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5) Am 12. Oktober in Berlin
새로 발견한 카페에 들어왔습니다
널찍한 공간에 편안한 의자
우드 콘셉트의 인테리어
바깥사람들 구경하기 좋은 통창
꽤나 괜찮은 맛과 서비스
비밀번호 없는 빵빵한 와이파이까지
혼자 이런저런 작업하기에 딱입니다
마치 아지트라도 찾은 기분이 드네요
단 한가지 심각하게 구린 것은
플레이리스트
흘러나오는 비쥐엠이
구할 길 없이 처참합니다
몽글몽글 샘솟으려던 영감도
진하게 물들뻔한 사색도
희석시키는 그야말로
챙겨온 책을 다시 넣어뒀습니다
음악마저 좋았다면
빈자리가 없었겠지요
어쩌면 치명적인 선곡 덕분에
이곳에 머물 수 있는 것도 같습니다
플레이리스트만 좀 어떻게 했으면
싶은 동시에
이대로 쭉 구리길 바라는 모순
그래야 지금처럼
내가 앉을 자리가 있을 테니까요
사랑할 때도 이런 감정을 느꼈다면
너무 찌질한 인간인 걸까요
당신의 틈과 헝클어짐 속에서
우아하지 못했던 시간들
라떼 마끼아또를 다 마셨습니다
떠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