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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였다.

by 조윤히히히

23년 도쿄였다.


카페를 이미 두 군데 다녀오고

서점을 한 곳 들른 후


우리는 배가 고팠다.



걸어서 걸어서


요요기 공원 근처였나 보다.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배고픈 몸으로 식당을 찾으려니

얄밉게도 꼭꼭 숨어버린 가게들.


일행이 (특히 엄마) 배가 고픈 긴박한 순간이지만

유명한 카페는 눈에 들어온다.


야외 의자에 앉아 기념사진이라도 찍어보려는데


엄마는 또 카페냐며

몹시도 초조해한다.



배가 고파 몹시 초조해진 사람들








17년 도쿄였다.

나 홀로 길을 나선다.


지하철을 타고

요요기 공원 근처에 간다.


공원 안과 밖을 나누는

펜스 밖으로 한참 걸었다.

바스락 하고 낙엽이 밟힌다.


어딘가 언덕을 하나 넘고

드디어 사진으로만 보던 붉은 새 모양이 보인다.

카페 푸글렌에 온 것이다.


카페 안은 너무 멋진 나머지

영 위화감이 감도는 분위기라

밖에 자리를 잡는다.


카페라테와 시나몬롤.


따뜻한 커피가 손잡이 없는 투명한 유리잔에 담겨 나온다. 요즘은 익숙하지만 이때만 해도 낯설었다. 유리잔.


한 모금 커피를 마신다.

라테에서 숙주맛을 느껴버린다.

음- 이것이 선진 카페의 맛. 이란 건가.




멋짐에 섞이지 못한 채 숙주맛이 나는 라테를 마신다.









17년과 23년 푸글렌. 조금 바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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