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폭포를 봤으니, 이제는 도이치(독일)로 가 볼까?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도이치 뮌헨(München). 최근에 김민재 선수가 이 동네 축구팀으로 간다는 소식에 이름을 자주 듣는다. 여전히 EPL 토트넘의 스트라이커 케인도 뮌헨을 가네마네 하는 통에 뉴스에서 자주 접한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뮌헨은 경유지 역할만 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가거나 이탈리아 돌로미티를 갈려고 하니 중간 경유지가 필요했고, 위치 상 뮌헨이 제일 적합했다.
샤프하우젠에서 뮌헨까지는 300Km가 넘는 거리라, 한 번에 달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고른 곳이 도이치 퓌센(Füssen)이다. 아름다운 성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Google Map: 스위스 샤프하우젠 發 도이치 퓌센 經由 도이치 뮌헨 着
폰으로는 구글 네비를 켜고, 차량 내부 네비도 함께 퓌센의 모 주차장으로 함께 설정하고 출발한다. 음성 지원은 구글로, 차량 네비는 오프.
하늘은 맑고 도로에 차량은 많지 않고 드라이브하기 참 좋다. 얼마 달리지 않아 톨게이트 닮은 곳을 지나쳤다. 조금 더 달렸더니, 구글 네비가 먹통이다.
'아, 지도의 진한 회색 선이 국경을 뜻했구나.'
스위스에서 도이치로 넘어온 것이다. 공항에서 출입국 수속할 때면, 이 관문을 거치면 다른 나라로 가는구나라고 실감하곤 하는데, 이것은 살짝 어색하다. 아무도 묻거나 잡지 않는다. 다만, 로밍 통신사만 말썽이다.
도로변에 쉬어갈 수 있는 갓길이 있어 잠시 멈춘다.
끊어진 통신 덕분에 달리던 길 멈춰 섬
차에서 내려 스트레칭도 하고, 하늘을 노니는 새들도 바라보고, 자전거 라이딩하는 사람들도 구경한다. 폰에서 로밍 통신사를 도이치 회사로 바꾼다.
하늘 나는 새 구경
밥부터 먹자
오후 1시 넘어 호엔슈방가우 주차장에 도착한다. 중요한 건 고픈 배 채우기. 주차하고 눈앞에 보이는 식당으로 직행한다. 언뜻 보기에 사람도 제법 있어 보이고, 무엇보다 한낮에 많이 걷고 싶지 않다. 식당 내부도 넓고, 바깥 테라스 공간도 넓다. 습한 날씨가 아니니 그늘에만 있어도 더위는 한풀 꺾이는 느낌이다. 안팎을 돌아보다 인기 많은 테라스 테이블에 자리 잡는다.
'감자튀김'
을 외치는 희와 은.
'접수'
그리곤 마음대로 주문하란다.
스테이크, 샐러드, 피자, 감자튀김을 주문하고 탄산 주스도 맥주도 곁들인다. 독일 왔으니 맥주를 맛보는 건 당연하다는 선. 가는 동네마다 맥주 시음을 하겠노라 장담한다.
퓌센에서의 점심(감자튀김 필수)
노이슈반슈타인 성, 호엔슈방가우 성 그리고 바이에른 왕실 박물관
자, 든든하게 점심을 먹었으니 퓌센 성 구경을 나서 볼까!
퓌센을 두 번째 코스로 정한 건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궁금해서다. 언덕 위라고 하기보단 산중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은 디즈니 로고에 나오는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고, 그 맞은편 언덕 위에 있는 호엔슈방가우 성(Schloss Hohenschwangau)은 루트비히 2세의 여름별장이었다고 한다. 오후 내내 한참을 땀 흘리면서 둘러봤으나 여전히 이름이 낯설고 입에 붙지 않는다.
매표소에 갔더니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당일 입장표는 매진되었고, 호엔슈방가우 성은 여유가 있단다. 그리고 바이에른 왕실 박물관은 시간 관계없이 바로 입장 가능하다고 해서, 박물관 입장표를 5장 산다. 호수 앞에 있는 박물관 입구를 못 찾아 건물 뒤까지 삥 돌다가 노천카페 주인장에게 입구를 물어본다. 설명을 듣고서야 지나쳤던 입구가 보이는 건 요술 아닐까.
도이치 퓌센(Fussen): 박물관 앞 호수 그곳을 노니는 백조
박물관은 생각보다 작은 규모였다. 독일 역사에 대해 아는 게 없어, 가볍게 스치듯 관람한 게 좀 아쉽긴 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 알지만, 이번엔 얕게 가는 거 용서하기로 한다. 왜? 지식욕까지는 덤비면 과부하로 폭발할지 모른다는 핑계를 붙여 준다.
출발할 때만 해도, 라인 폭포를 보고 뮌헨까지 가려면 퓌센에서는 점심 식사 외 관광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발 전에 멤버들에게 퓌센에서의 성 구경은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이야길 했다.
박물관 구경이 짧게 끝난 터라 성 구경을 해도 될 듯하여, 다시 매표소를 찾는다. 그 사이 남아 있던 호엔슈방가우 성 입장권도 오후 4시 50분이 남아 있었다. 가이드 설명이 포함된 성내 투어였다. 소요시간은 30분 정도. 가이드는 영어와 독일어로 설명하고, 개인별로 나눠 준 폰 닮은 설명용 미니 스피커를 통해 녹음된 한국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도이치 퓌센(Fussen): 바이에른 왕실 박물관 & 호엔슈방가우 성 입장권
뮌헨까지 갈 2시간은 기본적으로 확보해야 하니, 살짝 망설여졌다. 하지만, 뮌헨에 가는 건 저녁에 호텔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니, 성 구경을 즐기기로 정한다.
도이치 퓌센(Fissen): 호엔슈방가우 성(Schloss Hohenschwangau)
언덕길을 걸어서 호엔슈방가우 성으로 올라, 건물 주변 정원을 여기저기 구경한다. 건너편 노이슈반슈라인 성은 성내 입장은 불가능하나 성 주변 구경은 가능하다는데,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끝낸다. 마차를 타고 갈 수도 있고, 셔틀을 타고 갈 수도 있고, 걸어갈 수도 있으나 뙤약볕 아래에서는 도전하고 싶지 않다.
도이치 퓌센(Fussen):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
노란 호엔슈방가우 성 주변을 돌면서 사진을 찍는다. 좋은 촬영 포인트에서는 앞서 찍는 이들을 기다렸다가 찍기도 한다.
도이치 퓌센(Fussen): 성 나들이
사진을 찍고,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고도 성내 투어까지 시간이 남아 새로운 도전에 들어간다. 피사체의 신체 조건과 무관하게 다리 길게 사진 찍기. 선의 요청으로 현은 폰을 들고 거의 바닥을 기어 다녔다. 사진 앱을 켠 다음 폰이 위아래를 뒤집어 적당한 각도로 눕히면 다리가 길어진다는 은과 선의 설명에, 현은 정말 온몸을 던진다.
찍는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덕분에 슬 배가 고파지는 기분이다.
도이치 퓌센(Fussen): 촬영의 핵심은 '다리 길게!'
성내 투어를 마치고 관광 안내소 맞은편에 있는 기념품 가게를 한 번 더 들어간다. 퓌센에 대한 기억을 남길 수 있는 몇 가지를 손에 쥔다.
엽서로 보는 호엔슈방가우 성 & 노이슈반슈라인 성
뮌헨으로
햇볕에 잘 구워진 투아렉 안은 화끈하다. 에어컨을 최대치로 올려서 차를 좀 식히고서 출발한다. 오후 여섯 시가 직전이니, 뮌헨에는 아홉 시 전에 도착하는 걸 예상한다. 다행인 건 하늘이 어둑해질 기미가 일도 없다는 점이다.
호텔까지 별다른 정체 없이 도착한다. 다만, 시내에 들어서서는 신호와 퇴근길 차량이 있어 몇 번씩 브레이크를 밟긴 한다. 막힌다는 느낌까지는 아니다.
두 번째 밤을 지내기로 한 뮌헨 H2 호텔(H2 Hotel München Olympiapark)에 체크인한 시간은 오후 7시 59분. 그 시간까지 해가 지지 않아 운전하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어두워진 상태에서 낯선 도로를 달리는 건 낮보다 배로 조심하게 된다.
도이치 뮌헨(Deutschland München): H2 Hotel München Olympiapark)
H2 호텔에서는 이층 침대 하나에 소파 베드가 추가된 룸이다. 방 두 개가 같은 모양이라, 한 방에는 희와 선, 다른 한 방에는 현, 수 그리고 은이 함께 지내기로 한다. 저녁 아홉 시가 넘어가면 해 떨어질 테니 그전에 뭐든 먹고 쉬기로 한다.
호텔 주변 식당을 검색했으나 영 썰렁하다. 시간이 늦은 탓도 있고, 호텔 주변이 한적한 탓도 있고. 구글 지도를 보고 호텔 주변이 서성여 보다가 호텔 로비로 돌아온다.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도 역시나 흡연석. 해가 질려해서 어둔 것도 있지만, 비가 올려는지 구름이 모인 듯에 컴컴해지기 시작한다. 바람에도 물기가 좀 있고. 이번에는 바깥바람이 아닌 실내 에어컨 바람을 택한다.
호텔 로비 레스토랑은 카페테리아 식이다. 냉장고에서 음료를 직접 고르고, 피자랑 스파게티를 주문하면서 계산하면 진동벨을 준다. 어? 감튀가 있었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시원하게 맥주 한잔 하면서 바쁘게 움직인 하루를 이야기한다.
여행의 두 번째 밤은 뮌헨에서!
호텔 창 밖 뮌헨 시내 (파노라마)
I think...
독일을 왜 도이치로 쓴 이유는, 유럽의 나라 이름을 부름에 있어 프랑스가 불란서(佛蘭西), 스페인이 서반아(西班牙)인 것처럼 한자음을 따서 그 나라의 고유 이름을 부른다면 독의치(德意志)가 맞다는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다. 한자음을 따서 나라 이름을 부르다, 일본식 한자로 바뀐 다음 그 한자의 한국식 발음만 남았다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프랑스, 스페인 보다 영어식 이름을 우리말로 가져다 쓰는데, 독일만은 유난스럽게 한자 이름을 그대로 부르고 있다. 사실 미국과 영국도 비슷하다. 우리는 미국은 아름다울 미를 써서 미국(美國)이라 부르고, 일본은 쌀 미를 써서 미국(米国)이라고 쓰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한 연고로, 이번에는 도이치로 불러 본다.
스위스를 출발해서 흔적 없이 국경을 한번 넘었다.
다음은 하루에 3개국! 도이치를 출발하여, 오스트리아를 지나, 이탈리아를 갔다가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오기. 운전 시간은 좀 길 지언정, 그 풍광은 기대 만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