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회고 ② │ 이별을 한 지 7주 차가 접어들었다. 헤어지기 전 J는 잘해준 게 없어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나는 덕분에 많이 행복했다며 J를 달랬다. 내가 원하는 이별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다. 충분히 대화했고, 이별을 합의했다. 꽃을 뿌려주며 끝난 이별이었지만 마음속에 남은 미련은 어쩔 수 없다.
헤어지기 전 J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내 물건을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한 번은 더 보겠다." 그렇게 말하며 떠난 J는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 연락이 없는 이유는 나도 알 길이 없다. 전 연인과 다시 마주하기가 어려운 건지, 감정을 소모하는 일이 귀찮은 건지, 그새 새 연인이 생긴 건지. 남겨진 나만 정답을 알 수 없는 퀴즈를 곱씹을 뿐이다.
물음표를 던지고 떠난 이별은 7년 전에도 겪었다. 광복절에 만나서 개천절에 헤어진 사람이었다. K와의 마지막은 이랬다. 토요일 밤 K는 친구들을 만나 강남에서 놀고 있었고, 자정이 넘으면서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날 밤 나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를 남겼다.
다음날 아침 K에게서 연락이 왔다.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나는 생각할 시간을 갖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다음 주 토요일에 연락할게." 그리고 K에게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나도 굳이 왜 연락을 안 하냐고 묻지 않았다. 어차피 헤어질 사람은 헤어질 테니까. 떠나간 인연을 애써 붙잡을 필요가 없다는 걸 이미 지난 이별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미래의 내 마음이 어떨지는 나 자신도 알 길이 없다. 헤어지는 와중에 “일주일 뒤 연락할게.” “물건 전해주러 올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그들에게 공수표가 아닐 수 있다. 당장 아쉬움이 남아있기에 일종의 보험을 두고 떠나는 거겠지. 당장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공수표를 쥐고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수많은 물음표만 남을 뿐이니 얼마나 이기적인 이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