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찌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이라는 것임을 안다는 것
내가 유능해서
아직까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냥
나랑 안 맞는 사람은
이미 나간 상태라서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은 상황일
뿐이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을 마음대로 할
생각을 어떻게든
버리면
그 다음 날은
덜 괴로운 방식으로
지나간다
카스타드 오늘 6개 먹을 거
5개만 먹으면
내일 아침에
커피랑 먹을 달콤함을
선물받을 수 있었고
토요일인 줄 알고
여유 부리다가
금요일임을
깨달은 민망함은
출근을 더 빨리 하는 것으로
상쇄할 수 있는 듯
보인다
1초만 다르게 엮여도
평생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한 번도 보지 않고
살 수 있었고,
아파트는 각 동마다
배출되는 쓰레기의 종류와
구성품,
버려지는 병의 상표,
박스의 상표,
음식물 쓰레기의
품성, 쓰레기 버리는 곳의
문화도 각기 달랐다
이상하게 비슷한
사람들끼리
같은 동에
모여있는 기분이 드는 건
기분 탓일 것이다
갓 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입주한
입주 동기님들의 아이들은
벌써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도 그만큼
나이가 꽤 되어간다
저 달이
매일 모양을 바꾸는 것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딱
그 정도로
타인의 무엇도 내가
통제할 수 없음을
이해하면서
혼자
터벅 터벅
집으로 돌아가며
손에 들린
편의점 김밥 안의
인테리어 또한
이미 타인의
의도에 의해 선택된
즉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을 뿐임을 아는 방식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지만,
잠 또한
가볍게 들 수 있었음을
간과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