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32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쥬드 Jan 09. 2024

 세상에 '도움이 되자'는 브랜드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을 읽고

 나는 무인양품을 좋아한다. 어디에서나 일관된 매장의 분위기와 그 안을 채우는 제품들. 무인양품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훔쳐오는 기분이 들기에 좋아한다. 이는 일전 '브랜드 디깅 - 무인양품 편'에서도 자세히 살펴본 적 있다. 

 이에 대한 관심은 그들의 책을 읽는 것까지 확장되었다. '무인양품의 90%는 구조다', '매거진B:무인양품',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 총 3권의 책을 읽었다. '무인양품의 90%는 구조다'는 무인양품을 운영하는 양품계획의 회장 '마쓰이 타다미쓰가 지은 책으로, 무인양품이 세상에 출범하면서 어떻게 '무지그램'이라는 규칙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회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써져 있다. 오늘 얘기할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은 타다미쓰씨 이후 양품계획의 회장을 맡은 '가나이 마사아키'가 주도로 작성한 책이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점은, 무인양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은 '기업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첫 시작은 마치 인문학 책을 읽는 듯하다. 문화인류학자 가와다 준조의 "닭을 죽여 해체하는 일은 잔혹하고 더러운데, 포장된 닭고기를 슈퍼마켓에서 사서 가족이 다 함께 요리해 먹는 것은 따뜻하고 깨끗한 일일까." 말을 빌어 현대인의 '자기 가축화'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준다. 현대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 외의 신체적, 정신적 요소는 퇴화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자기 가축화'는 지나치게 풍요로워진 물질 사회에서 계속해서 새로움을 찾는 현대인의 모습을 꼬집는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무인양품'이라는 기업이 어떻게 활동을 전개해 나가는지 설명한다. 기업은 '대전략'을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그 '결과'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이라 설명한다. 무인양품의 대전략은 '도움이 되자'로,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삶의 기본을 한 단계 올려줄 수 있는 물건을 판매한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의 삶의 질적 향상과 무분별한 소비를 절제시킨다. 그로 인해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언뜻 보면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로만 들린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인양품은 집요하게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를 발견하려고 하고, 이를 통해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제품을 만들 때는 최대한 양질의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며 그에 합당한 가격을 책정한다. 꾸준히 고객의 행태를 살피고 필요 이상의 물건을 만들고 있진 않은지 경계한다. 그렇게 기분 좋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인양품은 '브랜드'를 제거하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선보이고자 노력했다. 사람들의 삶을 더욱 좋아지게 하는 '생필품'을 판매하였기에 일본을 넘어 글로벌로 진출하게 되었다. 세계 어디에서나 '물'처럼 똑같은 형태의 제품을 판매했고, 그 결과 어떤 브랜드보다 더 브랜드다워졌다. 이것이 내가 무인양품을 좋아하는 이유다.


Insight note

기업의 목적은 대전략을 수행하는 것이며 그 결과는 판매와 이익의 형태로 드러나는 게 당연합니다. p27.

개인도 회사도 나라도 같은 사이클로 돌아간다. '위기 > 혁신 > 발전 > 오만 > 무관심 > 의존심 > 위기' p42.

학교라는 제도의 최대 콘셉트는 '인간이란 부족한 존재'라는 것을 철저하게 가르치는 것. p46.

납득할 수 있는 좋은 형태가 나올 때까지 노력해,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그 낭비를 없애려고 한다. 그 결과 '심플'한 물건이 탄생했을 때 그것을 만드는 데 들어간 노력과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물건의 그림자로서 남는다. p53.

'빈곤이란 조금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한없이 많은 것을 필요로 하느라 계속 더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다.' -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허카. p68

소비사회는 생산력이 매우 발달해, 만들면 그것을 소비자가 사용한다 >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만들어 소비자에게 사게 한다 > 사게 해야만 한다는 식으로 변모해 왔습니다. p75.

디자인은 제작자가 말하는 게 아니라 대상이 말하게 하는 것이다. p83.

모든 면에서 파는 쪽의 사정이 아니라 사는 쪽의 논리를 우선. p103.

어떻게 무지는 기호가 서로 다른 나라들에서 같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죠? 대답은 '물'을 팔기 때문입니다. p107

아무튼 발상은 천동설 같습니다. 자신이 만든 상품 입장에서 시장을 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지동설처럼, 그러니까 시장의 입장에서 자신과 상품을 보는 습관이 아주 중요합니다. p141.

회사라는 무리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는 본능을 대신할 뭔가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사상입니다. p176.

이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고도정화사회를 앞두고 우리의 노동 방식은 보다 인간다워질 겁니다. 즉 인간으로서 가치관과 감각을 기반으로 자신의 특기와 좋아하는 것을 점점 갈고닦아 사람들에게 감동과 공감을 줄 수 있는 노동 방식이 될 겁니다. 그때 우리는 'Worker'에서 'Player'의 단계로 들어갑니다. p218.

목표로 하는 방향과 해내고자 하는 강한 마음으로 정보와 정보를 연결하고, 또 대화에서 얻은 아주 작은 힌트를 자기 머릿속에서 조합해 아이디어로 만드는 힘. p233.

목적이 있는 공부는 성장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로 즐겁습니다. p238.

로컬이란 '지방'이 아니라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관계성과 유대감'이다. p266.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알아가는 기분 좋은 기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