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이경 Jan 14. 2024

진흙쿠키에서 스토커, 고양이까지


  "엄마, 진흙쿠키 알아?"

  "응? 몰라."

  "아프리카에 사는 애들이 먹을 게 없어서..."

  "아, 그거? 그건 들어봤어."

  "너무 불쌍해."

  "응, 그렇지. 그냥 태어났을 뿐인데, 아프거나 죽고."

  "응, 맞아."

  "나보다 안 된 처지에 있는 사람 보면서 위안받는 거 정말 아닌 짓이지만 여기에서 태어나서 다행이다 싶어."

  "응, 나도."

  "진짜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나느냐가 너무 큰 차이 아냐? 너, 백인, 특히 영어 쓰는 나라 백인으로 태어나면 세상 살기 좀 더 편한 거 알아?"

  "그래?"

  "물론 백인으로 태어나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면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 사는 집에서 살면 다른 인종 보다 살기 편해."

  "그래?"

  "응, 우리나라만 해도 밤에 길거리에서 백인이 말 걸면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그런데 흑인이 말 걸면? 무서워하지. 그런데 동남아시아 사람이 말 걸면? 싫어하지. 그런데 어디든 인종차별 이런 거 있거든."

  "나빴어."

  "요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예전엔 세계 여행하다가 돈 떨어지면 학원 강사하고 그러는 백인들 있었어. 선생님이라는 자격? 뭐 그런 거랑 거리가 전혀 먼 사람도! 학원에서도 원어민 선생님이라고 다들 선호하는 게 백인이고. 똑같이 영어 쓰는 나라에서 태어나서 자라도 그 사람이 다른 인종이면 별로 안 좋아해. 특히 우리나라는."

  "나는 실력으로 평가할 거야. 인종으로 따지는 사람들 다 뿌셔. 근데 우리나라는 자랑스러우면서도 싫어."

  "나도 그래."

  "K팝이나 K드라마 이런 건 막 자랑스럽고 좋거든. 그런데 정치는 못하는 거 같아."

  "ㅋㅋ그래?"

  "살인하고 막 그런 사람들 조금밖에 벌 안 받고 그러잖아. 진짜 이상해."

  "그렇지. 사람 죽였는데 몇 년 안 살고 오고 그런다니까."

  "스토킹 해서 4년 선고받고 감옥에서 살다가 나오잖아. 그러면 진짜 무서울 거 같아. 4년 후에 찾아와서 죽이고 그러면 어떻게 해?"

  "진짜로 그런 경우 있잖아. 찾아와서 죽이고."

  "스토킹 하는 사람들이랑 살인하는 사람들 무서워. 왜 그러는 거야, 진짜? 요즘 시국이 무서워."

  "그래도 수사기법이 발전해서 예전 보다 범인들 잘 잡는 거야. 연쇄살인 이런 거 안 일어나게 잘 잡는 중이고."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이 이상하잖아. 길거리 걷다가 죽고 편의점 갔다가 죽고 막 죽는데."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본 거야?"

  "아니, 애들한테 이야기 들었어."

  "그런데 이런 이야기하면 핸드폰에서 다 듣고 알고리즘으로 이런 거 보여줄 텐데."

  "응? 핸드폰이 듣는다고?"

  "응."

  "핸드폰이 날 스토킹한다니 핸드폰한테 실망이야."

  "ㅋㅋㅋ."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ㅋㅋㅋ 고양이 알고리즘 뜨라고? 안 그래도 너 유튜브며 뭐며 고양이로 한가득이잖아."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염불 외는 잼을 끌어안고 이불 위에서 뒹굴거리는 밤. 










잼 : 초등 중학년과 고학년 사이 어드매

엄마 : 잼과 띠동갑.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띠동갑에서 한 바퀴 더 구른 나이에 잼을 낳았지만 잼과의 수준 차이는 한 바퀴를 빼야 한다.




사진: UnsplashChris Linnett



이전 02화 엄마, 나 이사 많이 다니는 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