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위스 여행 02. 어디로

Switzerland Tour

by okayjjang

여행 일정 짜기


사람도 정했다, 날짜도 정했다, 차도 정했다. 이제 차를 어디로 몰 지만 정하면 된다.


먼저, 구글 지도를 연다.

'스위스'를 검색한다.

자동 검색에서 슬쩍 들이미는 서대문구에 있는 스위스 그랜드 호텔을 고르는 실수는 사양한다,


구글 지도에서 굵고 큰 글씨를 살펴본다.

베른, 취리히, 제네바가 눈에 띈다. 베른은 수도, 취리히와 제네바는 국제공항이 있는 도시. 취리히는 KAL 직항이 있고, 제네바는 경유만 있다.


Google Map: '스위스' 검색 결과


지도를 조금 더 확대하면 주요 도시가 보인다.

로잔, 인터라켄, 루체른, 빈터투어, 장크트갈렌 등이 볼드체다. 가봐야 하는 도시인가 보다.


다음은 여행사 사이트를 검색한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그리고 자유여행 상품이 있는 여행사 추가.

각 사이트별로 유럽 여행을, 그중 스위스 여행에서는 어디를 가는지 주요 일정을 캡처하거나 노트에 메모한다. '오, 스위스를 간다라 함은 적어도 여기를 가 줘야 하는 거구나.'는 의미로.


물론, 여행 블로거들의 자취에서도 도움을 받는다.


튠 호수는 선이 꼭 보고 싶다고 했고, 마터호른과 몽블랑은 유경험자의 입장에서 꼭 보여주고 싶으니 넣어야 하고, 취리히는 도착과 출발을 위해서 거쳐가야 하고 등등... 이번 여행의 기본 조건과 스위스라면 눈에 담아야만 하는 필수 조건들을 더해 여행 일정이 하나씩 정해진다.


취리히에 도착하면 오후 5시가 넘으니, 취리히에서 1박. 렌터카는 취리히 공항에서 수령.


다음 목적지는 루체른. 하지만 이동 시간이 1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아침에 출발해서 지도상 위쪽인 샤프하우젠과 장크트칼렌을 넣어 돌아서 루체른으로 돌아 들어가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리라 예상.

그리하여, 2박은 루체른.


루체른에서는 리기산 다녀오고, 다음은 인터라켄으로 출발.

인터라켄에서 튠 호수 앞에서 물멍은 디폴트, 그리고 만인의 기본 중 기본인 융프라우 오르기. 융프라우를 오르면서는 그린델발트, 아이거도 보고 내려와서는 절경의 폭포도 보러 가야 하니 인터라켄에서는 하루 더 머물기로 한다.

고로 3박과 4박은 인터라켄.


Google Map: '인터라켄' 검색 결과


융프라우를 봤으니 느낌 다른 마터호른이 다음 순서가 된다. 인터라켄에서 일찌감치 출발해서 타쉬에 차를 주자차하고 기차 타고 체르마트 들어가서 마터호른 투어. 5박은 체르마트 당첨.


체르마트를 떠나서 레만 호수로 갈까 국경을 넘어 샤모니를 갈까 견주다, 몽블랑으로 결정. 6박은 스위스를 떠나 프랑스 샤모니로 들어가기로 함. 들어간 날 오후에는 샤모니 시내 구경을 하고, 에귀 디 미디 전망대를 올라 몽블랑 정상과 어우러진 알프스 구경은 다음 날로.


7박은 다시 스위스. 이번에는 몽트뢰. 레만 호수에 인접한 제네바, 로잔도 있었나 프레디 머큐리 덕분에 몽트뢰로 결정. 찰리 채플린도 사랑한 동네라는 몽트뢰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

일단 머물 장소를 몽트뢰로 정하니, 레만 호수를 중심으로 제네바도 로잔도 다녀올 참으로 8박도 몽트뢰로 결정한다. 두루두루 여유롭게 둘러보자는 마음에서. 하루마다 동네를 바꾸느라 가방 꾸리는 아침의 부산함을 하루쯤은 접어도 좋다.


9박, 마지막 밤은 옛 스위스 정취가 물씬 담겨 있다는 수도 베른. 구시가지 구경과 쇼핑을 기대한다. 베른에서 취리히까지는 도로 사정에 따라 1시간 ~ 1시간 30분 정도 걸리니, 점심때까지만 도착하면 렌터카를 반납하고, 오후 7시 3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저녁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면 그 안에서 하루가 넘어가니 10박은 KAL.


Google Map: 스위스 여행 경로 설정


구글 지도의 경유지 추가 기능으로 취리히 - 샤프하우젠 - 루체른 - 인터라켄 - 체르마트 - 샤모니 - 몽트뢰 - 베론 - 취리히 경로를 자동차로 이동하면 토털 11시간 43분 걸린단다. 이는 검색 당시 실시산 교통현황을 고려한 것이니, 열흘 동안 스위스 이곳저곳을 다니는데 운전하는 시간은 하루 당 1시간 정도로 예상. 운전하는 사람도 차에 타는 사람도 그다지 힘든 여정은 아니지 싶다. 동유럽 5개국을 다닐 때는 버스에 몸을 싣도 눈 뜨면 나라가 달라져 있었던 기억이 있다. 실려가는 편한 느낌도 있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맞추기 위해 종종거리는 느낌은 별도였다. 이번 여행은 자유 여행답게 변수를 즐기리라.


숙소 정하기


9박 11일의 여행 일정을 정했으니, 이제는 각 지역별로 숙소 예약하기.


여행에서 숙소가 차지하는 무게감은 적지 않다. 하루 스물네 시간의 1/3 이상을 보내는 공간이고, 잠자리가 불편하면 다음 하루를 찌뿌둥하게 시작하기 마련이고, 사소한 일에도 날 선 반응이 덤벼들어 서로들 예민해지곤 한다. 긴 여행에서 반드시 사양해야만 할 변수다. 숙소를 정할 땐 접근성이 좋은 위치, 쾌적한 내외부 환경, 주차 가능, 배신하지 않을 아침식사, 예산을 초과하지 않는 비용 등을 고려한다. 이번 스위스 여행에서의 숙소 예산은 1인당 1박에 10만 원 내외. 다섯 명이니깐, 하루 숙소 비용은 50만 원 ±10만 원 선으로 정했다.


정한 일정을 기준으로 hotels.com(호텔스닷컴), hotelscombined.co.kr(호텔스컴바인), kayak.co.kr(카약), expedia.co.kr(익스피디아), trip.com(트립닷컴) 등 여러 호텔 예약 사이트를 돌아다녔다. 해외여행에서는 익스피디아를 주로 이용했더랬는데, 이번에는 트립닷컴으로 갈아탔다.


Trip.com : 취리히 호텔 검색


이유는 같은 호텔이라도 예약 가능한 룸의 형태가 조금 더 다양했고, 지도 검색 기능으로 목적지 주변의 호텔을 편하게 비교 검색할 수 있었다. 또 결제 금액이 부가세 포함 금액이라 보이는 비용과 결제 금액이 동일했다. 결제 단계에서 부가세나 서비스 비용이 추가되어 결제 금액이 달라지는 것은 불편했다. 그러고 보니 트립닷컴은 4년 전 일본 여행 때만 해도 몰랐던 사이트였다.


Trip.com : 지도 검색 기능으로 주변 호텔 비교


호텔을 검색할 때는 날짜와 지역을 선택한 다음 인원수 5명 + 룸 2 ~ 3개가 아닌 인원수 2명 + 룸 1개로 선택한다. 3인실이 있을 경우는 인원수 3명 + 룸 1개. 검색할 때마다 느끼지만 인원수 5명의 조건으로 검색하면, 선택지가 좁아진다. 예약 대상이 싱글 침대 2개인 더블룸이 하나만 남아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똑같은 조건이 아니더라도 1~2만 원 차이로 동급의 룸은 꼭 남아 있었다. 그리고 3인실이 없을 경우는 2인실 2개, 1인실 1개로 나누어 예약했다. 조금 번거로운 감이 없잖아 있지만, 미묘한 가격 차이를 유리한 쪽으로 고를 수 있었다.


아, 호텔 예약 시 조식은 반드시 포함.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활기찬 여행이 가능하기에. 그리고 모닝커피도 꼬옥 필요하다. 눈꺼풀에 붙은 나른한 기운을 떨치기에는 진한 카페인만 한 것이 없다.


취리히, 루체른, 베른, 샤모니에서는 적당한 호텔을 물색하였으나, 인터라켄, 체르마트, 몽트뢰에서는 예산 범위 내에서 호텔을 고르기 어려웠다. 유명한 동네일수록 방 구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하여 에어비앤비(airbnb)에 첫 도전.


airbnb.co.kr : 인터라켄 레이크뷰 아파트 검색


에어비앤비에서도 '여행지: 인터라켄', 체크인 & 체크아웃 날짜, '여행자: 성인 5명'을 선택하면, 경우의 수는 확 떨어진다. 2명 ~ 4명이라면, 적어도 2배 이상의 선택지가 주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옵션을 성인 4명으로 해서 검색하고,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은 성인 5명이다. 당신네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드는데, 예약할 수 있을까?'라고. 한글로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영어로 쓴 문장을 구글 번역기로 검증한 다음 보내기도 했다. 자동 번역 기능이 있어,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힘들지 않았다. 상대가 한글로 답장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메시지 문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서로 살짝 어색하게 아를 아로, 어를 어로 받아들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듯했다. 그린델발트 근처에 있는 숙소 하나, 튠 호수 근처에 있는 숙소 하나는 인원 초과를 이유로 거절되었다. 지도와 사진 만으로 최선과 차선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5명이 수용 가능한 레이크뷰 숙소로 결정했다. 사진만큼의 뷰가 확보된다면 더없이 멋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서.


스위스 관광처에서는 체르마트는 마터호른의 발치에 있는 동네라고 설명한다. 이 동네는 자동차를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럼? 타쉬(Tasch)라는 동네에 주차를 해 두고, 기차를 타고서 들어갈 수 있다. 체르마트 시내(작은 마을의 느낌)에서는 작은 전기 자동차나 자전거 등만 돌아다닌다. 몽블랑, 마터호른 등은 살면서 꼭 한 번은 가봄직한 산들이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등반을 하는 것도 좋고, 하이킹만 해도 좋고, 스키를 탄다면 더 멋들어지게 즐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스위스관광청: 체르마트(Zermatt)


체르마트에서는 관광명소답게 호텔을 예약하기는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에어비앤비에서 찾은 숙소는 역에서도 가까웠고, 공간도 여유로워 보였다. 체크인 시간 전에 도착하는 경우, 캐리어도 맡길 수 있었다. 15년 전에는 역의 왼쪽 편에 있는 야영장에서 텐트를 쳤더랬는데, 이번에는 푹신한 침대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묘했다. 좋은 쪽으로.


호스트에게 예약 요청 메시지를 보냈더니, 다른 지역에 비해 질문이 많았다.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멤버의 개인 정보(이름, 생년월일, 국적, 사용언어, 주소 등), 예약자의 경우 이메일, 연락처 포함해서 알려 달라고 했다. 이는 체르마트 관광청의 요청사항으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했다. 메시지로 정보를 보낸 다음, 예약은 확정되었다.

Google Map: '몽트뢰' 검색 결과


여행의 막바지에는 많이 돌아다니기보다 한 곳에 머물면서 적게 움직이고 쉬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레만 호수 오른쪽에 위치한 몽트뢰로 정했다. 몽트뢰에서 머물면서 제네바도 다녀오고, 로잔도 다녀올 요량이었다. 숙소는 밥도 해 먹고, 삼겹살도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호텔이 아닌 에어비앤비에서 골랐다. 방도 많고, 주방과 거실이 여유롭고, 석양이 예쁜 집에서 이틀을 머무르기로 했다.


마지막 밤은 베른 구시가지에 가까운 호텔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자기 전에 짐을 꾸려 놓고, 호텔에서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취리히로 이동해서, 스위스와는 안녕을 고하는 것으로 마무리.


I think...


호텔 및 에어비앤비 숙소 예약까지 마쳤더니, 기분 상 스위스와 그 주변국을 적어도 다섯 번은 다녀온 듯했다. 비행기도 안 타고, 구글 지도와 사진만으로 다녔으니 시간은 쏟았으나 돈은 아낀 셈인가?

keyword
이전 01화스위스 여행 01.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