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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와이 Nov 01. 2018

결혼하면 왜 남편은 효자가 되는 걸까?

                                                                                                                                                                                                                                                                                                                                                                                                                                   

불꽃튀기는 연애를 할 땐
명절에도 잠깐 자기 집 갔다와서 서로 만나기 바빴다. 

명절에 시내는 젊은이들로 북적였고, 
물론 나와 그대로 그 안에 있었다. 

어떻게하면 집에 안가고 조금이라도 같이 있을까 고민했고,
집에 가면 방에 틀여박혀 전화하느라 바빴다. 



그 땐 그랬다. 
제사든 명절이든 잠깐 얼굴만 비추면 되는 거였고
난 내 할 일을 하면 됐다. 



그런데, 결혼과 동시에 
명절은 더 이상 즐거운 날이 아니었다. 

더 이상 휴일이 아니었다. 

연애때는 앞 뒤 주말이 붙어있으면, 남자친구와 친구들과 놀 생각에 몇 달전부터 설렜다면, 
결혼 후에는 앞 뒤 주말이 붙어 명절연휴가 5일이 되는 순간엔 그냥 머리속이 아득해진다. 

언제부터 시댁을 가야하는거며, 난 언제까지 시댁에 있어야 하는 거고, 얼마나 일을 해야 하는 걸까 

집에는 언제가나 

친정이고 뭐고 그냥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연애땐 엄마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었던 구 남친 현 남편은 
결혼과 동시에 엄마를 매우 사랑하는 남편이 되었다. 



전에도 사랑했지만, 결혼과 동시에 더더욱. 매우 많이 


이건 내 남편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결혼 후 많은 남자들이 엄마아빠밖에 모르는 효자를 자처하고 나선 것.

물론, 효자 좋다. 내 부모 내가 챙겨야지 누가 챙기랴 싶지만은,
대부분의 남편은 자신이 효자가 됨과 동시에 그 효자역할을 아내에게 떠넘긴다.

효자는 당신이 됐지만, 노릇은 아내가 해주길 바란다. 


아이가 생기고 아이가 커감에 따라 남편은 가장의 무게를 느끼고,
아버지에게 자신의 인생을 본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가 가여워지고, 더 많이 찾아뵈려 노력한다. 

엄마에게는 자신을 키워준 엄마에게 총각때 했던 싫은 소리는 다 죄가 되고
엄마가 하는 소리 하나하나 더이상 허투로 들으려 하지 않는다. 
꼭꼭씹어 삼키고, 엄마의 말을 전부 지켜주려 한다. 




어렸을 적, 명절 때 할머니집에서 생긴 일화다. 
엄마는 반찬을 퍼나르느라 바쁘고, 밥상에선 아빠와 나 ,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투박한 손으로 생선을 곱게 발라 
어린 내 밥 숟가락이 아닌, 아빠의 밥 숟가락 위에 올려주셨다. 
몇 번이고 올려주셨고, 어린 나는 혼자 가시를 발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어린 마음에, 할머니는 아빠밖에 몰라 라며, 
얼마나 서운했는지 



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이해는 된다. 
내 자식이 일하느라 힘들고, 일해서 새끼들 먹여살리느라 힘드니 
내 자식을 챙기는 게 당연한 것. 

그런데 그 일화의 한구석에 있던 엄마를 돌이켜보면,
시댁에 와서 아들은 어머님이 발라주는 생선을 먹고 있는데, 
엄마는 밥이며, 물이며 몇번이고 왔다갔다하며 제대로 밥도 먹지 못하는 며느리가 보인다. 




참, 인생이란게 
어떤 누구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고, 느끼는 감정이 달라진다. 

아빤 모성애의 진한 감정을 느낄테지만, 
엄만 며느리의 설움을 느낄테지.




자신의 부모를 챙기고, 내 자식을 챙기는 건 부모자식간의 당연한 도리이다. 

나 또한, 지금은 며느리이지만 
훗날 며느리를 맞이할테고 시어머니가 될테고, 딸의 친정엄마가 되겠지. 

설움은 누구에게나 있고, 모성애도 부성애도 누구에게나 있겠지. 



누구의 편에 서야하는 걸까.





본론으로 돌아와서, 
효자가 되는 남편을 미워할 필요는 없는 듯 하다. 

내 부모의 소중함을 알면, 내 배우자의 부모도 소중한 걸 알아야 한다.

내 부모만 소중하면, 그건 싸움이 되는 거다.

그냥 착한 며느리, 순종적인 며느리이면 터치할 일이 없지만, 
알다시피 현대사회엔 똑똑한 며느리들이 참 많다. 

자신의 의견이 있으면 어필하고, 꼭꼭 숨어서 뒤에서 화를 참을 필요는 없다. 


그러니, 남편들이여

제발, 자기 부모가 소중하면 본인이 부모한테 잘 하면 된다. 
그걸 아내가 해주길 바라는 마음 대신, 그냥 본인이 잘 하면 된다. 

본인의 아내는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으니 그 이상의 것을 바라기보다 
그냥 자신이 부모한테 잘 하면 된다. 




그렇다고, 본인은 아내의 부모에게 전화한통 먼저 하는가 ? 

자신은 장인어른 장모님이 어렵다고, 
백년사위랍시고 가서 잠을 자든 뭘하든 상관없고 
전화한통 안하지만, 

와이프는 본인의 부모님과 먼저 통화하고, 먼저 전화하고 
친정보다 시댁을 더 많이 가는데, 그건 당연하고, 자신은 어려운가 ? 

자신이 어려우면, 아내도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효자가 되고 싶으면, 먼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내에게 먼저 고맙다고 말해주길.
부부관계가 평화로워야 효자든 뭐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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