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이라는 씨앗을 심다
다섯 번 만난 소개팅남, 조건도 좋고 표현도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이 사람과의 만남이 자꾸 불편했을까?
"너는 운도 좋다. 아직까지도 소개팅으로 괜찮은 사람들을 잘 만나네."
요즘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감사한 일이다.
소개팅을 하고 와서 기분이 상했다는 후기를 종종 들었다.
소개팅 첫날부터 자산 규모를 묻는다든가, 부모님의 직업을 묻는다든가, 자녀 계획을 묻는다고 한다.
결혼 적령기에 받는 소개팅이다 보니, 알아갈 시간을 단축하고 싶어 그런 듯하다.
아직까지 나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이다.
감사하게도 나에겐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아갈 시간이 주어졌다.
소개팅을 하고 다섯 번을 만났다.
상대는 둘 다 결혼을 앞둔 나이라 신중할 수 있으니, 천천히 본인을 판단해 보라고 했다.
기다려준다는 말에 여유가 느껴져 좋았다.
그래도 다섯 번을 만났으니 이제는 관계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했다.
나의 기준을 반강제적으로 세워야 했다.
"결혼 준비가 다 되어있다고 했다며? 너도 나쁘지 않았으니 다섯 번을 만났겠지. 그 사람은 이미 네가 마음에 든다고 했고, 그럼 만나면 되는 거 아니야?"
"맞아요 언니. 분명히 좋은 사람이에요. 안정된 사람 같았어요. 술담배도 안 하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니까 불필요한 걱정을 할 일도 없겠더라고요. 표현도 잘해줘요. 이 사람과 결혼하면 사랑받으면서 살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왜 어느 선 이상으로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요?"
"설렘이 밥 먹여주는 거 아니다. 결혼해서 하는 말인데, 경제적 안정감이 정말 중요해."
"그러게요. 분명히 편한 길이 보이는데, 왜 마음이 불편한지 모르겠어요."
충분히 많이 고민했고, 내가 내린 결론은 '그만 만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경제적 안정감'은 1순위가 아니라는 기준이 세워졌다.
나는 '내가 좋아죽겠는 사람'을 만나야겠다.
서른여섯에 이런 상대를 만나는 게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잘 안다.
그래도 반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찾는데, 이 정도 욕심은 내봐도 되는 거 아닌가.
"저는 '폭싹 속았수다'에서 관식이보다 충섭이가 좋아요."
"충섭이 어떤 면이 좋은데?"
"충섭이랑 금명이는 티키타카가 잘 되잖아요. 서로 장난도 잘 치고, 사소한 것도 그저 너무 재밌어서 까르르 웃을 수 있는 그런 사람 만날래요."
'좋은 사람' 이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에게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허락해 준, 배우자의 조건을 하나 알게 해 준, 나의 소개팅 상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제 나의 충섭이를 찾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