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연륜 때문인지, 맹세나 선언, 예언 같은 말들이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사람이 겸손해야 한다고 예부터 전해오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맹세라는 것은 미래를 예언하는 행위다. 일종의 도박이다. 인간이라는 생명체 자체가 워낙에 나약하고 아둔하여 한 치 앞의 시간도 내다볼 수 없거늘, 사람들은 서로 확언하고 장담하고 도박하기를 좋아한다. 그것이 본능일까. 그래서,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말을 유심히 들어봐야 하고 그 사람이 평소 자주 맹세하고 장담하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맹세라는 것은 언어생활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고, 우리를 현혹하는 각종 광고문구들과 언론 기사들에 주의하여야 한다. 지금은 무력으로 타인의 돈과 시간을 빼앗을 수 없다. 오로지 말(言)로 사람을 속여 돈과 시간을 빼앗는 시대이다. 인간이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인류문명의 그 모든 권력과 무기와 명예와 기술이 말과 문장 속에 들어가 있는 시대이다. 그러므로, 갈수록 우리는 말에 예민하여야 하고 말에 조심하여야 한다.
나는 유튜브 홈페이지에만 들어가면, 다급하고 천박한 장사꾼들의 낚시질에 눈과 마음을 보호하기 바쁘다. 유튜브는 인간들이 사람을 말과 그림으로 속이고 현혹하여 클릭을 유도하고 시간을 빼앗기에 대단히 좋은 플랫폼으로 구성되어 있다.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자극적인 문구들과 썸네일로 도배가 되어있어서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면 무심코 떡밥을 물게 된다. 어떠한 제품을 써보지 않았다면 인생을 헛살았다는 식의 조롱부터 시작해서, 이것만 알면 당신도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사기 문구, 그리고 이것을 모르면 바보가 된다는 식의 협박성 썸네일도 허다하다. 모두들 일면식도 없는 수천만 시청자들의 인격을 일괄로 대면하고 있으며 함부로 맹세하는 행위와 다름이 없다. 정말 피곤한 세상이다. 하긴 뭐 이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 다들 서로 합법적으로 속이고 상대방의 돈을 뜯어내서 먹고살아야 하는 운명이니, 뭐 어쩌겠는가.
성경에서는 맹세라는 것에 대해서 비극적인 해석을 내린다. 자극적인 말과 소리로 사람을 현혹하고 낚시질하고 미혹하는 시대에, 우리는 누군가 확언하고 장담하고 맹세하는 것에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인간은 나약하고 우둔하다. 그것이 우리 인생의 기본이다. 삶은 그 상태에서 조금씩 배워가는 것이며, 인생을 충분히 살고 난 뒤 한 줌의 가루로 변하는 그 순간까지도 배움의 연속일 뿐 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절대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죽는 날까지 그 어떠한 것도 안다고 할 수 없고, 모른다고 해야 하는 것이다.
[마태복음 27:22-25]
빌라도가 가로되 그러면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를 내가 어떻게 하랴 저희가 다 가로되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겠나이다 빌라도가 가로되 어찜이뇨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저희가 더욱 소리질러 가로되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겠나이다 하는지라 빌라도가 아무 효험도 없이 도리어 민란이 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가져다가 무리 앞에서 손을 씻으며 가로되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 백성이 다 대답하여 가로되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찌어다 하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