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을 2개월 지난 시점...
올해는 내 교실에 13명의 학생들이 있다. 이 중에서 1학년은 9명이고 2학년은 4명이다. 작년에 가르쳤던 1학년 학생들 중에 도움이 조금 더 필요한 학생들은 내 반에 남겼다. 어쩌면 한국이었으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자녀가 학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학년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한 해를 더 보내야 한다면 펄쩍 뛸 부모가 대부분일 것 같다. 나의 반에서 1년을 더 보내게 된 학생들의 부모들도 마냥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자신들의 자녀들이 나와 한 해 더 함께 하게 된 것이 잘된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속 마음도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올해도 나와 2년째 함께 공부하고 있는 이 4명의 학생들은 확실히 학업에 있어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나의 스타일을 이미 알아서 일수도, 1학년 학생들보다 한 살이 더 많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을 수도, 또는 아주 단순히 한 살 더 더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이 학생들은 작년의 어린 티를 벗어 버리고 제법 의젓하게 1학년 학생들을 돕와주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곤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일까.
올해 우리 반에는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학생이 3명, 스피치 교정이 필요한 학생이 한 명, 학업적으로 많은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3명 정도 있다. 학습 전체 13명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이 아이들의 각자의 필요에 맞추어 지원을 한다는 덧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어 읽기나 쓰기 수준은 물론 수학을 비롯한 다른 학업과 관련된 모든 능력이 학생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서 전체 학생에 다 맞는 교수-학습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 모든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그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간도, 에너지도 충분하지 않다.
미국의 공립학교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많은 자원을 투자한다. 우리 반에서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은 교실 수업은 물론 매일 그들의 필요에 맞추어 개별화된 학습의 기회를 전문가들로부터 제공받는다. 때로는 교실에서 따로 빠져서 수업을 듣기도 하고 때로는 전문가들이 교실로 들어와서 그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전체 학급을 아울러야 하는 바쁜 교사에게 있어 이들 학생들이 추가로 개별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실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심적으로도 무거운 짐을 다소 내려놓을 수 있게 해 준다.
11월. 개학 후 2달이 지난 지금 교실은 어떻게든 굴러가고 또 학생들은 어떻게든 배우고 성장할 것이다. 교직을 시작한 지 25년도 넘은 이 교육자는 오늘도 정답을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