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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팀장 Oct 29. 2023

'나'에서 '우리'로 가는 길

10년이 넘는 시간이 내게 가르쳐 준 '좋은 리더'란


직급만 팀장이던 시절이 있었다.


팀장으로서의 마음가짐이 안된 채로 그저 주어진 타이틀을 훈장처럼 내세우던 때였다. 들려오는 풍문에 일희일비 하며, 내일은 누구에게 어떤 피드백을 해야 할 지 고민하는 ‘무늬만 팀장’이던 시절.



돌이켜 보면 그 시간 또한 필요한 과정이었다.


누구나 주어진 역할을 온전히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 큰 변화를 마주할 때에는 스스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있어야만 큰 탈 없이 그 과정을 견딜 수 있다.



팀원에서 팀장이 된다는 것은 내 관점이 ‘나에게서 우리’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용력, 이해심, 에너지를 포함해서 많은 것의 크기가 달라져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고 끊임 없는 고통을 수반한다. 특히 마음이 간장 종지만 한데다가 감정적이기로는 으뜸이었던 나의 경우엔, 나비가 되기 위한 애벌레의 ‘완전 변태’급 고통을 견디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야 하는 걸까? 





주어진 팀장 역할을 제대로 해보기로 마음 먹었을 때, 내 주니어 시절을 돌아봤다.

회사에서 유난히 힘들었던 순간 BEST 3이다.



1.

고통의 강도로 따지자면 넘버 원. 매일 도살장 끌려가는 심정으로 출근해야 했던 대기업 근무 때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작은 규모의 회사를 다니다가, 매뉴얼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거대한 조직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나는 입사한지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직속 상사와 선배들의 미움을 받기 시작했는데, 공개적으로 피드백을 듣고 매일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나는 스스로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투명 인간 취급을 하거나, 인사를 무시하거나, 팀 전체 모임에 배제하는 등의 감정적인 따돌림이었다. 하지만 퇴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뭘 개선해야 했는지 이야기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나는 ‘미운 오리 새끼’이자 ‘빌런’이었다.



2.

두 번째는 마케팅 대행사 때의 막내 시절이다. 거래처 관계자에게 메세지로 성희롱을 당해서 회사에 도움을 요청했고, 네이트온 [받은 메세지] 함에는 명확한 증거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상사와 대표가 말한 후속 조치에 대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그 일은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일상적인 사건 중에 하나로 지나갔으며, 내 기억 속에서만 생생하게 남아있다.



3.

마지막은 소수 멤버로 투자를 성사 시켰던 스타트업에서 토사구팽 된 일이다. 나를 포함한 회사 초창기 멤버들이 시리즈A 투자를 성사시키기 위해 참 열심히 일했다. 온 마음을 다해서 결국 투자까지 성사 시켰지만 투자 이후 단물이 빠진 교체 대상자가 됐다. 한 달 남짓한 기간동안 새로운 투자금으로 더 유능한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한 밑작업들이 빠르게 이어졌고, 나는 내가 특별히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채로 여러 차례 실적(피드백) 미팅 끝에 퇴사를 강요 받았다.



직장인이라면 종종 겪을만한 어려움이기에 내 경험이 특별히 지난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선 3가지 사례로 리더가 되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의 준거 기준이 생겼다.


아래에는 내가 겪은 3가지 상황과 그 때 내게 필요했던 리더의 모습이다.



- (사례 1) 상사에게 미움 받았던 대기업 막내 시절 →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연민의 마음으로 소통하는 리더


- (사례 2) 성희롱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흐지부지 됐던 대행사 시절 → 팀원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리더


- (사례 3) 시리즈A 투자까지 함께 성사 시켰지만 토사구팽 당한 스타트업 시절 → 상황에 따라 쉽게 태도를 바꾸지 않고, 개선이 필요하다면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리더



사례 1~3번 모두 일방적인 잘못은 아닐 것이다. 모든 일은 양면성을 갖고 있으며 나름의 상황과 사정이 있으니까. 나의 부족함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몇 번을 곱씹어 생각해도 그 당시의 리더들이 열린 마음으로 소통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누군가의 언행으로 인해 받은 상처는 치유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딱지가 떼어진 자리엔 흉터가 남아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대화가,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좋지 않은 사례를 이야기했지만, 내 인생에 귀감이 되었으며 여전히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주는 좋은 리더들도 많다. 기회가 된다면 그 분들과의 에피소드도 풀어보고 싶다.



이렇게 10년이 넘는 직장 생활은 내게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를 구분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나는 기왕이면 좋은 리더가 되고 싶었고, 내가 정의한 좋은 리더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연민의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리더이다.



여전히 어렵고 서툴지만, 앞으로도 소중한 나의 동료들에게 좋은 선배 같은 리더이고 싶다.


다음 편에서는 팀장이 된 직후에는 어떤 방법으로 리더십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는지 이어서 말씀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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