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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달 Mar 04. 2020

퇴사를 했다.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다.


 최근 정신없이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나는 어떤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오래 고민을 하는 타입이 아니다.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부분에 대해서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면 사실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사람이기에 선택하지 않은 다른 것에 대한 미련이 어찌 없으리. 


 공부하고 싶은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먹은 뒤 그 뒤로는 대학원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하고 난 뒤 집에 알리고 회사에 알리고. 무언가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대학원을 지원한다고 해서 모두 합격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많이 떨리기도 했고 꼭 합격하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면접 준비를 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사실 입학만을 남긴 지금도 막막한 것은 마찬가지다.(코로나바이러스로 개강이 미뤄진 상태다.) 내가 잘한 선택인가? 과연 후회는 없을까? 앞으로 내 삶의 방향은 어떻게 흘러갈까. 당연히 보이지 않는 미래이지만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에 걱정이 늘어간다. 상황이 마냥 비관적인 것도 아니다. 물론 낙관적인 것도 아니지만.

 내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국 사회에 어떤 보탬이 될 수 있을지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그 고민으로 뛰어들었는데 정말 나는 보탬이 되는 구성원이 될 수 있을까? 


 대학원 합격을 한 뒤 부모님께 알리고 퇴사를 말씀드렸더니 적지 않게 놀라셨다. 처음에는 엄마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셨고, 아빠는 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선택하느냐고 속상해하셨다. 물론 지금의 내가 평범하지 않은 삶이라는 것은 아니다. 아빠는 단지 나의 동갑 사촌과 대다수의 친구들처럼 일을 다니다가 연애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그런 삶.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고, 나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여전히 걱정하시긴 마찬가지다. 물론 나도 똑같지만 말이다. 부모님의 마음은 알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죄송하기도 하다. 부모님이 덜 걱정할 수 있도록 내가 좀 더 단단해져야지. 걱정하지 마시라고 조금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지. 


언제나 나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부모님과 가족들,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감사할 뿐이다.




 내가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였지만 대사나 내용이 희미해져가고 있을 때 SNS를 통해 다시 본 대사다. 본인 인생에 물음표 던지는 것 아니야. 느낌표만 던져! 할 수 있을까? 가 아니라 할 수 있다! 괜히 나까지 위로가 되는 그 한 문장. 그래서 느낌표만 던져보기로 했다.


 거창하다면 거창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다. 공부를 다시 하여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출발선에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마음, 분노가 가득한 사회에 있다. 우리 사회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인문학의 부재가 아닐까? 돈이 되는 학문, 돈벌이가 되는 교과목에 치우쳐 정작 우리는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이해를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내가 더 전문가가 되어야겠다. 나의 말에 힘이 실릴 수 있도록 더 공부를 해야겠다. 


후속 세대에게 나은 사회를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더 나은 삶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물론 나라는 개인이 혼자 공부를 한다고 하여 이 사회가 어떤 것이 바뀔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한 것은 거창한 계획이나 목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왕 선택하였으니 좀 더 욕심을 갖고 나아가 보려고 한다. 앞으로는 종종 30대의 대학원 적응기에 관한 글이 올라갈 것 같다. 욕심을 좀 부리면 '30대의 대학원 적응기'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풀어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것들이 정리되었으니 생각해두고 있던 글들을 조금씩 올려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굿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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