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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경 Dec 31. 2023

귀엽다니 이 무슨 기특한 망발

  

  

  엄.마.지.금.귀.여.워.보.여. 이 무슨 해괴한 문장인가. 한쪽 팔로 머리를 괴고 비스듬히 누워 다리를 까딱까딱거리며 휴대폰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들려온 이 이해할 수 없는 문장에 혼란스러워졌다. 고개를 살짝 들어 잼을 바라보니 내가 마치 뭔가 신기하고도 귀여운 생명체인 듯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왜 저래. 무심한 척, 다시 휴대폰에 시선을 박고 "그래?" 하고만 대꾸했다.



  "잠깐 그대로 있어봐."

  언제나 생각하지만 이 녀석은 희한하다. 그러나 기특한 희한함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티 내지 않고 계속 휴대폰을 보며 쿨한 척해본다. 사실은 어떻게 하면 더 귀여워 보일 수 있을까 슬쩍 표정과 자세에 신경도 썼다.



  찰칵.

  그렇다. 슬쩍 잼이가 자기 휴대폰으로 나를 이리저리 재보고 있다는 걸 보았다. 나름 고심해서 각도를 재보며 사진을 찍은 아이는 내게 귀엽다고 말했을 때처럼 천진한 한 마디를 건넨다.



  "늙어 보이네."

  이제야 관심이 생긴 척 얼굴을 들었더니 휴대폰 사진을 내게 내밀어 보여준다.

  "응, 그러네."

  "엄만 진짜 사진빨 안 받아."

  "응."



  나도 알고 있다. 원래도 사진빨과는 거리가 먼 인생이었지만 나이 마흔이 넘은 이후론 몇 배로 더 안 받는다는 걸. 그냥 못생기게 나오는 게 아니라 늙게 나온다는 걸. 그래서 사진 찍는 걸 꺼리면서도 잼이의 '귀엽다'는 말에 조금은 기대했나 보다. 그래도 심해도 너무 심한 이번 사진에 내상을 입는다. 과장 조금 더 보태서 육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거 같다. 그래도 '너 원래 이렇게 생겼는데 네 보기에만 이상한 거야.'가 아니라 잼이 눈에도 그렇다는 거에 위안을 받는다.



  "너네 할머니도 사진 늙게 나온다고 사진 안 찍으시는데, 나도 그러네."

  "근데 엄마 지금 귀여운데."

  "어쩌라고."



  과하게 적나라한 사진에 현재 내 모습을 직시한다. 목 늘어난 티셔츠에 다 해진 파자마를 입고 언제나처럼 대강 묶은 머리 덕에 망나니 같은 내 지금 말이다. 밖에서 돌아와 안방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불쑥 나타나는 우리 집 망나니. 오히려 얼굴에 분칠 좀 하고 기대하면서 엄마 상태 어떠냐고 물어보면 건성으로 뭐, 하고 마는 녀석이 망나니 상태인 지금은 왜 귀엽다는 건지 정말 하나도 알 수가 없지만 한 번만 더 말해봐라, 이 기특한 녀석아. 문득 나처럼 망나니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상태로 밤에 티브이를 켜놓고 졸다 깨다 옥수수를 드시는 엄마에게 귀엽다고 말하던 내가 떠오른다. 그 감정과 비슷하다면 이건 정말 귀엽다는 거와는 다른 거면서도 정말 귀엽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 찍어보자."

  "그러든지 말든지. 그래도 늙어 보일 걸."

  "그래도 찍을래."



  찰칵.

  사진을 확인한 아이는 이미 둘이 주거나 받거니 여러 번 입에 올렸던 그 말을 써서 마음을 후드려 팬다.



  "늙어 보이네."

  그래도 나는 침착하다. 그래야 한다.

  "응, 그러네."

  "엄만 사진빨 진짜 안 받아."

  "응."

  "다시 찍어볼까?"

  "그만해."

  "응."



  나는 침착하다. 이 정도로는 내상 입지 않는다. 그럴 거다. '그만해'에 묵직한 감정이 실린 거 같은 느낌은 살짝 스쳐 지나가는 느낌일 뿐 사실이 아니다.










잼 : 초등 중학년과 고학년 사이 어드매

엄마 : 잼과 띠동갑.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띠동갑에서 한 바퀴 더 구른 나이에 잼을 낳았지만 잼과의 수준 차이는 한 바퀴를 빼야 한다.




사진: UnsplashAmy Shamb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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