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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산책길에

-별별 것이 다 산책을 나온다

by 정영의

대중가요 메들리를 크게 트는 사람

핸드폰 음악에 목청을 틔우는 사람

흔들그네에서 수다를 떠는 사람들


자전거로 쌩! 달려가는 사람

곡괭이를 메고 출근하는 사람

모자를 쓰고 양산까지 든 사람


산책은 걸으면 그만이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고

뒷걸음으로도 앞으로만 가면 된다


처음에는 아장아장

다음에는 뚜벅뚜벅

다리를 절며 성큼 서엉큼 걸어도


가방까지 메고

양 팔을 휘두르며

돌아오는 길은 터벅터벅 걸어도


뱀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오랜만에 마실 나온 다람쥐

윙윙 소리도 없이 꿀을 따는 꿀벌들


못 간다고 떼쓰지 않고

흙에서 오고 흙으로 돌아가는

순한 목숨들과 함께 나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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