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 동료가 무슨 이야기를 해줬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잠깐 생각해본 뒤에, 이러저러한 면에서는 조금 슬픈 일이네요, 라고 대답했다. 동료는 나를 잠깐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가만 보면 무슨 이야기든 그 안에서 항상 슬픈 점을 찾아내시는 거 같아요.”
“제가요?”
물론 내 이야기다.
조금 당황스러워 멋쩍게 웃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최근에 나는 어떤 이야기든 그 안에서 쓸쓸하거나 슬픈 어떤 지점을 포착한다. 불행이나 죽음, 외로움과 어긋남, 어쩔 수 없는 운명 같은 것.
그러나 실제로 내가 그런 사람인가, 하고 생각해보면 조금 의아하다. 물론 얼마간 우울한 면도 있지만 반대로 밝고 우스꽝스러운 면도 있다. 철이 안들어서 나이에 비해 장난기도 많다. 가끔이지만 웃긴(아마도) 농담도 할 줄 안다.
동료에게 나의 다른 면들도 보여주리라 마음을 굳게 먹었다. 팔색조의 매력을 제대로 뽐내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슬펐다. 아니, 아니다. 슬픈 건 아니다...
2
진심이란 대체 무엇일까?
자장 소스를 뒤적여 돼지고기만 골라 먹는 것처럼, 뒤죽박죽으로 섞인 마음 중 일부만 선택적으로 표현했다면 그것도 진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진심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3
최근에 권여선과 전하영의 소설을 읽었다. 둘다 마음에 들어서 신이 났다. 우연히 마음에 드는 소설을 발견하면 기분이 참 좋다. 보통 출퇴근길에 주로 읽는데, 소설이 지루하면 매 정거장마다 어디인지를 확인하게 된다. 미어캣이 된 것처럼 자꾸 고개를 빼꼼 든다.
권여선의 소설을 읽을 때는 내리고 나서도 아쉬워 플랫폼에 앉아 십 분 정도 더 읽었다. 서둘러 밖으로 나오니 출근길 햇살이 평소 같지 않았다. 어쩐지 더 밝고 화창해 보였다. 단전에서부터 즐거운 기운이 솟았다.
또 한편,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네, 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