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락 Aug 07. 2023

7. 혹시

엄마도?


혹시 [或 혹 혹 / 是 이 시]
1. 그러할 리는 없지만 만일에.
2. 어쩌다가 우연히.
3. 짐작대로 어쩌면.


주사를 맞고 나오는 길에 잠시 과일 시장에 들렀다. 집에 과일이 똑 떨어지면 불안한 엄마와 아빠인 걸 알기에, 며칠 째 ‘과일이 없어!’라는 엄마의 말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가면서도 내내 암 얘기뿐이다.


“엄마, 암이 꼭 죽는 병은 아니라지만,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잖아? 우래기 언니한테 입양 보내는 생각을 해봤어.“

“우래기를 위해서? 그럼 우리 미국에 자주 갈 수밖에 없겠다, 이모랑 친해지라고.”


-응? {1} 엄마도 해보신 걸까. 우래기를 언니한테 보내는 생각을.-


입양 얘기에 놀라지 않으시기에 상상해 보셨구나, 하는 순간, 곧장 “에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워야지.” 라고 하셨다.


-응? {2} 엄마도 해보신 걸까. 두 분이서 우래기를 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주위에 부탁할 사람은 너무 많지. 사촌들도 있고, 내 친구들도 있고. 근데 친이모 같진 않을 거 아니야. 한계가 있잖아. 그래도 언니가 낫겠지?”

“그럼, 이모가 낫지.”


대체 뭐가… 뭐가 더 나을까.                                     아니지, 살아야지, 오래오래 살아야지.                     지금 무슨 생각하냐.



23.07.21. 금요일.

우래기는 엄마 아들인데, 엄마랑 살아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6. 변덕스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