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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 May 21. 2024

유독 그리운 것에 키보드를 두들기게 된다.

돌아가신 아빠를, 지나간 어린 시절을, 그리고 그를 마음껏 그리워했다.

“글쓰기는 지나간 시간을 구하기 위한 시도다.”    

 

어느 책에서 이 문구를 읽고 공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유독 그리운 것에 키보드를 두들기게 되는가 보다.     


 지난 시간, 브런치에 글을 적으며 마음껏 돌아가신 아빠를, 지나간 어린 시절을, 그리고 그를 그리워했다. 가장 그리웠던 건 다름 아닌 그였다. 그러다 이따금씩 그가 사무치도록 그리운 날이면 그는 꿈속으로 나를 찾아온다. 돌아가신 우리 아빠도 한번 찾아온 적 없는 나의 꿈속이다. 꿈속에서도 그는 나를 원망했다. 왜 그랬냐고, 왜 나를 배신했냐고. 그러면 나는 울며 답한다. 사랑인지 몰랐다고, 받은 적이 없어서 몰랐다고. 사실 이것은 모두 핑계이고 그저 나의 어리석음이었다고. 하지만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은 나뿐이라는 것을 안다. 그에게는 끔찍한 기억으로만 남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독히도 평범한 혹은 평범하지만은 않은 내 어리석은 삶을 돌아보게 한 것은 돌아가신 아빠도, 항상 내 편인 엄마도, 나의 소중한 친구 M양도 아니었다. ‘언니 T예요?’에서 T를 담당하던 내가 사랑 타령을 하는 이 우스운 순간도 그가 내게 남겨준 것이었다. 100% 나의 책임인 우리의 이별은 나를 혹은 내 삶을 돌아보게 했다.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후회했고, 앞으로도 후회할 것이다. 그는 마지막까지 내게 깨달음을 주었고 나를 성장시켜 주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 아니, 그가 나를 떠나기 전까지 모든 관계에는 이별이 전제되어 있으며 정해져 있는 이별에 슬퍼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었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만남. 나는 지금껏 그 불안정한 관계 속에서 안정감을 찾아왔던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이혼가정에서 언제든 부모에게 버려질 각오를 하며 컸다. 성인이 되어서도 불행은 지속되었다. 지금껏 안정감을 누려보지 못했다. 그로 인해 내가 지금껏 누려보지 못했던 것을 느끼고 있음을. 그가 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가 내게 주었던 안정감 혹은 그에 대한 그리움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나를 돌아보고 내 삶을 돌아보았다. 돌이켜보니 그와 만나던 순간부터 그를 그리워하며 아파했던 순간까지 헛된 순간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어찌 내게 은인이 아닐 수 있을까. 이제 그를 그리워하는 순간까지 사랑한다.      


 그는 내 첫사랑이었다. 내가 타인에게서 ‘처음’ 진실로 마주한 사랑이었다. 내 첫사랑은 이렇게 내게 많은 것을 남기고 갔다. 반면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사실이, 아니 어쩌면 그에게 나는 좋지 못한 기억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장 슬프다.      


 나에게 글은, 어디 터놓을 곳 하나 없는 나의 그리움을 표출해 내는 창이자, 스스로에게 내린 면죄부이다. 이토록 이기적인 인간이지만 지난 시간을 후회하고 반성했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써 남긴다. 나의 결핍을, 나의 지난 후회들을 마주하다 보면 조금은 나은 인간이 되어있을까. 아직 괜찮은 어른이 될 기회가 남아있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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