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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여행 06. 라인강

Switzerland Tour

by okayjjang

새벽 산책을 부르는 빈터투어 초록


해는 저녁 아홉 시가 넘어야 떨어지고, 한국과의 시차는 -7시간이다. 이틀 전만 해도 활동을 시작할 시간에 잠이 들었으니, 스위스 시간으로 새벽 4시에 일어난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한국시간으로는 오전 11시니까.


너도 나도 새벽부터 눈이 말똥말똥하다. 아침 식사는 7시에 준다 하니, 할 일은 빈터투어 새벽 산책이다. 해가 밤새 지긴 했나 싶게스리, 새벽부터 세상이 환하다. 룸메끼리 동네 한 바퀴씩 하고, 힘 남은 사람은 또 한 바퀴를 더한다.

빈터투어 새벽 산책


지난밤에 늦게까지 공원에서 한잔한 이들의 흔적이 뜨문뜨문 남아 있긴 하지만, 새벽의 초록은 그런 것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느낌이다. 마냥 초록초록하다.


빈터투어 파크 호텔 옆 공원


건설현장 좀 다녀본 사람이라 그런지, 스위스는 어떻게 공사를 하나 쓰윽 스캔해 본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리정돈된 분위기.


호텔 맞은편 공사 현상


호텔을 중심으로 두고 어제저녁에 가 보지 않았던 길로 산책을 다닌다. 호텔 옆에 있는 공원, 호텔 대각선 맞은편에 있는 공원을 둘러본다.


빈터투어 시내


낯선 동네에서 인적 드문 시간에 초록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굴엔 화색이 돈다. 눈꺼풀은 무거울지언정.


산책에는 토끼도 동행. 사람을 대신해 빈터투어 풍경 속에 담아 본다.


흰 토끼, 빈터투어 새벽 산책에 나서다


첫 호텔 아침 식사


산책 다녀오고(선은 조깅했다고 주장하지만 보지 않았기에 증명 불가), 개운하게 샤워를 끝내고 호텔 1층 레스토랑에 모여 앉았다. 에그스크램블 두 스푼, 베이컨 한 장, 소시지 하나, 요구르트 한 사발, 오렌지 주스 한 잔 그리고 살구와 살구 두 배 만한 사과. 빠질 수 없는 건 에스프레소. 커피만은 종업원이 직접 주문을 받고 가져다주고, 나머지는 모두 셀프 바를 이용한다. 커피 참말 맛난다. 덕분에 눈꺼풀이 부드러워진다. 역시 카페인이야~


건데, 사과가 말이야. 넘 귀엽게스리 아담하더란 말이지. 살구 형님 수준. 맛은 서광과 산사의 중간쯤.


아, 그리고 첫날부터 살구에 빠졌다. 맛난다, 살구!


빈터투어 파크 호텔 조식


다시 짐 꾸리기.


어제저녁에 종이 상자에 든 음식들을 상대적으로 캐리어 공간이 여유가 있는 희, 현, 은 세 사람이 나누었다. 덕분에 각자의 가방은 묵직해지고, 상자는 사라졌다. 사실은 접혔다. 은이 짐을 꾸리면서 선의 신랑 이름이 적힌 사과 상자를 챙겨 온 덕분에 쓰레기로 버리자니 뭔지 모를 미안함에 접어서 차에 싣고 다녔다.


넌 누구니? Tourist Tax (or City Tax)


체크 아웃하면서, 주차비도 정산하고 시티 세(City Tax)도 냈다. 세금을 내라고 해서 우선은 냈지만, 그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 그 후, 가는 곳마다 대부분 시티 세를 냈다.


관광 세(Tourist Tax) 또는 시티 세(City Tax)라고 불리는 세금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호텔, 호스텔, 휴가용 렌털을 할 경우 그 관광객에게 부과한다. 우리 동네 놀러 온 당신, 세금 내시오 라는 느낌. 가끔은 호텔 객실 요금에 포함된 경우도 있다곤 하지만 이번 여행 내내 체크아웃할 때 따로 비용을 지불했다. 아, 그리고 국가마다 도시마다 세율이 다르다고 함. 이탈리아에선 숙소 유형과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함. 그 요율은 해당 지자체에서 공시를 한다고 함. 찾아볼 생각까지 안 했음. 그렇게 모은 세금은 다시 관광 산업을 위해 쓴다고 함.


이 모든 사실은 여행 끝나고 chatGPT에게 물어봄. 질문은 'I want to know about city tax or city fee in switzerland.' 그 답에서 Tourist Tax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한번 더 물어봄. 'How much do I pay toutist tax in Swiss?' 그리고 한 가지 더. 'Do other countries in Europe have a tourist tax or city tax?'


이 세금은 예산 외 비용이었다.


어제저녁 맥주도 좋았고, 푹신한 호텔 침대도 좋았고, 아침의 고요한 산책도 좋았고, 아침밥도 맛있었고 모두 다 좋았다. 빈터투어, 짧게 만났지만 스위스의 첫인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샤프하우젠(Schaffhausen), 라인 폭포(Rhine Fall)


자, 다시 시동 걸고~ 라인 폭포를 보기 위해 샤프하우젠(Schaffhausen)으로 출발.


Google Map: Winterthur Park Hotel 發 Rhine Fall 着


시원스레 쏟아지는 폭포를 보기 위해 목적지는 샤프하우젠, 라인폭포로 설정한다. 호텔 주차장을 벗어나자마자 네비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구글 너 진정 이렇게 나올 것이냐 하고 따져 묻고 싶지만, 알려주는 아이의 잘못이기보다는 말귀 어두운 나의 몫이거니 하고 넘어간다. 뻔하게도, 가지 말라는 골목길로 들어선다. 사연 인즉은 눈으로 보는 고속도로 표지판과 구글 네비가 가라고 하는 길이 달라서 핸들을 내 맘도 돌린 탓이다. 차 안에서는 덕분에 차 타고 동네 구경한다면서 좋아해 준다. 난 또 그 덕분에 열 뻗치기 전에 제대로 길을 찾는다. 빈터투어를 그냥 떠나기 아쉬워 두루두루 한 바퀴 하면서 단독 주택들 감상하고 드디어 안녕을 고한다.


고속도로에 오르기 전에 주유를 한번 하기로 한다. 기름이 얼마 없다고 봤고, 이참에 주유하는 법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네비를 보니 고속도로 진입 전에 주유소가 있다.


차를 세우고, 주유구를 열려고 버튼을 찾는다. 은이 조수석 문을 열고 내리면서 알려준다. 그냥 주유구를 누르면 열린다고. 그랬다. 폭스바겐 투아렉은 주유구 버튼이 차 안에 따로 있지 않았다. 주유구를 열고, 주유기를 한번 쳐다 보고 가늠을 해 본다. 휘발유를 넣어야 하고, 차의 기름통 쪽에 적혀 있는 95라는 숫자와 주유기에 적힌 95라는 숫자가 같은 의미라고 판단했다.


건데, 주유 먼저 계산 뒤인지, 우리 식으로 카드 꽂고 주유하고 계산인지 구분이 안 된다. 그리고 셀프 주유라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 주유소 내 편의점처럼 보이는 공간에만 사람들이 보이길래, 가서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서로 짧은 영어로는 대화가 되지 않아, 몸짓 언어로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알려 준 대로(맞을 거야!) 기름을 넣는다. 어째 들어가나 싶더니 금방 팀 하고 끝이 난다. 더 넣어 볼래도 튕기기만 한다. 어쨌든 들어가는 시늉은 했으니 편의점 내 계산대로 달려가 주유기 번호를 알려주고 카드를 건넨다. 탄산수 한 병 더해서 14.04 CHF 계산 끝.


시동을 걸면서 알았다. 투아렉의 기름통엔 휘발유가 가득 차 있었다. 대체 뭘 보고 기름이 없다고 봤는지 어이가 없었지만 시치미 뚝 뗀다. 만원치 기름 넣었으니 가자~


샤프하우젠 시내에서도 길이 헷갈려 좌회전하면서 실수 한번 하고, 이 때도 비상등 먼저. 여행하면서 운전하는 내내 느낀 점은 도로 위에서 나 외에 누구도 나의 실수를 책망하지 않는다, 양보받기 어렵지 않다, 친절하다는 것이다. 차량들은 모두 정면과 운전석, 조수석은 연하게, 뒷좌석과 트렁크는 진하게 선팅 필름을 붙이고 있었다. 운전하는 동안 상대 차량의 운전자가 누군인지 무슨 짓을 하는지 훤히 보인다는 것도 어설픈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으로 상대방의 실수나 의도가 보이기도 해서, 피할 수도 있었다.


실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라인 폭포 주차장 앞에서 또 한 건 했다. 주차장 입구에 바가 드리워져 있었고 그 앞에서 버벅거렸다. 차량 번호 자동 인식에 너무 익숙해진 탓이었을까. 주차 바가 안 올라가는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비상등을 켜고 후진을 했다가 다시 들어와도 소용이 없었다. 저만치 뒤차가 오는 걸 보고, 여긴 지정 주차인가 보다 하고 위쪽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도 마찬가지. 주차 바가 안 올라간다. 그래도 쩌어기 사람이 보인다. 관계자 같아 보이기도 했다. 가서 주차장에 어떻게 들어오냐고 물었더니, 와서 알려 준다. 버튼을 누르고 주차 카드를 받으랜다.


'으악~ 왜 내 눈엔 그 버튼이 안 보였던 거냐고요'


또 한 번 바보 되고, 주차 완료.

그대들의 모른 척에 감사드리오.


시원한 물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도착했소이다. 라인 폭포!


샤프하우젠: 라인 폭포(Rhine Fall)


하늘은 한없이 파랗고, 햇살은 작렬한다. 아침에 얼굴과 팔에 선블록을 발랐는데, 창이 이길까 방패가 이길까 궁금해진다. 매표소를 찾아 어떤 종류의 티켓이 있는지 살펴본다. 폭포 관광을 할 있는 유람선이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등으로 구분되어 코스가 조금씩 다르다. 우리가 고른 것은 노란색 유람선. 폭포 중앙에 있는 바위까지 데려다주고 그 위를 올라가서 폭포를 구경하고 나면 다시 데리러 온다.


샤펜하우젠: 라인폭포 노란 배 티켓


유람선을 타는 내내 호쾌한 물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샤프하우젠: 라인 폭포 전경


폭포의 상단부에도 사람들이 있고, 맞은편 성에서 사람들이 폭포를 감상하고 있다.


샤프하우젠: 라인 폭포 상단


스케일이 어마무시한 정도의 폭포는 아니지만 파란 하늘 아래 맑은 물이 거침없이 흐르는 소리만 들어도 여기 참 좋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기분 좋게스리 무지개도 만나고.


샤프하우젠: 라인 폭포에서 무지개를 만나다


라인강


'라인강 = 독일'로 알고 있었다.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너무 익숙한 탓이다. 라인강의 발원지는 스위스라는 사실은 새삼스러웠다.


The Rhine River - World in maps (URL: worldinmaps.com/rivers/rhine/) ※출처를 밝혔으나 저작권에 문제 시 삭제 예정


스위스에서 시작한 라인강은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를 지나 북해(North Sea)로 흐른다. 우리네 강은 산에서 시작해 동해, 서해, 남해로 나갈 뿐 나라를 가로지르는 경우는 없다 보니, 강 하나가 여러 나라를 걸쳐 흐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재미있다.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를 지나는 라인강 크루즈 여행도 있다고 하니, 물이 좋고 배가 좋으면 한 번쯤 시도해 봄직하다.


라인강에서 만난 물고기들은 과연 어디까지 갈까?


샤프하우젠: 라인강 맑은 물에 사는 물고기들


유람선을 타고 라인 폭포 구경을 마치고, 선물가게 들러 엽서도 사고, 마그네틱 기념품도 산다. 스위스답게 빅트로닉스 칼도 만지작거려 본다. 빅트로닉스는 선택 조건이 훨씬 좋은 전문 매장이 따로 있을 터이니, 여기서는 사지 않기로 한다.


엽서로 보는 라인 폭포


아침 먹고 40분쯤 달려 샤프하우젠, 라인 폭포에 도착해서 유람선 타고 물놀이했으니, 배가 슬슬 고플 때가 되었다. 라인 폭포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남기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


샤프하우젠: 라인폭포 셀프 단체 샷


I think...


몰래몰래 혼자 뻘짓 많이 했다. 라인폭포 주차장에서 나오면서, 첫 주차비 정산. 이때도 정확하진 않으나 또 버벅버벅. 그래도 처음 쓰는 기계라 봐 줄만 했다. 이탈리아에서도, 프랑스에서도 주차비 정산 기계랑 씨름 좀 했다. 주차 앱을 깔아서 카드 결제하는 것도 해 봤다. 건데, 그 모든 것이 흡족하게 '아, 잘했다.'는 아니었다. 의심이 살짝 남아 있긴 한 채로, 넘어가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 정 안되면 렌터카 통해서 청구하겠거니 하고 패스.


꼼꼼한 듯 얼렁뚱땅.

꼼꼼한 척이었을까?

여행에선 그래도 된다!

이 순간은 노마드(Nomad), 방랑자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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