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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향 Apr 04. 2023

대낮에 이별하면 좋은 점

 이별 회고 ③ │ 사직터널을 지나 우회전을 하면 우리 집이다. 

그날따라 이 터널을 지나는 게 너무 싫었다. 이 터널을 지나면 지금 옆에 앉은 J와 헤어진다. 

100일 여행을 떠난 우리는 여행지에서 이별했다. 서로 다른 성향을 극복할 수 없다고 느꼈다. 서로 맞춰가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각자에 맞는 다른 사람을 찾아보자고 합의했다. 

 

 안면도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세 시간 동안 억지로 즐거운 이야기를 꺼냈다. 차에서 슬픈 노래가 나올 때면 신나는 음악으로 노래를 돌렸다. 그럼에도 J는 불쑥 "맛있는 거 더 많이 먹으러 갈걸." "예쁜 사진 더 많이 찍어줄걸." 이런 미련에 남는 말들을 했다. J도 나만큼 이별은 아쉬웠나 보다.  

 사직터널을 지나자마자 눈물이 앞을 가렸다. 마지막은 웃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었기에 눈물을 꾹 참아냈다. 

 집 앞에 도착했다. 옆을 돌아보니 운전석에 앉아 있던 J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미안해서 그래? 오빠 덕분에 너무 행복했어.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나는 J를 다독였다. 

 "너는 진짜 너무 착해서..." J는 말을 잇지 못했다. 

 "혹시라도 마음 바뀌면 연락해." 나는 J의 엄지손가락을 붙잡으면서 바보 같은 말을 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마지막 인사에 눈물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말 볼 수 없는 사이가 됐구나 실감을 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렸고, 집 앞에서 서로를 안아줬다. 

나는 뒤돌아 집으로 향했고, 오피스텔 로비 유리에 비친 J의 마지막 모습을 봤다.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햇살이 밝은 대낮이었다. 

 집에 들어온 나는 침대에 그대로 엎드렸다.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어두운 방 안에 스며드는 햇빛이 나를 위로해 줬다. 그래도 서로 충분히 애틋한 마음을 보여줬기에 위안이 되는 이별이었다. 




"남녀 간의 사랑은 헤어지자 그럴 때부터 드라마 시작이래."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 나온 대사다. 그날 이후 나는 J를 충분히 그리워했다. 그의 생각으로 가득 찬 밤들을 보냈다. 헤어진 지 두 달이 된 지금, 이제는 J에게 부디 행복하라고 말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SBS '사랑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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