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출장은 레겐스부르크에서 시작해서 로젠하임에서 끝나는 일정으로 인아웃은 뮌헨. 출장 일정이 끝날 때쯤 엄마가 로젠하임에서 조인해서 잘츠부르크, 인스브루크, 베르히테스가덴, 뉘른베르크, 밤베르크, 뮌헨을 여행할 예정이다.
레겐스부르크/리젠스버그는 바이에른 주에서 뮌헨, 뉘른베르크, 아욱스부르크 다음의 제4대 도시이다. 여행객들은 뮌헨이나 뉴렌버그 같은 도시에서 당일 치기를 많이들 오는 도시로 세계대전 때 피해가 크지 않아 중세시대의 건축물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독일의 가장 오래된 도시중 하나다. 주로 당일치기로 오는 유서 깊은 도시에서 거의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니 정말 설레지 않을 수 없다.
토요일 4시쯤 레겐스버그 호텔에 도착했다. 일요일엔 슈퍼마켓을 비롯한 많은 상점이 열지 않는대서 상점들도 빨리 닫으니 이렇게 놀고먹는데도 독일은 잘만 산다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 생필품과 먹을 것 장만을 위해 짐을 풀자마자 호텔을 나섰다. 오기 전부터 유튜브, 블로그들을 섭렵하며 독일에서 뭘 사면 좋을지 연구를 하고 리스트를 만들어왔다. dm에서 유명하디 유명한 발레아와 다른 브랜드 캡슐 앰플 몇 종류, 세바 메드 샴푸 플란투어 샴푸가 유명한 듯 하지만 이 샴푸 맘에 든다, 솔트 하우스 샴푸, 스위스 칫솔 이 칫솔은 비싼 값 못한다 칫솔은 한국 아개운 칫솔이 최고, 치약 몇 종류, 당근 오일, 바이오 오일, 독일제 니베아, 평상시 있어도 먹질 않는 발포 비타민에, 비타민 드링크, 근육통에 좋다는 말크림까지. 열심히 사용 중이니 야무진 리뷰를 계획해 본다.
로커에서 나오는 웨하스를 좋아하는데 미국에서는 본 적 없는 로커에서 나오는 쿠키도 하나랑 맛있다고 수문난 하누카를 사봤다. 체리랑 납작복숭아는 어쩜 이리 저렴한 건지, 미국 같았으면 체리 한 봉지에 지불했을 돈을 내고 Edeka 슈퍼마켓에서 나왔다. 살인적인 미국 물가가 슬펐다.
도착하자마자 반나절동안 도시를 대충 돌아보며 리젠스버그 최고의 랜드마크인 성 베드로 성당 Dom. Peter을 첫 날 보긴 했지만 첫 풀 데이는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10시 미사의 소년 합창단을 보기 위해 다시 한번 피터 대성당을 찾았다. 원래 미사가 이리 꽉 차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갔던 날은 미사 후에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어 자리에 앉을 수가 없어서 부산스러웠다.
레겐스부르크는 뮌헨, 프랑크푸르트 같은 대도시와 다르게 세계 대전 때 공격을 받지 않아 중세시대의 건물들부터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피터 대성당은 1273년에 지어지기 시작했다. 그전엔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가 있었으나 불에 타고 그 자리에 쾰른 성당, 노트르담 성당에 영향을 받은 고딕양식의 성당으로 재건을 했고 바바리아 주 최대의 고딕양식 성당이 되었다. 도시의 크기에 비해서는 성당이 크지만 절대적으로 큰 사이즈는 아니다. 스테인 글라스 역시 13, 14세기의 작품인데 세계 대전 때 유실을 걱정해 스테인 글라스를 잠시 빼놨다가 종전 이후에 다시 설치했다고 한다.
첫술에 판단을 하긴 그렇지만 이 성당은 내가 느끼는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군더더기기 없고 투박하지만 튼튼한, 거대한, 기본에 충실한, 심플한.
어느 유럽 도시가 그렇긴 하지만 리젠스버그는 유난히 성당이 많은 것 같다. 모든 블락에 성당 하나쯤은 있는 느낌. 성 베드로 성당에서 몇 발자국 안에 있는 Basilica of the Nativity of Our Lady Regensburg. 1000년대 신성로마제국 때 지어진 바바리아 주에서 가장 오래된 카톨릭 성당이다. 19세기를 거쳐 오면서 화려한 로코코양식이 추가되었다.
8세기에 지어지기 시작한 생 에머람 수도원은 몇 번의 유실을 거쳐 오늘날의 화려한 로코코 양식에 이른다. 지하에는 성직자나 바이에른 왕국 때 중요 인물들이 묻혀있는 무덤이 있다. 그리고 이곳은 결국 우체국 시스템을 나라로 환수하는 대가로 튀른과 택시가에 귀속된다.
그리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일자 빛줄기들이 유달리 경건하게 느껴졌던 스코티쉬들의 수도원. 건축과 장식물의 소박함이 과연 수도원의 이름에 걸맞다고 생각했다.
리겐스버그 다뉴브 강 위 아이코닉한 그 돌다리. 12세기에 11년 동안 지어진 800년 동안 다뉴브 강의 남쪽과 북쪽을 잇는 유일한 다리였다고 한다. 이 다리 앞에 있는 천년 된 소시지 집이 돌다리를 짓는 인부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는데 년도수가 정확히 일치하는지는 모르겠다.
옛 시청사.
튀른과 택시 가문의 성을 갈 계획은 아니었는데 호텔에서 레겐스버그 올드 타운으로 나가려면 지름길로 이곳을 지나쳐야 했기 때문에 들르기로 했다. 궁전보단 맨션스럽지만 궁전이라고 칭해지는 이곳은 하루 세 번, 가이드 투어로만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데 투어는 독일어로만 진행되고 독일어 못 하는 사람은 따라다니면서 오디오 가이드로 들어야 한다. 일요일 4:30분 마지막 투어라 그랬는지 5명의 두 가족과 소규모 가이드 투어를 받았는데 가격은 17유로.
이곳은 독일에서 귀족 가문(?)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현존하는 가장 큰 성이라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있다. 지금도 독일 국립공원 땅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문이라 하니 독일에서 제일가는 부자 가문 되시겠다.
이 튀른과 택시 가족은 예로부터 왕가과 교황들의 메신저로 막대한 부를 일구고 있었는데 인스브루크에 있던 막시밀리안 1세와 네덜란드를 (현 벨기에의 브러셀) 맡고 있던 아들과 편지를 주고받기 위해 6주씩 걸리던 것을 우체국 시스템을 도입해 5일 반으로 줄인 공로를 인정받아 귀족 가문으로 승격받아 가문의 승승장구가 본격화된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 의해 신성로마제국이 멸망하면서 우체국 시스템이 나라로 환수되면서 가문이 기우는 듯 하지만, 그 대가로 후하게 수도원과 땅을 보상을 받아 궁을 올렸다.
그 당시 튀른 택시 왕가의 공주님은 프랑스에 협상을 위해 자주 출장을 다니시더니, 본인의 침실에 프랑스스타일의 디자인을 적용시켰다. 베드 프레임엔 정조와 순결을 상징하는 백조가, 커튼 에는 프랑스와 나폴레옹 그 자체를 상징하는 꿀벌을.
루이 14세의 건축가가 지은 거울이 가득하고 세 개의 거대한 샹들리에가 인상적인 화려한 무도회장, 왕좌의 방, 귀족 부인들이 티타임 하던 방, 가문의 사람들이 묻혀있는 무덤 위 예배당, 공주님(?)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금으로 된 채플, 클로이스터 등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레겐스부르크에 처음 도착했을 땐 큰 감흥이 없었는데 떠날 때가 되니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정다운 도시가 그리울 것 같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레겐스부르크에서 일주일동안 밥 먹은 얘기는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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