사람들은 이 방학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모두 여행을 떠난다. 자기들의 나라로, 이웃 나라로, 아시아로,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 인도 내의 여러 여행지로 떠나기도 한다. 그들은 여행을 다니기 위해 사는 사람들처럼 방학만 하면 여행을 간다. 정말 신기한 것은 그 여행에 꼭 아빠가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 아빠들도 역시나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아이들 방학 때마다 함께 가족여행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는 방학을 하면 집을 지킨다. 두 아이와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면 이상하게 스트레스가 쌓인다.

“엄마, 심심해. 놀아줘.”

“엄마, 유튜브 봐도 돼?”

“엄마, 오빠가 때렸어.”

“엄마 배고파”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엄마를 불러대는 아이들에게 매번 온화한 얼굴로 대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하루 종일 먹을거리를 찾는 두 아이에게 음식을 만들고  치우고, 또 만들고 치우는 일은 모든 에너지가 바닥나게 만든다.


난 혼자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갖으며 에너지를 보충한다. 아이들이 집에 함께 있을 때는 그 에너지를 보충하기가 힘들다.


물론 방학이 많아서 좋은 점도 있다. 아이들이 학교 공부로 스트레스받고, 많이 피곤해 질만 하면 방학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덜 아프다. 방학 전에 강도 높은 학습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이르기 전에 방학을 해 몸과 정신을 푹 쉬게 해 줄 수 있다. 약 2주간의 방학을 끝내고 돌아가면 다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학습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 학교의 방학은 다른 학교의 방학 일정과 전혀 맞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제 학교는 8월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중간에 한번 방학을 하고, 크리스마스 방학을 한다. 봄에 한번 더 짧은 방학을 하고 6월에 긴 여름방학이 시작한다.


왜  프랑스 학교의 방학이 이렇게 다른 국제학교와 다른지 알 수는 없다. 단지 세계 각 나라에 위치한 프랑스 학교들의 방학 일정이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프랑스 학교들끼리만 방학이 많다는 사실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방학 동안 몹시 힘들었다. 2주간의 방학 동안 특별한 일 없이, 친구도 없이 집에 머무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리고 우울증이 왔다.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며 며칠을 보내던 어느 날,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울증은 그렇게 갑자기  찾아왔다. 뭄바이에 살기 시작한 지 딱 4개월이 되었을 때였다. 잘 적응하며 살고 있는 줄 알았지만, 긴장이 풀리고, 외로움이 엄습하고, 두 아이와 하루 종일 투닥거리며 지내다 보니 모든 것이 우울해졌다. 그리고 그냥 눈만 떠도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남편은,

“다음 방학 때는 어디라도 가자.”라고 말했다.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해외여행은 못 가겠지만, 인도 남쪽의 여행지로 떠날 생각에 들떠 있었다. 뭄바이를 떠나고 싶었다. 아니, 집을 떠나고 싶었다. 매끼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기가 싫었다. 7분마다 싸워대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듣기 싫었다. 나도 프랑스 사람들처럼 여행을 가고 싶었다.



이번 방학을 하기 전, 남편에게 물었다.

“우리, 여행 어디로 갈 거야?”

“글쎄....... 생각보다 돈이 별로 안 남았네. 그리고 케랄라나 고아가 생각보다 가깝지 않아. 비행기 타고 가서도 차를 타고 한참 가야 한대.”



남편의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마음이 무너졌다. 난 이번에 꼭 떠나고 싶었는데....... 남편의 저 말은

“우린 이번에도 갈 수 없어. 넌 이번에도 두 아이와 함께 집에 있어야 될 거야.”라는 말로 들렸다.

남편이 회사에 가고 혼자 남아있는 그 시간, 다시 눈물이 흘렀다. 여행 하나 쉽게 가지 못하는 그가 너무 짜증 났다. 내 처지가 서러웠다. 이런 내 마음을 몰라주는 남편이 너무 미웠다. 우린 정말 이번에도 집에서 방학을 보내야 하는 건가?






우린 지금, 뭄바이 북서쪽에 위치한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얼마 전에 산 차로 1시간 운전해 온 이곳은 뭄바이지만 뭄바이 같지 않은 곳이다. 바다가 있고, 수영장이 있고, 아이들은 잘 놀고, 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집을 떠나 나의 의무를 다 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한가하게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곳에 있으니 그저 좋다.


꼭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가족들이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면 충분하다.


내가 프랑스 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모두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간다고 해서 우리도 꼭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휴가에 쓸 수 있는 예산과 남편의 휴가 일정, 그리고 내 서글픔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장소를 선택했다. (차 멀미를 하는 지안이도 선택의 폭을 아주 많이 좁혀 주었다.) 남들의 기준이 아닌, 바로 우리 가족의 기준으로.......



우리 가족의 삶에 맞게, 우리의 수준에 맞게 휴가를 즐기면 그만이다. 우리는 지금, 충분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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