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가정의 아이가 사는 세상이야기
“너 이렇게 말 안 들을거면 니네 엄마한테 가.”
“너 이렇게 말 안 들을거면 니네 아빠랑 살아.”
어릴 적 혼날 때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왜 태어난 것인지,
내 존재를 누군가 필요로 하긴 하는지.
초등학생 아이였던 내게 이것은 인생 최대 고민이었다.
우리 가족이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그 이유를 아무도 어렸던 내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누구 하나, 어린 내가 겪고 견뎌야 했던 아픔과 설움을 보듬어주지 않았다. 이혼 가정의 아이였던 나는 언제든 아빠나 엄마에게 보내질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고, 어리광 한 번 부리지 않는 성숙한 아이로 성장해야만 했다.
드라마, 예능, SNS,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플랫폼에서는 주로 이혼 과정이나 돌싱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굿 파트너’에서는 극 중 차은경 (이혼 전문 변호사)의 눈을 빌려 다양한 이혼 사례들을 그렸고, ‘나는 솔로’에서는 돌싱들이 커플 매칭을 시도한다. 또한 ‘돌싱포맨’ 에서는 연예인 대표 돌싱들이 그들만의 공감대를 재미있게 형성한다. ‘브런치’에서도 이혼하고 제 2의 인생을 사는 이야기가 주간 인기 글 상위권에 오른다.
이혼은 절대 숨기거나 금기시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플랫폼에 가볍게 소비되다 보면, 누군가에게 이혼이 정말 별일 아닌 것처럼 여겨질까 두렵다. 두 사람의 이혼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의 삶에 깊은 상처로 남는 중대한 사건인 것이다. 28년 인생을 살아온 지금도, 나는, 부모라는 울타리가 기능하지 못한 채 홀로 상처받았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여전히 무너진다.
우리 가족은 왜 떨어져야 하는 것이냐고 차마 묻지 못한 채, 외로이 그 시간을 견뎌냈던, 눈치 빠르고 성숙했던 아이를 꼭 안아주고 싶다. 어른들은 가끔 아이들을 너무 과소평가한다. 특히 이혼 가정의 아이들은 더 빨리 성장(?)하는 것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