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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여행 03. 급변심

Switzerland Tour

by okay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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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로 떠나기 전에 환전을 얼마나 하는 게 좋을까 정도의 이슈만 남았다 여길 즈음, 이 양반들이 단체로 변심을 했다.


대표로 선이 꼬물꼬물 말을 꺼낸다.


'다들 그러더라.'

'다? 누구? 뭐?'

'음...'

'뜸은 사양하오. 그냥 불어!'

'아니...'

'어, 그러니까 머.'

'아니... 힘들 게 그 멀리까지 가는데...'

'가는데, 모.'

'그... 어렵게 시간 내서 가는 건데, 한번 움직이는 김에 좀 더 길게 다녀오라고들 그래서...'

'잠깐잠깐. 시간 없대매. 예약 다 해 놨는데?'

'그런 줄은 알지. 그래서 묻는 거지. 그럴 수 있는지 없는지...'


뜸을 들이고 생각하는 사이,


'안 되면 말고!'


말은 참 쉽다.


안 될 건 없다. 다만, 이미 예약 끝난 걸 변경하거나 취소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을 뿐.


모두의 일정 상 돌아오는 날짜를 바꿀 수는 없으니 출발일을 앞으로 3~5일 정도 당겨보는 것으로 합의했다. 폭탄 투하해 놓고 슬며시 머금은 네 사람의 미소에 함께 웃고 말았다.


항공권 변경 vs. 취소


우선, 항공권을 확인했다. 6월 15일 또는 17일 출발하는 취리히 직항에는 예약 가능한 다섯 자리가 있었다. 열흘 시간을 빼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보름 더하기 하루까지는 너무 길고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사흘만 늘려 보자고 제안했고, 모두 흔쾌히 접수했다. 사흘 동안 어디를 가느냐 보다 일단 6월 17일 자 항공권 확보가 먼저였다.


출발일을 바꾼 항공권을 구하는 데는 변경과 취소 후 신규 구입,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변경을 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돌아오는 30일 자 항공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출발일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취소 후 신규 구입의 경우 왕복 항복권에 대한 예약을 모두 취소하게 되니 신규 구입 시 30일 자 항공권의 예약이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하나, 변경의 경우 1인당 12만 원, 취소의 경우 3만 원의 수수료가 든다는 차이도 있었다. 그리고 변경의 경우 추가 비용인 1인당 12만 원만 내면 되지만, 취소의 경우 결제 금액 그대로 환불 처리되는데, 현금 결제한 경우 계좌로 리턴, 카드 결제한 경우 카드 결제 취소 처리하는데 영업일 기준으로 2~3일이 걸린다.


대한항공 항공권 변경 및 환불 정보


사고자 하는 항공권은 대한항공 사이트에서 구입하는 일반석으로 가장 저렴한 녀석이었다. 항공사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 인터넷으로 확인한 사항이 맞는지 확인하고, 결단을 내렸다. 9만 원 아끼기로. 구입했던 5장의 항공권을 취소하고, 6월 17일 출발, 6월 30일 도착하는 항공권을 새롭게 구입했다. 몇 달 사이 취리히 왕복 항공권 가격이 12만 원 정도 저렴해졌기에 취소 수수료 3만 원을 내고도 1인당 9만 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아낀 만큼 푸짐한 밥상을 기대해 본다.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이탈리아


이제는 사흘 동안의 여행 일정을 만들어야 한다.

스위스 남서쪽의 생모리츠 쪽을 다녀올까 주변국을 돌아볼까 찾아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이탈리아 돌로미티가 눈에 들어왔다. 2007년 동유럽 5개국 투어 중 다녀온 잘츠부르크는 촉촉하고 차분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다시 가보면 또 다른 느낌을 담고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이동 거리는 제법 되지만 시도해 보기로 했다.


잘츠부르크 2007

그리고, 이탈리아 돌로미티. 돌로미티 사진을 보고서 아니 가 볼 수는 없었다. 이탈리아의 알프스도 직접 즐기고 싶었다.


Wikipedia.org: 돌로미티(Dolomities)


취리히에서 잘츠부르크까지 하루에 움직이는 것은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초과하는 530 킬로미터 수준이다. 이는 여행의 시작으로 너무 무리다 싶어, 중간에 독일 뮌헨에서 하루를 쉬어 가는 방법을 찾았다. 취리히에 도착해서도 지도상 조금은 동쪽으로 나와 추가된 3박 첫날은 빈터투어에 자리를 잡았다. 빈터투어에서 샤프하우젠으로 이동해 라인 폭포를 본 다음, 독일로 넘어가 퓌센에서 성 투어를 하고 뮌헨 시내로 들어가면 이동 거리는 약 360 킬로미터. 움직여 보고 교통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시간 여유가 없다면 중간에 볼거리를 건너뛰기로 마음먹었다.

Google Map: 취리히 - 빈터투어 - 뮌헨 - 잘츠부르크 - 돌로미티 - 인스브루크 - 취리히 (2박 3일) 일정


스위스 빈터투어에서 1박, 독일 뮌헨에서 2박, 그리고 이탈리아 돌로미티를 갔다가 취리히로 돌아올 것을 계산해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3박을 조식 포함된 호텔로 예약했다. 호텔비는 스위스에 비해 뮌헨과 인스브루크가 저렴했다. 지내기 좋았던 호텔의 순위를 매기면 인스브루크가 단연 1위였다. 공간도 넓고 깨끗하고, 전경도 멋지고, 아침 식사도 맛있고, 그 모두가 좋았다. 아, 와인도~


뮌헨에서 잘츠부르크까지 144 킬로미터, 잘츠부르크에서 인스브루크를 거쳐 돌로미티까지 355 킬로미터, 돌로미티에서 인스브루크로 돌아오기까지 175 킬로미터. 인스브루크에서 아펜첼을 거쳐 취리히로 돌아오는 거리는 190 킬로미터 살짝 초과. 보고 싶은 것은 분명한데, 숙소를 예약한 다음에도 긴 이동 거리로 인해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그리하여 복안으로 잘츠부르크를 생략하는 방법도 염두에 두었다.

Google Map: 취리히 - 빈터투어 - 뮌헨 - 돌로미티 - 인스브루크 - 취리히 (2박 3일) 일정


I think...


이제 진정 취리히행 비행기만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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