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인도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말이 있다.
“집이 어디예요? 아이들 학교는 어디 다녀요?”
아이들이 프랑스 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당연히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한국 사람이 프랑스 학교를 다닐 수 있어요? 엄마, 아빠가 프렌치를 하나요?”
프랑스어를 전혀 못한다는 대답을 하면,
“근데 왜 프랑스 학교에 보냈어요?”
그리고 언제 지켜질지 모르는 약속을 한다.
“언제 만나서 같이 놀아요.”
프랑스 학교에서 만난 학부모들도 거의 비슷한 반응이다.
“왜 코리안이 프랑스 학교를 다녀? 엄마, 아빠가 프렌치를 할 수 있니?”
“프렌치를 못하는데 아이들이 프랑스 학교를 다닐 수 있니?”
“아이들이 괜찮니?”
그래서 항상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생각하며 다닌다.
가장 대외적인 대답은,
“방글라데시 프랑스 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학비가 쌌어요. 그래서 프랑스 학교에 보냈지요. 그런데 보내보니 학교가 괜찮아서 계속 보내고 있어요.”
이 말은 사실이다. 영국 학교나 캐나다 학교, 미국 학교에 비하면 입학금도, 학비도 조금 싼 편이었다. 그리고 그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들이 매우 좋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언어를 배우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국 사람이 별로 없는 학교에 다니고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 이외의 언어를 배우는 것에 조금은 거리낌이 있다. 그도 그런 것이 3,4년 정도 일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굳이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배우는데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것이 조금은 어려운 일 이기도 하다. (우리는 언제까지라는 기약이 없기 때문에 도전해 볼 수 있었다.)
학교에서 두 가지 언어(프렌치와 영어)를 배우는 것과 , 학교에 한국 사람이 없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
먼저 이중 언어를 배우는 것의 장점은, 아이가 두 가지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도 프렌치도 전혀 못했던 아이들이 지금은 영어와 프렌치를 말할 수 있다. 그 언어를 이해하는 깊이는 알 수 없으나 표면적으로는 두 가지 언어를 한다.
9살인 큰아이는 프렌치보다 영어를 더 좋아한다. 이것에는 아마도 선생님의 영향이 큰 것 같다.
큰아이의 프렌치 선생님은 매우 엄격하고, 아이들에게 화를 잘 낸다. 그리고 본격적인 문법 수업을 하자 아이는 버거워한다.
영어 선생님은 화를 잘 안 내고 아이들에게 항상 좋은 말만 한다. 그리고 칭찬을 많이 해준다. 그래서 아이는 영어 수업을 더 좋아한다.
7살인 둘째 아이는 프렌치를 더 좋아한다. 그 이유도 역시나 선생님 때문이다. 프렌치 선생님은 화도 잘 내지 않고 항상 아이들을 잘 감싸준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이 그녀를 좋아한다. 반면 영어 선생님은 화를 잘 내고, 조금은 엄격하게 가르친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열정이 넘치는 이 선생님은 아이 한 명 한 명 개별적으로 지도해 주기도 한다.
이중 언어를 배우는 것에 대한 단점은,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어느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만, 초반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과제도 영어와 프렌치 두 개이고, 시험을 봐도 두 개이다. 프렌치 알파벳 발음과 영어 알파벳 발음이 현저하게 틀려 아이들이 헷갈려하기도 한다. 우리는 큰아이의 영어 숙제는 아빠가 봐주고, 프렌치 숙제는 엄마가 봐주고 있다. 영어 시험 준비도 아빠가 도와주고, 프렌치 시험 준비는 엄마가 도와준다. 엄마도 프렌치를 못하지만,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서 최대한 도와준다. 그리고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같은 반에 한국 아이가 없다는 것의 장점은, 언어가 빨리 는다. 한국말을 하고 싶어도 말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말이 는다. 대신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한국말만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친구 관계가 조금 힘들다. 학교에서 함께 노는 친구는 있지만 방과 후에 만나 놀 수 있는 친구는 부족하다.
최근에 둘째 아이반에 한국 아이가 한 명 들어왔는데 서로 정서적으로 의지를 많이 하는 듯하다. 그 아이는 우리 아이보다 한 살이 어리기 때문에 다행히도 싸우지 않고 언니, 동생 하며 잘 지내고 있다.
학교에서 영어와 프렌치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집에 와서는 놀고만 싶어 한다. 그래서 한글 공부는 주말에만 하고 있다. 주중에는 한글책을 꾸준히 읽거나, 빙고 게임하는 것으로 한글 공부를 대신한다. 대신 주말에는 한국에서 가지고 온 학습지를 푸는데 그것도 고작 1장 분량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냥 논다. 가끔 걱정도 되지만, 지금은 그냥 놀게 하려고 한다.
놀거리도 별로 없어 고작 축구를 하거나, 소꿉놀이를 하는 것이 다지만, 놀아도 될 때는 실컷 놀게 해주고 싶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보다, 삶을 놀면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더 행복해 보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들이 삶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