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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혁 Apr 27. 2024

이상한 마음

앞뒤가 맞지 않는 마음,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마음. 요즘 그런 것들이 미세먼지처럼 내 주위를 둥둥 떠다닌다. 미세하고 또 미세해서 마스크 따위는 소용이 없다. 나는 자꾸만 코를 훌쩍이고 휴지를 톡톡 뽑는다.


미워하면서 곁에 두고, 좋아하면서 밀어내고. 사랑하면서 헤어지고, 사랑하지 않으면서 헤어지지 않고. 백이면 백 옳다고 말하는 쪽을 피하고, 천이면 천 아니라는 쪽을 선택하는 그런 마음.


이상한 마음?

어쩌면 마음에는 이상하다는 형용사가 어울리지 않는지 모른다. 마음은 원래 모양이 없으니까. 상황이나 타이밍에 따라 제멋대로 모습을 바꾸니까. 그리고 대체 무엇이 이상한건가? 내가 보기에 이상한 마음이 누군가의 눈에는 아름다울지도. 반대도 마찬가지다. 내게 아주 아름다운 마음이, 누군가에겐 혐오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그거 합리화 아닌가?

그렇게 퉁 쳐버리면 다 끝인가. 사람마다 다르고,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렇게 말하는 걸로 무엇을 증명할 수 있을까? 마음에는 옳고 그름이 없으니까 뭐든 존중해야 하는 건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잖아? 하지만 정말로 아무 피해도 주지 않는 걸까. 내가 날숨으로 뱉은 이산화탄소가 십 킬로미터 떨어진 공원의 이백 년 된 소나무에게 스르륵 흡수되고 있다. 그런 걸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해도 되나?


아니, 그저 오해일지도.

이상한 마음이라 여기는 모든 게 그저 몰이해일지도. 내가 알지 못하는 제반사항들 때문에. 기저에 깔린 미묘한 사유와 감정 탓에. 그런 걸 모르니까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다. 모든 걸 속속들이 알 수 있다면 자연스레 이해될지도. 좌우가 똑같은 신발처럼 당연해 보일 지도.


그런데 어떻게 모든 걸 속속들이 알 수 있을까?

그런 건 불가능한데.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그런 문제가 아닐 텐데. 알기 때문에 이해하는 게 아니라, 몰라도 이해하겠다는 게 진짜 이해 아닐까.


아닌가?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계속 재채기를 하고 콧물을 흘린다. 이상한 마음 탓이다. 아니, 이상하지는 않은 마음 탓이다. 그러니까... 이상하면서 동시에 이상하지 않은, 그런 마음들 때문이다.

살짝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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