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도 몰랐던 나의 손길이 누군가에겐 위로였다

by 지미니

어느 날, 한 어르신의 딸이 나를 붙잡고 말했다.

“Thank you for looking after Mum. She talks about you often.”

그 순간,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나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침대를 정리하고, 양말을 신겨드리고,

혼자서는 잘 넘기기 어려운 죽을 천천히 먹여드렸던 하루.


그런데 누군가에겐

그 하루가 기억에 남았고,

그 하루 속 내 손길이 마음까지 닿았던 것이다.


나는 돌보는 일에 익숙해지면서

가끔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반응이 없던 어르신, 무표정한 날들,

지치고 불안했던 순간들 속에서도

그분들의 마음은 어느새 나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가족조차 지켜보기 어려운 그 순간에

나는 그 곁에 있는 사람이었다.

말없이 침대를 돌보고, 담요를 펴주며,

작은 위로를 손끝에 실어 전하고 있었던 것.


그리고 그 손길이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마음을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위로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함께 있었을 뿐’인데,

그게 위로가 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가장 큰 위로는 곁에 조용히 머물러 있는 마음에서 온다.


keyword
이전 05화자격보다 중요한 건, 사람을 향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