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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준호 Jun 21. 2020

아내의 꿈

텃밭은 아내의 놀이터

아내는 텃밭 가꾸기가 소원이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의 삶을 로망으로 여기는 대부분의 남정네들이 노후에 전원생활이라도 해보려 시골살이를 기획하다가 이를 거부하는 아내들의 반대에 부딪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우리 아내는 보통의 아내들과 달리 거꾸로다. 다니던 직장을 은퇴하면서부터 반드시 텃밭을 가꾸며 살고야 말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흙투성이에 연일 풀 뽑는 일이 대순 줄 아느냐고 설득해 봐도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별 수 없이 텃밭 지을 땅을 찾아 나섰다. 집에서 텃밭을 오가며 농사를 지을 조건으로 우리 아파트 인근에 있는 지역을 돌아 다니며 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사방으로 수소문해 보았으나 마음에 드는 터를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땅이 좋으면 가는 길이 안 좋고, 터가 좋으면 거리가 멀고, 어떤 곳은 축사가 옆에 있고, 다 좋으면 마을이 맘에 안들고,..
 
 
 그러던 중 이곳 마을을 발견했다. 전주 시내에서 그닥 멀지 않아 아파트에서 다니기 딱 좋고, 게다가 텃밭에 농막이라도 가설했음 했는데 이처럼 작으나마 몸을 쉬일 집이 이미 놓여 있으니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다만 마을 전체가 호화 주택들이어서 우리 주택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느껴지기도 하나 우린 개의치 않는다. 우리 편의에 딱 알맞는 집인데다가 main house가 아니라는 점도 충분히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터가 주택지인 마을이어서 집 터를 모두 밭으로 사용하는 건 마땅치 않아 건물 주변의 터에는 모조리 잔디를 깔았다. 대신 나무로 텃밭상자를 만들어 건물 뒤편에 설치하여 텃밭 대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전면에는 보도블럭을 깔고 주차장도 마련했다. 홍가시 레드로빈 묘목을 사다 울타리도 조성하고, 울타리 주변으로는 아내가 가꾸고 힐링할 수 있도록 화단도 꾸몄다.
 
 오늘은 텃밭 상자 안에 거름을 붓고 땅을 갈아 엎어 밭갈이를 했다. 아내는 상추, 치커리, 당귀 등 원예 작물을 심어서 직접 가꾼 채소를 수확하여 요리하는 꿈에 부풀어 있다.
 
 드디어 아내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난 벌써부터 그녀의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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