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켈리와이 Nov 05. 2018

아내는 서운함이 남편에게는 가장의 무게가 쌓인다.





출근 길 남편을 데려다주는 길이었다.

바쁜 남편의 얼굴을 보는 유일한 시간이었고, 그와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는 잔뜩 날카로워져 있었다.


풀리지 않은 피곤함이 남편의 몸 사이사이에 박혀있는 듯 했다.


그 전날 어정쩡하게 끝낸 대화가 계속해 마음에 걸렸기에 풀어야 할 것 같아 이야기를 꺼낸다.

"여보, 어제 그 일은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말 한거야?"



최대한 풀어 나긋한 목소리로 질문을 한다.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까 수도 없는 질문을 생각했다.


돌아오는 답은 매몰차다.


"아니, 지금 출근길에 그 말을 해야겠어? 넌 꼭 그렇게 비꼬더라. 그것도 출퇴근길에 .

제발 좀 출퇴근길에 그런 말 좀 하지마."




수도 없이 많은 생각을 한 질문은 한 순간에 시기를 잘 못 탄 질문이 되있었고,

오늘도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끝이 났다.





결혼을 해보니 그렇다.


행복할거라는 환상에 젖어 꿈같은 결혼생활을 시작했지만,

현실에 순응해 살아가는 우리와 마주하게 된다.


행복하려고 결혼했고, 우리의 결실인 아이를 낳았지만

그 아이와 내 가족 잘 살기 위해서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


더 많은 일은 피곤함과 예민함을 가져오고, 대화는 건강해지지 못한다.




그의 대답에 난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아침부터 그는 비꼬는 내 말투에 출근길부터 피곤해졌을 것이며

나는 그의 대답으로 인해, 그 전 날 풀리지 못한 서운함에 오늘의 서운함까지 배가 되어

가슴이 켜켜이 쌓이게 된다.


별 거 아닌 일이다.


말 한마디가 굉장히 중요하단 것을 알지만, 가까이 있기에 툭 뱉는 말일 뿐이다.

그냥 내 옆의 사람은 이해해줄거라 생각하고 툭.

내가 너무 힘들기에 옆에 있는 너까지는 그러지 않길 바라니 툭.


툭 하고 던진 말이 상처가 되고 곪아서 고름이 된다.




대부분의 부부들이 겪는 흔한 대화.

서로의 일방통행. 일방적인 이해. 지속되지 않는 대화. 꾹 닫은 입




물론, 부부 사이는 소주 한 잔에, 스르르 풀리기도 한다.

(우리도 그 날 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긴 했다)




살다보니 그렇다.

결혼 생활이 쌓이고, 세월이 쌓이고

서로를 이해하기에 그냥 꾹 참고 지나갔던 일들이 아내에겐 서운함으로 쌓이고,

남편은 가정을 위해 쉴 새 없이 달리는 것 뿐인데 어깨엔 무거운 가장의 무게가 쌓이더라.




서로를 이해하면서 살아가라고 하는 어른들의 말이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해보다, 차라리 어느정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오래가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포기하는 것도 롱런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너무나 어려운 결혼 3년차.


4년차가 되면 나아지려나


작가의 이전글 운전대 앞 남편의 두 얼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