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자 : 이 장의 주제가 ‘참자기’로군요. ‘자기’라는 용어는 앞에서도 수차례 언급해 왔던 것 같아요. 굳이 여기서 다시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분석가 : 사실은 이 책의 모든 내용들이 다 ‘자기’(self)에 관한 것입니다. 이 책 후속으로 나올 책의 대부분이 ‘자기’에 관한 내용이 될 겁니다. 그만큼 ‘자기’는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장의 주제는 그냥 자기가 아니라, ‘참자기'(true self)입니다. 그 말은 ‘거짓 자기’(false self)도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죠. 그것은 다음 장에서 다룰 것입니다.
먼저 여기서는 ‘참자기’가 무엇인가를 다뤄야 되겠어요. 위니캇의 정신분석 이론은 ‘자기의 발달’이라는 맥락에서 생겨났어요. 인간의 정신적 건강에 대한 온전한 의미를 프로이트는 ‘자아’가 ‘초자아’와 ‘이드’의 영역에서의 발생하는 끊임없는 갈등을 극복하는 데에서 찾았던 반면, 위니캇은 어머니와의 좋은 관계를 가지는 것을 ‘자기의 개념’ 발달을 위해 필수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앞의 대화에서 보았듯이, 건강한 삶은 어머니로부터 여성적 요소를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프로이트는 자아의 건강함을 강조하면서, 자아 외의 다른 심급, 즉 이드와 초자아와의 갈등관계에서 찾았기 때문에 거기에는 ‘자기’에 대한 개념이 없고, 따라서 타자성 개입의 여지도 배제했습니다. 프로이트는 자아의 발달을 언급하면서,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아기가 자신 안에서의 정신적 발달을 통해 어떻게 사회적 존재가 되어 가느냐의 문제에만 매달려 있습니다. 그리하여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자신의 정신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삼았습니다.
철학자 : 그것을 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프로이트는 존재의 출발점을 데카르트의 독아론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분석가 : 동의합니다. 프로이트가 리비도를 거론하면서 ‘남성 리비도 일원론’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프로이트가 보는 여성관은 남성 중심의 독아론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남성적 리비도 일원론'이라는 것은 사람이 태어나면 남자나 여자나 모두 남성 리비도를 가지고 나온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에 남성 중심의 독아론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마땅합니다.
프로이트는 그렇게 모든 사람에게 남성적 리비도를 절대적 기준으로 제시해 놓고, 여자가 된다는 것을 그 기준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의 관점으로 본 것입니다. 말하자면 프로이트는 여자를 여자 자체로 보지 못하고 남성적 관점에서 여성들을 바라보는 것이거든요.
철학자 : 그것은 데카르트가 나, 또는 유럽인을 주체로 보고 타자 또는 제3 국가를 객체로 보는 관점과 똑같습니다. 데카르트의 주체 개념은 절대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타자와 상호적이거나 동등하지 않습니다. 프로이트가 남자나 여자나 공히 남성 리비도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남성 중심의 주체 개념인데, 그 점에서는 프로이트도 데카르트와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탐구자 : 프로이트는 마치 자승자박 하는 느낌인데요? 스스로 묶은 포박에서 프로이트는 어떻게 빠져나오죠?
분석가 :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히스테리 개념입니다. 모든 여성은 남성리비도로 살아가기 때문에 여성의 존재론적 출발점은 히스테리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자승자박 한 것이 아니라, 히스테리를 자신의 정신분석학의 출발점으로 삼고, 일평생 여성을 히스테리로부터 어떻게 해방시켜 줄 것인가에 관심의 초점을 놓치지 않았어요.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주제를 자신의 연구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삼는데, 오이디푸스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증상으로서 공포증과 히스테리, 그리고 강박증을 제시합니다. 히스테리가 여성이 남성화된 몸을 가진 증상이라면, 강박증은 남자가 가부장적 문화에서 남성적 사고에 갇혀 버린 증상이라 말할 수 있죠. 이렇게 보면 프로이트의 이론은 남성 중심적 독아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프로이트에 대해, 데카르트의 독아론적 사고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하기보다는, 데카르트적 독아론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환원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탐구자 : 앞에서 ‘자기’라는 용어를 발명한 사람은 바로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언급을 이미 하셨습니다. 그러나 자기의 개념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것으로 보이는데, 탈레스와 같은 자연철학자들의 철학까지 소급되는 개념인가요?
철학자 : ‘자기’의 근원을 규명하자면 자연철학은 배제해야 마땅합니다. 왜냐하면, 자연철학자들은 우주와 세계를 가능케 하는 아르케를 찾다 보니 우주와 세계를 하나 내지는 몇 개의 요소로 환원을 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만일 환원의 대상이 되면, 사물의 동일성을 해체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자기도 해체되어 자기의 개념을 추적할 수 없게 됩니다. ‘자기’는 환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고, 오히려 분석의 대상이 될 때 존재로부터 동일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분석의 analysis에서 ana라는 뜻은 ‘위로’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analysis라는 단어는 ‘묶여 있는 것을 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박홍규, 4권 180) 그래서 위로부터 내려오는 형상을 담는 존재자를 분석한다는 것은 여러 개의 자기 동일성이 하나로 묶여 있는 것을 푼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자기는 여러 동일성을 묶어 놓은 것이죠. 일자(一者)로서 우주만물은 모두가 하나로 있는 것입니다. 앞에서는 이것을 플라톤이 사용한 용어로 ‘자체성’이라 불렀습니다. 하나의 사물이 그 자체성으로부터 풀려나서 동일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존재자 안에 타자성이 들어와야 됩니다. 그래야 하나의 개체로서의 ‘자기 동일성’을 획득하게 되면서 하나의 존재자가 되는 것입니다.
플라톤에 의하면, 우주의 전체, 또는 일자에 속해 있던 존재자가 자기 동일성을 획득하게 되는 데에는 ‘영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해집니다. 플라톤의 대화편 [파이드로스] 편을 보면, 그 영혼은 자발성의 운동을 함으로써 다(多)를 만들어내면서 각각 개별적 존재자가 됩니다.
분석가 : 철학의 시작에서 자기의 분화가 일어나는 일이나 유아가 태어나서 존재론적 자기를 획득해 가는 과정은 상호 유비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의 말씀을 가지고 아기의 탄생을 유비적으로 서술하자면 이렇습니다. 아기는 태어나는 순간 전(全) 우주와 연결된 상태에서 우주의 한 부분으로 태어나게 됩니다. 이때 아기는 우주적 코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상태는 철학에서 말하는 ‘자체성’의 상태인 셈이죠. 그런데 아기는 지구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지구라는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구적 코드에 자신을 맞춰야 합니다. 1951년 독일의 과학자 슈만이 지구의 맥박이 7.83hz라는 것을 발견한 후, 그 맥박은 오늘날 슈만 공진 주파수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슈만은 지구상에 거주하는 생명체의 맥박수가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하였죠. 그 안에는 사람도 포함됩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우주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가 점차 지구의 주파수인 7.83hz에 맞춰지게 되는데, 그러한 변환은 어머니의 품 안에서 일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심장 박동이 바로 7.83hz입니다. 아기는 어머니의 품을 통해 심장 박동을 몸으로 체득할 뿐 아니라, 아기는 신체가 지닌 모든 감각을 어머니의 품을 통해서 통합해 가게 됩니다. 우주의 주파수를 지구의 주파수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아기는 자신의 생명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몸의 규모, 또는 자신의 존재의 규모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게 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영혼의 자발성’이자, ‘자기애’입니다.
탐구자 : 만일 사람이 우주의 주파수에서 지구의 주파수로 변환하지 못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 어떤 현상이 벌어지게 될까요?
분석가 : 대표적인 증상이 정신 분열증이나 자폐증입니다. 또한 공황장애도 그동안 지구의 주파수로 잘 살아내다가 신체가 그 주파수를 놓쳐버리면서 본래 태생적인 주파수인 우주의 주파수로 넘어가 버리는 현상에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탐구자 : 공황장애가 연예인들에게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분석가 : 한마디로, 연예인들은 자신의 존재의 크기보다 너무 크게 살기 때문에 공황장애가 찾아오는 것입니다. 그들은 늘 대중의 시선을 받으면서 살아가면서 그런 집단적 투사를 맞춰 살려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연예인들 뿐 아니라, 누구든 자신의 야망이나 꿈을 너무 비현실적으로 크게 가져서 자신의 존재의 크기를 벗어날 때 공황장애를 겪게 될 수 있습니다.
탐구자 : 공황장애를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매우 신선하게 느껴지네요.
분석가 : 그럴 겁니다. 아무도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공황장애는 불안증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이지만 이런 해석 체계 하에서 치료를 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됩니다. 자신의 삶의 규모를 자신의 존재의 크기에 맞게 줄여서 자기답게 살게 해 주면 공황장애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 또는 몸의 주파수를 지구의 주파수에 맞춰서 살아가야 마땅합니다. 공황장애는 환자가 이렇게 자기의 존재 규모에 맞게 살아가게 해 주면 의외로 쉽게 치료됩니다.
탐구자 : 분석가의 해석은 이해하기 쉽지만 그 해석만 가지고 혼자서 그렇게 해결하기란 쉬운 것이 아닌 것 같은데요.
분석가 : 그렇습니다. 내 말은 이런 해석체계를 가지고 있는 분석가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