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배란 테스트기 키트가 배송된 순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테스트를 했다. 배란테스트기는 저녁 매일 같은 시간대에, 임신테스트기는 아침 첫 소변으로 검사하는 게 정확하다고 한다. 참고로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의 경우 난자의 생존시간이 대략 8시간 정도라, 배란일이 다가오면 아침저녁으로 테스트를 하는 게 좋다.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생존시간은 줄어든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임신을 준비 중인 여성이 “오늘이야! 지금이야!!” 라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편을 호출하는 이유를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 나는 워낙 예측이 어려운 몸을 갖고 있기에 생리 어플로 최근 생리 주기를 참고하기도 했고, 배테기의 수치도 매일 확인했다.
하지만 내 몸은 역시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수치가 예상만큼 올라가지 않았고, 고만고만한 숫자만 계속 나올 뿐이었다. 가장 높은 수치가 1.00이었다. 사람마다 수치의 최고점은 다르다기에 그날이 배란일 전날일 것이라 생각했다. *수치가 최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날이 바로 배란일이다. 한국에서는 배란일이 지난 후 8일째부터도 임신 여부를 알 수 있는 얼리 테스트기를 많이 사용한다고 들었다. 물론 캐나다에도 얼리 테스트기는 있다. 하지만 너무 일찍 임신을 알아도 캐나다 병원에서는 별 검사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마음만 조급해질 것이 뻔했다. 특히 화유(화학적 유산)의 경우에는 그냥 생리가 좀 늦게 나오는 것처럼 유산된다고. 그 얘기를 들으니 괜히 기대했다가 마음고생만 하게 될 것 같아, 예상 배란일로부터 무려 4주를 기다렸다.
정말 기나긴 시간이었다. 남편이 또 과도한 스트레스와 피로로 인해 대상포진이 재발했다. 캐나다에서만 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속상하다. 내 몸도 조금 이상하다. 아랫배가 콕콕 쑤시기도 하고, 나른한 것 같기도 하다. 최근 생리 주기로 치면 아주 늦어도 6월 22일에는 생리가 터졌어야 한다. 생리 예정일부터 일주일을 더 기다렸는데도 생리가 나오지 않는다. 기대될 수밖에 없다. '나 생각보다 건강한가 보네'라며 자화자찬도 하고, 매일 밤마다 맘카페를 몇 군데나 들어가 보고, 애기 첫 옷은 축구 유니폼으로 사야지, 부모님들께는 어떻게 알리지 하며 행복한 고민을 즐겼다.
생리 예정일 일주일 뒤인 6월 29일 아침, 첫 소변으로 임신 테스트기를 사용했다. 솔직히 일주일이나 지났으니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매직아이’로 볼 필요도 없을 터였다. (게다가 나는 진짜 매직아이도 잘한다) 흐릿하게나마 확신할 수 있는 두 줄 혹은 단호박 한 줄일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단호박이었다. 5분을 기다려도, 7분을 기다려도 흐릿한 선마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임테기가 불량일 수도 있다. 한 번 더 해봤으나 여전히 단호박이다. 다른 제조사의 임테기로 한 번 더 테스트해 본다. 변함은 없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저 너무 마음이 아프고 너무나 슬펐다는 말로밖에는 표현이 되지 않는다. 임신 준비가 왜 사람을 지치게 한다는 건지 단 한 번의 사이클로 뼈저리게 느꼈다.
첫 임신테스트기에 좌절한 다음 날, 예정일보다 일주일 늦게 생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