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utschland + Italy + Austria Tour
알프스(Alps).
유럽 중부를 가로지르는 산맥으로 동쪽의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에서 시작해 이탈리아, 스위스, 리히텐슈타인과 독일을 거쳐 서족으로 프랑스에 이른다. 제일 높은 산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있는 몽블랑(Mont Blanc)으로 높이는 4,810m이다. 위키백과에서는 4,808m로 표시한다.
알프스라는 이름은 산을 뜻하는 켈트어 alb, alp 또는 백색을 뜻하는 라틴어가 어원인데, ‘희고 높은 산’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Apls는 영어 이름이고, 프랑스어는 프랑스어 Alpes, 이탈리아어는 Alpi, 독일어는 Alpen, 슬로베니아어는 Alpe로 각자 부르는 말이 다르다.
이번 여행을 알프스 투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Alpi, 돌로미티 산맥 + 스위스의 알프스 융프라우, 리기, 마터호른 + 프랑스의 Alpes 몽블랑을 돌아볼 참이니 말이다. 어린 시절 하이디가 뛰어놀던 알프스는 어디였을까 괜스레 궁금해진다.
chatGPT에 'Do you know the anime called Heidi, Girl of the Alps?'라고 묻는다. 1974년 처음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Johanna Spyri의 스위스 소설 "Heidi's Years of Wandering and Learning(하이디의 방랑과 배움의 해)"가 원작이라고 알려 준다. 또 묻는다.
그럼 그 배경이 되는 마을은 어디냐, 실제 있는 마을이냐 등등. 하이디가 사는 마을은 Dörfli로 가상의 마을이라고 한다.
그렇게 끝내가 아쉬워 하나 더 묻는다. 'Which town in Switzerland does the town most resemble?'라고. 기특하게도 기대했던 답을 준다. 'Grindelwald, Mürren 또는 Zermatt와 같은 마을은 멋진 산 전망과 하이디의 정신과 일치하는 소박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유명하지만 도시들이 가상의 Dörfli와 몇 가지 특성을 공유하지만 직접적인 복제품은 아니라는 점에 꼭 유의해 주시오.'
이야기가 갑자기 진짜 산으로 가네. 다시 정신을 부여잡고, 이탈리아 돌로미티로 떠나보세.
돌로미티 산맥(The Dolomite)은 높이가 3,000m 이상인 18개의 봉우리가 있고, 41개의 빙하를 품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어 있다. 가파른 수직 절벽과 폭이 좁은 계곡이 길게 어우러진 돌로미티 산맥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악 경관을 연출하고 있어, 꼭 가봐야 할 절경들이 많다고 하다. 사진을 찾아보노라면, 그 의미에 공감할 수 있다.
여러 코스들을 하이킹하고픈 맘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는 반나절 드라이브로 절경을 맛보기는 것으로 만족한다.
목적지는 카레르 호수(Karer See). 구글 지도를 보는 내내 어떤 루트가 돌로미티를 감상하기 좋을까, 너무 먼 코스는 다녀오기 어려우니 제외하고 싶다는 조건 하에 찾은 뷰 포인트다. 사실 도착할 때까지도 어떤 경치를 보게 될지 몰랐다. Karer see를 소개하는 사이트도 여행을 다녀와서 찾아봤다. 이탈리아로 핸들을 돌릴 때까지도 단순히 돌로미티 보자가 전부였다.
볼차노에서 피자를 먹고 나서 따끈한 차 안에서 네비를 설정하면서 카레르 호수를 고른다. 호수를 가 보고, 다음 루트를 정하기로 마음먹는다. 어차피 모두에게 초행길이다. 변수가 생기면, 그에 맞춰 대응하면 그만이다.
카레르 호수 주변도 알프스답게 하이킹 코스도 많고, 케이블카나 리프트를 타고 산을 즐길 수 있다. 호수 옆 산장에 주차를 하고, 지하 통로를 나서면 이정표와 함께 절로 감탄을 부르는 풍광이 열린다.
셔터를 누르면, 그냥 예술이다. 진초록의 호수와 길쭉한 나무 숲, 솟아오른 산과 그 위에 드리운 회색 구름까지 끝내주게 멋지다. 본 적 없는 풍경에 감탄은 멈추지 않는다.
숲 속에는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걸으면서 천천히 이곳을 즐길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서로 아는 터라 눈으로 사진으로 열심히 담는다.
선은 예술혼을 갈아 넣어 여러 컷의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건진 가레르 호수에서의 단체 샷.
기념품 가게에 들러 돌로미티를 기억할 만한 선물을 고른다. 인형의 머리 위에 저 모자는 솔방울보다는 잣송이를 닮은 듯하다.
커피는 어디일지 모르는 다음 포인트에서 마시기로 하고 주차장을 나선다. 들어올 때 뽑은 주차 티켓으로 나갈 때 주차 바 옆에 있는 기계에서 정산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주차 바 앞에 선다. 물론, 뒤로는 차가 줄 서 있다. 많이는 아니고 두어 대. 산장 관계자가 달려와서 주차 정산기가 따로 있다고 알려 준다. 뒤차의 양보를 받아 후진해서 주차장 한켠에 다시 차를 세운다. 기념품 가게 앞에 있는 정산기 앞에서 주차권을 넣고 정산한 다음 주차권을 돌려받는다. 그리고 다시 주차 바 앞에서 정산된 주차권을 넣고 카레르 산장을 벗어난다.
같은 실수를 하는 사람이 나뿐은 아니더라. 주차 시스템은 나라마다 비슷한 듯 조금씩 달라 주의 깊게 주변을 살필 필요가 있다.
호수를 나와서 산 중턱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제한속도는 시속 60Km. 급한 커브를 만나면 발은 절로 브레이크로 간다. 왕복 2차선 도로에 갓길은 없다. 오토바이도 많이 다닌다. 오르락내리락 어떤 길이 펼쳐질지 몰라 마냥 속도를 내기도 어렵다. 뒤에 오토바이가 바짝 붙으면 보통은 방향등을 넣어 먼저 가라고 한다. 차가 가까이 붙어서 위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차가 별로 없기도 하다.
반은 네비를 믿고, 반은 느낌대로 달린다. 그러다 우연히 어느 막다른 길까지 들어간다. 우리를 기다리는 건 말 닮은 아이들만 있다.
울타리가 있다는 건 누군가가 정한 경계의 안과 밖이 있다는 의미일 터이니, 그 선을 넘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 앞에서 사진을 남긴다.
차를 돌릴 만한 공간은 넉넉하다. 들어간 길을 되짚어 포장된 도로로 되돌아온다. 멤버들은 변수에 강하다. 운전자의 엉뚱한 선택에도 환한 웃음으로 화답할 줄 안다.
구름이 하늘을 덮고 빗방울이 던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하늘을 드러낸다. 차를 멈춰 세우고 절경을 탐한다. 사진을 찍고서야 알았다. 가로등도 있네.
산을 세로로 그은 흰 선이 눈이냐, 밝은 색 흙이냐 의견이 분분하다.
간판을 보고 멈춰 선다. 혹시 커피를 마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간판만 보이고, 건물은 보이지 않는다. 멈춰 선 김에 허리도 펴고, 코를 킁킁거리며 상쾌한 알프스 바람을 느껴본다.
도로 왼쪽은 가끔 깎아지른 절벽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럴 때 오른쪽 차선으로 달리는 게 다행스럽다. 달리다 반대의 경우를 만나면, 아찔과 짜릿을 넘나 든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중앙선 쪽으로 차를 최대한 붙여서 달린다. 반대 차선에 차가 나타나지 않길 간절하게 바라면서 말이다.
차의 네비에 표시되는 고도계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내리막에 들어서고 얼마 후 산장 같은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주차한다. 레스토랑 앞 풍경도 멋지다. 이곳은 후각도 즐겁게 한다. 바람 따라 구수한 냄새가 퍼진다.
배 고프다는 사람은 없다. 커피만 주문한다.
레스토랑 실내에 걸려 있는 종들은 상으로 받은 것으로 보인다. 주인장이 소를 키우나 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불가. 시원한 커피는 아포가토뿐. 아이스크림+ 에스프레소. 떠먹는 커피도 커피는 커피다.
타이밍이 좋았다. 구수한 냄새의 정체를 눈으로 확인한다. 종소리가 울리나 했더니 소가 도로 아래에서부터 줄지어 레스토랑 옆 건물로 돌아온다. 분명 조금 전까지는 소가 보이지 않았다. 소의 생김새도 흔히 보던 한우와는 다르다.
여기가 바로 목장인 것이다. 진정한 방목이다. 알프스의 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실감한다.
목장 문 앞을 지키는 사람이 문을 열어주면 소들이 순서대로 들어가고, 다시 닫으면 그 앞에서 기다린다. 그 모든 모습이 여유롭게 자연스럽다. 냄새 또한 끝내주게 자연스럽다.
줄 서서 집 찾아가는 소떼 구경을 마치고, 다시 달린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데, 고도가 낮아진 덕분에 작은 벌레들이 꼬인다. 후다닥 창을 닫고 시동을 다시 건다.
산을 다 내려왔다 싶으니 듬성듬성 집들이 보인다. 너른 들판의 풀들은 소들의 사료로 쓰일 것 같은데, 정확한 용처를 물어볼 곳도 그럴 짬도 없이 스쳐 지나간다.
'아, 이탈리아 알프스의 마을은 이런 분위기구나.'
돌로미티를 벗어나 볼차노를 지나고 국경을 향해 달린다. 편도 3차선 고속도로에 차선 하나씩 공사를 하는 구간이 많다. 화물을 실은 큰 컨테이너 차량들 통행도 많다.
공사가 잦고, 차선 자체가 넓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옆에 차선 하나를 빽빽하게 차지하는 큰 화물차가 시속 100Km ~ 120Km로 달린다는 사실이 위협적이다. 순간적으로 함께 달리는 차와의 옆 공간이 깻잎 한 장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엑셀을 밟아 부웅 지나쳐 먼저 빠져나오긴 하지만 순간 등줄기에는 땀이 솟는다. 핸들을 잡은 손도 습해진다.
운행 거리가 만만치 않으니, 기름통이 비어 간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주유를 시도한다. 주유기를 다루는 건 은이 맡는다. 한방에 성공.
휘발유 54.32L를 넣고, 주유 게이지는 다시 풀.
오전에 지나간 길의 되돌아 인스브루크에 도착한다. 이탈리아를 벗어나기 전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 인스브루크에 가까워지자 빗줄기가 굵어진다. 네비가 알려주는 대로 인스브루크 시내로 들어서지만, 어둡고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낯선 길은 긴장감을 더한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시내 중심에 있는 호텔 건물을 무사히 찾았다. 큰 쇼핑몰의 한켠이 호텔 같아 보이는데 주차장 입구를 모르겠다. 네비는 호텔만 알려 주고 목적지 도착이란다. 에휴.
비가 오니 다른 날보다 일찍 하늘이 어둑하고, 차량 통행이 제법 있다 보니 멈춰 서서 물어볼 기회가 없다. 호텔 건물을 지나치면서 주차장 입구를 발견한다. 자, 그럼 한 바퀴 돌아볼까.
트램과 버스와 자동차 도로가 한데 어우러져 있어 갈 수 있는 길과 그렇지 않은 길을 구분하기 어렵다. 일단 도로에서 사라지기 작전. 두 번의 유턴으로 다시 호텔을 눈앞에 둔다. 이제 직진해서 건물 쪽으로 우회전 한번 하면 주차장 입구. 건데 도대체 어떤 신호를 보고 직진을 해야 하나 망설여진다. 차들의 움직임을 보아하니 멈춰 선 곳이 찻길이 아니라 트램길인가 보다. 눈치껏 호텔 지하 주차장 도착.
아들러스 호텔 인스브루크 체크인. 세 번째 밤은 현과 수, 선과 은, 그리로 희는 혼자 보내기로 한다.
호텔 룸에서 통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좋다.
긴 달리기 덕분에 저녁식사가 많이 늦다. 바깥으로 나가 레스토랑을 찾을 기운도 없다. 루프탑에 레스토랑이 있다. 그곳에 모여 앉는다. 아쉽게도 푸드는 라스트 오더가 끝난 시간이란다. 주문 가능한 것은 음료뿐. 와인을 추천받아 안주 없이 한잔씩 마신다.
룸으로 돌아와 진짜 저녁 식사를 한다. 비상식량 오픈. 부족함 없는 디너!
이탈리아 = 이태리(伊太利)를 다녀왔다. 돌로미티가 보고 싶었고, 한 단면일지라도 그 멋진 풍경을 직접 보고 느꼈다. 또 가야겠다.
여행 일정 중 가장 긴 이동거리의 하루를 무탈하게 소화했다. 여권 한번 꺼내지 않고서, 한 번에 세 나라를 돌아다녔다. 국경은 지도상 굵은 선일뿐?!
마지막 순간 선택한 컵라면은 화룡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