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친구, 지방

운동을 못하는 직장인은 이렇게 됩니다

by 문마닐
지방 +10kg


시험이 끝나고 계속 물리치료를 받았더니 상황이 조금 나아져서, 일단 제대로 된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아 있으면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 것은 가능해졌다. 월급을 받자마자 실손보험과 암보험을 들고, 서너 달쯤 지나고 한의원에서 추나치료까지 받기 시작했다. 운동은 걷기만 했다. 원래도 잘 먹고 잘 운동해서 유지되던 몸이었는데 운동을 하지 못하자 스트레스 해소를 음식으로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차까지 사고 나니 움직이는 양이 확 줄었다. 60kg 후반 대였던 몸이 80kg까지 불어났다. 인바디를 재보니 지방만 10kg가 늘어있었다.


한번 몸무게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니 먹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라는 놈은 이상하다. 마음먹은 순간 치킨과 떡볶이가 그렇게 먹고 싶어 진다. 내일부터 덜 먹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오늘 눈 딱 감고 하나 더 먹는다. 전에 체중을 줄여본 적이 있으니 이번에도 쉬울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리고 그 오늘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나의 루틴은 이런 식이었다. 몸무게를 줄여보겠다고 저녁을 일찍, 가볍게 먹었다. 여덟 시쯤 되면 출출해졌다. 여덟 시 반쯤 룸메이트가 집에 오며 치킨을 먹겠냐고 물어봤다. 그럼 또 거절하기 어렵지. 정신을 차려보면 치킨 반 마리가 내 뱃속으로 사라져 있었다. 결국 내 저녁은 치킨 반마리와 어정쩡한 칼로리의 음식을 더한 값이었다. 치킨에서 피자로, 룸메이트에서 동네 친구로, 같이 식사하는 사람과 메뉴는 매번 바뀌지만 이런 식생활이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그리고 세 달 이상 이어졌다.




운동의 목표 리셋하기


10대에 본 영화를 20대에 보면 새롭고 30대에 다시 보면 또 새로운 것처럼, 운동도 그렇다. 부상 전에는 정신건강을 위해 운동한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는 상태가 너무 좋았다. 그 느낌에 중독되어 주 5일이고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부상을 입고 2년 간 와식생활을 하고 나니 30대가 된 지금, 운동은 오로지 몸의 건강과 재활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20대 후반에 복싱을 하면 선배들이 체력도 좋다며, 아직 20대라 가능하다며 신기해했다. 그때마다 “그건 30대라서가 아니라 운동부족이라서 그런 거예요”라고 일침을 날려댔지만, 정확히 서른이 되던 해부터 몸이 골골거리기 시작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30대 직장인들이 카페에서 달달한 음료 대신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평소에 운동도 안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퇴근 후에 필라테스에 가서 근육을 조지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이렇게 살면 (몸이 망가져서 생계유지가) 안 되겠다!’라는 적신호를 느꼈기 때문이다.


허리 부상 이후 회사에 다니며 체력이 회복된 다음, 집 근처 체육관을 찾다가 스쿼시를 배우게 되었다. 하얀 벽에서 날아오는 검은색의 작은 공을 라켓으로 치는 스포츠다. 배드민턴은 반대편에 사람이 있고 스쿼시는 벽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비슷해 보이지만, 첫날 배운 것은 공을 맞추는 것조차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한 6개월쯤 배우고 나니 이제 몸이 아쉽지 않게 움직이는 정도가 되었고, 1년쯤 배우고 나니 라켓에 공이 날아와 감기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공이 라켓에 맞고, 벽에 맞는 순간 내는 파열음이 속을 뻥 뚫어주었다.


스쿼시를 그만두게 된 것은 발목 때문이었다. 수업을 시작할 때 좁은 코트를 빙빙 돌며 공을 번갈아 치면서 몸을 푼다. 어느 날 몸풀기를 하다가 ‘회전 반경이 너무 좁은데?’라는 생각이 든 순간 발목에서 찌릿하는 강한 통증이 올라왔다. 인대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때 다친 발목이 2주가 지나도 완전히 회복이 되질 않았다. 비가 오면 시큰거리고, 오래 걸으면 아파서 절뚝거렸다. 그래도 3주쯤 지났을 때 체육관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2달 후에도 똑같은 부상을 입어 결국 그만두었다. 게다가 오른손으로만 라켓을 휘두르는 편심 운동이다 보니 몸의 균형이 깨지는 게 느껴졌다. 나에게 필요한 건 이제 기분전환이 아니라 재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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