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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Feb 21. 2019

프랑스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도시락

오늘은 뭘 싸줘야 하지?


대부분의 국제학교는 도시락을 싸야 한다.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학교들은 간식과 점심을 날마다 싸야 한다.


날마다 뭘 먹을까도 고민이지만, 날마다 무슨 도시락을 싸줘야 하나도 늘 고민이다. 너무 냄새나는 것을 싸주면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가 될 것이고, 예쁜 도시락을 싸주기에는 재료도 시간도 부족하다. 야채를 싸주면 거의 먹지 않고 남겨오기도 한다. 특히 두 아이의 식성이 너무 달라 가끔은 각자 다른 메뉴를 싸줘야 할 때도 있다.


학교의 스낵타임은 오전 10시이다. 약 30분 정도 쉬는 시간에 아이들은 각자 싸온 간식을 먹는다. 간식을 미쳐 가져오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제공되는 바나나를 먹는다.

초등학생 아이들은 이 시간에 운동장에 가서 축구를 해야 하기에 간식을 먹지 않기도 한다. 지안이도 한참 축구하느라 간식을 잘 먹지 않아 싸주지 않았더니,

“엄마, 간식 좀 싸줘. 너무 배가 고파.”

라고 말한다. 그 뒤로 다시 간식을 싸주고 있다. 대부분 과자나 쿠키, 빵 종류를 싸준다. 다른 학교에서는 몸에 좋은 야채나 과일 견과류만 간식으로 싸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 학교에서는 특별히 제한을 하진 않는다.




방글라데시에서 거의 평생을 산 두 아이지만 입맛은 토종 한국인이다. 두 아이 모두 콩나물과 시금치를 좋아하고, 미역국을 가장 잘 먹는다. 이 정도만 두 아이가 공통으로 좋아하는 메뉴이다.


큰아이는 짜장을 좋아하고 볶음밥도 잘 먹는다. 김밥도 좋아하고, 스파게티, 피자도 잘 먹는다. 반면 둘째는 밥이 다른 재료와 섞이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볶음밥도 짜장도 카레도 잘 먹지 않는다. 김밥도 싫어해 남겨오기 일쑤이다.

둘째 소은이는 김치를 물에 씻어서 흰쌀밥에 얹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냥 김에 밥만 싸서 먹는 것을 즐긴다. 국에 밥을 말아먹기도 하지만, 밥과 국을 따로따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서로 다른 식성에 맞춰, 각자 원하는 도시락을 매번 싸주기는 힘들다. 그래서 아이들의 특별한 요구가 없으면 그냥 엄마 맘대로 싸준다.


가장 만만한 게 치킨가스이다. 마트에서 닭가슴살을 사다가 만든 치킨가스를 튀겨서 담아주면 그나마 점심을 많이 먹고 온다. 계란말이도 쉽게 만들

수 있어서 자주 해주던 메뉴인데, 너무 자주 해줬더니 질렸는지 이제 손도 대지 않는다.


가끔 주위의 한국 분들이 특별한 음식을 줄때가 있다. 며칠 전에는 귀한 비엔나소시지를 주셨다.

비엔나소시지 한쪽에 칼집을 내서 꽃을 만들고, 소시지를 비스듬히 잘라 이쑤시개로 연결해 하트를 만들어 밥과 함께 싸주었다. (비엔나소시지는 코리안 샵에서도 살 수 없는 매우 귀한 재료이다.) 지안이의 도시락을 본 이스튼 이라는 친구는 커다란 눈이 더 커져서는 소리쳤다고 한다.

what? is this a real flower?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단연 “김”이다. 하얀 밥과 김을 담아주면 두 아이 모두 도시락을 싹싹 먹고 온다. 김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김을 싸가는 날에는 여기저기서 손을 내밀며, “나 하나만 먹어도 돼?”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그런 날에는 아이들 어깨가 한층 올라가 있다.


가끔  아이들이 특별한 것을 요구할 때가 있다.  특히 소은이는 밥과 김치만 싸 달라고 하거나, 밥과 깍두기만 싸 달라고 하기도 한다. 아이의 요구대로 싸주기는 하지만, 선생님들이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오늘도 아이들은 특별한 도시락을 주문했다.

지안이는  크림 파스타를 싸 달고 했고, 소은이는 스파게티면만 싸 달라고 한 것이다. 물에 삶기만 한 스파게티면을 소은이는 좋아한다. 아무 맛이 안 나는, 그냥 밀가루 맛만 나는 그것을 왜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아이는 오늘 꼭 그걸 싸 달고 했다. 그리고 스낵으로는 새우깡을 싸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도시락 매뉴
현지 마트에서 산 새우깡

생 스파게티면을 준비하면서 또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들이 날 이상한 엄마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프랑스 아이들의 도시락 가방은 엄청나게 크다. 책가방만 한 도시락 가방을 들고 다닌다. 아이들 말에 의하면 대부분 스파게티나 샐러드, 피자, 샌드위치를 싸온다고 한다. 우리에겐 이것들이 밥이 아니고 간식일 뿐인데 그들은 이것을 주식으로 먹는다. 그 아이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김에 밥을 먹고, 김치를 먹고 있을 아이들이 새삼 대견하게 느껴진다.


프랑스 아이들은 도시락도 전식, 본식, 후식으로 싸오는 것 같다. 그 아이들은 점심시간에도 만찬을 즐긴다. 아침마다 부지런히 아이들 점심을 준비하는 엄마들이 참 대단해 보인다.


프랑스 학교는 점심시간이 되면 음식을 따뜻하게 덥혀준다. 그래서 각 도시락에는 cold 또는 hot이라고 표시를 해둬야 한다. 가끔 김밥을 싸주는 날에는 이걸 cold라고 해야 할지, hot이라고 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김밥은 그냥 그대로 먹는 것이 가장 좋은데.......




한국의 교육 시스템중 가장 부러운 것이 바로 급식이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급식이 없어서 매번 도시락을 싸야 했다. 고등학교 때는 점심과 저녁, 두 개씩 싸야 했다. 도시락 메뉴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단연 소시지였다. 분홍색 소시지를 계란에 한번 부쳐낸 반찬을 먹으면 그렇게 맛있었다. 반면 콩자반을 싸간 날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콩이 몸에 좋긴 하지만 즐겨 먹고 싶진 않았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참 후에야 여러 학교에 급식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나도, 내 아이들도 급식실에 가보지도, 경험해 보지도 못했다. 단지 한국에 있는 조카들이 학교 급식을 맛있게 먹고 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뭄바이에 있는 여러 국제학교 중에 학교에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학교가 있다. 바로 어메리칸 스쿨이다. 그런데 어메리칸 스쿨의 점심 메뉴는 대부분 피자, 파스타, 미트볼 등으로 우리 나라 아이들이 주로 먹는 음식은 아니었다.

뭄바이에 있는 어느 국제학교에서는 점심 도시락을 싸오지 않은 아이들에게 인도 현지식(인도식 밥과 인도식 카레)을 제공하기도 한다.

어느 한 부모님은 아이가 자꾸 점심을 남겨와서 아예 도시락을 싸주지 않았더니 학교에서 인도 현지식을 먹게 되었고, 그 뒤로는 꼬박 꼬박 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고 온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들어본 급식 중에 가장 최고는 역시 한국 학교의 급식이다. 점심 메뉴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급식이 너무 부럽다. 영양사가 있어 아이들 건강까지 고려해서 준비하는 급식이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급식도 매점도 없는 곳에서 아이들이 맛있고 배부르게 먹고 올 수 있는 메뉴가 무엇일지 고민이다. 영양을 고려해서 싸주면 남겨오고, 그렇다고 아이들이 원하는대로만 싸주면 영양실조에 걸릴것만 같다.

내일은 또 어떤 도시락을 싸줘야 할지, 정말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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