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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Feb 15. 2019

프랑스 남자와 사랑에 빠진 일곱살 딸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 그 전날 한국 친구 지우와 놀지 못해 집에 와서 눈물을 흘렸던 소은이는, 오늘은 학교를 마친 후 놀이터에서 지우랑 꼭 놀고 가겠다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지안이가 액티비티가 있어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기에 그동안 지우랑 놀이터에서 놀려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만난 소은이가 조금 이상했다. 항상 지우를 먼저 챙기던 아이가 오늘은 이상하게 지우를 본체만체한다. 그리고는 다니엘을 찾고 있다.

“엄마, 내가 다니엘한테 스티커 엄청 줬어.”

아침에 지우에게 주겠다며 가지고 간 스티커를 지우한테 주지 않고 다니엘에게 줬다고 자랑을 한다.

‘뭐지? 이건?’

지우와 함께 놀이터에서 노는 내내 소은이의 모든 관심은 다니엘에게 향해있었다. (다니엘은 그 시간에 운동장에서 미니 테니스 액티비티를 하고 있었다.)

“소은아, 지우랑 놀고 싶다고 했는데 왜 자꾸 다니엘만 찾아?”

“그냥 오늘은 다니엘이랑 놀고 싶어.”

뭔가 이상하다. 그 전의 소은이랑 뭔가 다르다.......



소은이는 다니엘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했다. 다니엘은 친구 번번의 아들인데, 종종 함께 만나 놀곤 했었다. 그런데 친절했던 다니엘이 소은이를 놀리고 자꾸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지우가 입학하기 전에는 소은, 다니엘, 알렉 이렇게 셋이 잘 놀았는데  한국 친구 지우가 온 뒤로 소은이는 줄곳 지우랑 놀고 있다.

“엄마, 난 다니엘이 싫어. 자꾸 나한테 바보라고 놀려. 나쁜 말만 해.”

“ 이상하다. 다니엘이 그런 애가 아닌데......”

“몰라, 자꾸 놀려서 싫어. 난 알렉이 좋아. 알렉이 제일 친절해.”


그렇게 소은이는 알렉을 더 좋아하고 다니엘을 싫어하게 되었다.


새로 입학한 지우는 다니엘이 친절하게 잘해 준다며 다니엘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학교에 적응을 못해 힘들어하던 지우에게 친절한 프랑스 남자 다니엘은 정말 멋진 남자였던 것이다.


그랬던 그녀들이, 뭔가 이상하다. 분명히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다. 도대체 뭐지?  



그 이유를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친구가 보내준 동영상에 그 이유가 있었다.

소은이 친구 마고가 알려준 진실



사건은 다니엘, 알렉, 마고 그리고 소은이가 한 테이블에서 클레이 놀이를 하면서 발생했다. 누가 먼저 말을 꺼낸 건지 모르겠지만, 다니엘이 갑자기 소은이를 좋아한다고 뜬금없는 고백을 했다. 그리고 알렉은 마고를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다. 갑작스러운 남자들의 고백은 설익은 여자 아이들의 마음을 한껏 흔들어 놓았다. 급기야 마고는 알렉과 결혼하겠다고 선언을 했고, 소은이는 그렇게 싫어하던 다니엘을 갑자기 좋아하게 되었다.......




너무나도 귀여운 이 녀석들 어떡하지?

다니엘을 좋아하지만 부끄러워 말 한마디 못 하던 지우는 어떡하지?


어리기만 한 아이들의 마음에 봄바람이 불어왔나 보다.

“엄마, 오늘 다니넬이 클레이로 엄청 예쁜 거 만들어서 줬어. 케이크도 만들어 주고, 사과도 만들어 주고.”

“그래서 기분이 좋았어?”

“응, 이제 다니엘이 좋아졌어.”

“왜 갑자기 좋아졌어?”

“다니엘이 내가 좋대.”

“그건 다니엘이 좋아하는 거지, 네가 좋아하는 게 아니잖아.”

“몰라, 그냥 좋아졌어.”

“다니엘 멋지다. 용기 있네 멋있네.”

그런데 옆에서 듣고 있던 지안이가 한마디 한다.

“야, 일곱 살이 벌써 남자 친구, 여자 친구가 있다니....”

낄낄낄 웃고 있는 지안이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지안아, 넌 좋아하는 여자 친구 없어?”

“없어. 난 그런 거 생각 안 해.”

“널 좋아하는 애도 없어?”

“없어.”

“.......”


프랑스 남자와 사랑에 빠진 우리 딸.......

너무 귀엽다.

소은이와 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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