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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Feb 10. 2019

프랑스 학교, 그들만의 시스템

프랑스 학교만의 특별함

처음, 프랑스 학교에 갔을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학교의 학년 이름이었다.


우리나라처럼 1학년 다음이 2학년, 그다음은 3학년이 아니었다. 영국이나 미국처럼 grade 1, grade 2도 아니었다. 프렌치를 모르면 아이 학년도 제대로 모르는 시스템이다.


프랑스 교육 시스템도 다른 나라처럼, 유치원 과정, 초등 과정, 중등 과정, 고등과정으로 나눈다. 그리고 바칼로레아 시험을 봐서 대학을 간다. 고등학교도 우리나라처럼 인문계와 실업계로 나뉘는 것 같다. 인문계에서는 대학 준비를, 실업계에서는 직업 훈련을 받는다.


하지만 교육 과정 안으로 좀 더 들어가 보면 특이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유치원 과정, 즉 preschool과정을 프랑스에서는 école maternelle이라고 부른다. 즉, 엄마 학교라는 뜻이다. 이 과정은 3개로 나누어진다.

PS(petite section) -해석해보면 작은 반이다.
MS(moyenne section)-중간 반이라는 뜻이다.
GS(grande section)-큰 반이라는 뜻이다. gs는 우리나라 유치원 과정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초등학교는 école élémentaire라고 한다.

1학년은 CP(cours préparatoire)이다.  해석해보면, 준비 반 정도 될 것 같다.
2학년은 CE1(Cours élémentaire niveau 1), 3학년은 CE2(Cours élémentaire niveau2), 4학년은  CM1(Cours Moyen1),
5학년은 CM2(Cours moyen2)이다.


학년이 점차 오르는 것이 아니다. 1학년은 준비반, 2학년은 초등 1학년 수준반, 3학년은 초등 2학년 수준 반, 이런 식이다.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식 학년 이름 때문에 매우 당황스러웠었다. 현재 지안이는 cp, 소은이는 gs 학년이다.


특이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초등 1학년 과정인 지안이 반 아이들은 모두 9명이다. 이 아이들은 서로의 성적에 대해 관심이 없다. 물론 그 부모들도 관심이 없다. 갑작스러운 쪽지 시험에도, 예고된 시험에도 엄마들은 전혀 말이 없다. 시험을 잘 봤냐는 질문도 없다.


한 번은 쪽지 시험을 보고 온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도 잘 봤는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아이는 전혀 알지 못했고, 다른 아이들의 결과에 관심도  없었다. (암암리에 자기들 중에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누구인지는 아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시험을 보면 1등부터 꼴등까지 등수를 매기던 교육 환경에서 자라온 나는 서로의 점수에 관심조차 없는 아이들이 신기했다. (아직 초등 1학년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학교에는 대회도 없다. 그 흔한 수학 경시대회, 글짓기 대회도 없다. 단지 아이들끼리 함께 협동해서 신문을 만들거나 뉴스를 만든다. 가끔 실험을 하기도 하는데 그게 다다. 그래서 우등상, 또는 모범상도 없다. 개근상도 역시 없다. 이런 문화 때문인지 서로 공부에 대한 경쟁심이 없다. (축구 할 때는 치열하다.)



지안이 반에는 ADHD인 프랑스 아이가 한 명 있다. 그 아이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고,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그 아이만 전담으로 돌봐주는 도우미가 항상 따라다녔다. 처음에는 그 아이를 일반 아이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게 하는 것이 괜찮은가? 의문이 들었다. 수업 중에도 자주 방해가 되었고, 학습도 제대로 안 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학부모들 중 그 누구도  의의를 제기하지 않았기에 나도 잠자코 있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학습장애아이와 일반 아이들을 한 교실에서 교육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프랑스식 교육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아이를 전담하여 돌봐주는 전문가가 하루 종일 함께 하는 것도 프랑스의 일반적인 교육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학기 초에 그 아이는 자주 지안이를 때리거나 밀어서 조금 힘들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아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가끔 교실에서 짜증을 내긴 하지만, 어린 동생들이랑 잘 놀아주기도 해. 짜증 낼 때는 싫지만, 또 착할 때도 있어."

같은 반 아이들도 특별히 그 아이를 따돌리거나 못살게 굴거나 하지 않는다.


 이런 평등교육이 고마운 것은, 우리 아이들이 동양인이기 때문이다. 서양 사람들 사이에서 동양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편견을 이겨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학교 안에서 만큼은 편견도 차별도 찾아볼 수 없다. 흑인도 동양인도, 서양인도 교실 안에서는 모두 친구이다.  조금 더 크면 서로의 차이를 알게 되고, 다른 점들을 알게 되겠지만, 아직 어린 이 아이들에겐 그냥 친구일 뿐이다.


지안이 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는 벱티스트이다. 그 아이의 엄마는 흑인이고 아빠는 백인이다. 그래서 그 아이의 피부는 백인보다는 검고, 흑인보다는 흰 편이다. 그 아이가 인기 있는 이유는 친구들에게 항상 친절하고 잘 웃어주기 때문이다.

인도 프랑스학교 초등학생들은 항상 현관에 모여 선생님과 함께 줄을 맞춰 교실로 다 같이 들어가는데, 비가 오면 2층 교실들 사이에 있는 도서관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가 선생님의 인솔 하에 교실에 들어간다. 이 학교에 온 후 지안이는 아침마다 긴장을 했다. 그래서 밖에서 모여 들어갈 때는 종이 울릴 때까지 엄마가 함께 기다려주곤 했었다. 그날은 비가 와서 아이 혼자 실내 도서관으로 올라가야 했다. 엄마는 1층 계단 앞까지만 허용이 됐다. 지안이는 혼자 그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 두려워 갑자기 눈물을 글썽였다. 그때 벱티스트가 나타났다. 계단을 오르며 도서관으로 향하던 벱티스트는 다시 내려와 지안이 손을 잡고,

"jian, come. come with me."

라고 말했다. 지안이는 눈물을 멈추고 벱티스트의 손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 어린 친구의 손길이 너무 고마웠다. 벱티스트의 아름다운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지안이는 그 뒤로 벱티스트와 친해져 함께 쉬는 시간마다 축구를 하며 논다. 가끔 서로의 집에 가서 놀기도 하고, 실내 놀이터에 가서 놀기도 한다.

지안이와 벱티스트는 서로 프렌치로 대화하기도 하고 영어로 대화하기도 한다. 프렌치로 대화하다가 지안이가 말이 막히면 영어로 말하기 시작하고, 그러면 벱티스트도 영어로 받아준다. 서로에 대한 편견이 없는 아이들의 우정이 고맙고 아름답다.


벱티스트와 그의 엄마 나뚤 @sonya


가장 고마운 것은, 내가 프렌치를 못해도 무시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에대해 무관심하다. 그래서 나도 무관심으로 대한다. 단지 같은 반 엄마들끼리는 친하게 지내려 노력한다. 그 중에서도 벱티스트의 엄마 나뚤은 가장 도움을 많이 주었다. 본인이 흑인으로써 격어본 편견과 차별이 있었기 때문인지 동양 사람들에게 매우 관대했다. 그리고 이런 저런 뭄바이 생활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려주었다.


나 또한 프랑스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면서 여러 나라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그것이 이 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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