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햇살 아래
나른하게 감싸 안는 온기와
차분하고 고요하게 흐르는 바람을 따라
성급함은 잠시 접어두고
볕에 한가로이 기대어
마음을 충분히 채운다.
높이 올라간 하늘
산 너머로 흐르는 구름
재잘대며 지나는 바람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런 날이 있다.
무슨 일을 해도 잘 풀리지 않는 그런 날.
계획했던 모든 일이 틀어지고
마음은 어딘가로 가출해서 돌아오지 않는 그런 날.
벼랑 끝에 내몰려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기분이 드는 그런 날.
온종일 길을 헤매며
어깨에 힘이 쭉 빠지는 그런 날.
그럴 땐 그냥
‘에라 모르겠다!
마음이 급할수록
느릿느릿 천천히
떨어지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잔잔하게
먹구름이 잔뜩 끼여
곧 울어버릴 것 같은 까만 마음을
힘껏 잡아당겼다.
눅눅한 기분과 축축한 생각들을 쏟아내고 나니
한결 바삭해진 기분이 성큼 찾아왔다.
남아 있는 습한 기운은 오후의 따스한 햇볕에
좀 더 널어두어야겠다.
이따금씩 고요하게
다정하고 유쾌하게
잔잔하고 평온하게
잠시 머물다 간다.
헝클어진 머리와 헝클어진 마음과 헝클어진 시간을 잘 빗어 넘긴다. 엉킨 것들을 차근차근 풀어가며 가지런하게. 그냥 그렇게 된 것뿐이다.
그냥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