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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여행 10. 아펜첼

Austria + Switzerland Tour

by okayjjang

오지리(墺地利) = 오스트리아(Austria), 인스브루크 새벽 인사


어제의 먹구름은 밤새 자취를 감추고, 여명이 드러난다.


잠을 잊은 세 여인은 새벽부터 인스브루크 시내로 나선다.

'그대들은 대체 언제 잠들고, 일어난 것이오?'

Austria Innsbruck: 세 사람의 새벽 마실 1


인적 드문 길에서 만난 커다란 나무에 푹 빠진 선과 은. 초록이 참 싱그럽다.


Austria Innsbruck: 세 사람의 새벽 마실 2


아들러스 인스브루크 호텔은 룸, 조식, 풍경에서 단연 최고였다. 아쉬운 점은 주차뿐.


사과도 그 반만 한 살구도 맛있고, 뷔페로 차려진 음식들은 깔끔하고 맛나다. 에스프레소도 마음에 든다. 아침 식사에 창밖으로 보이는 멋진 인스브루크 풍경은 덤.


Austria Innsbruck: 호텔 조식


인스브루크 왕궁 정원(Innsbrucker Hofgarten)


새벽 산책을 다녀온 이들이 왕궁 정원을 가 보고 싶다고 한다. 새벽 갔을 때는 문을 닫혀서 안으로 못 들어간 게 아쉽단다. 언제든 출발할 수 있게 짐을 정리해 두고, 호텔 밖으로 나선다.


Google Map: 아들러스 인스브루크 호텔 發 인스브루크 왕궁 정원 着


여명 속 걷던 길에 대한 기억에 구글 네비를 더해 하하호호 동네 마실을 즐긴다.


Austria Innsbruck: 호텔 밖 시내 풍경 1


첫 번째 코너에서 만난 과일 가게. 자동으로 발길이 멈춘다. '살구!', '납작 복숭아!'를 외친다. 들고 다니기 힘드니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사자는 설득에 넘어간다.


Austria Inssbruck: 호텔 앞 과일 가게


하늘색 끝내준다. 뒷 배경도 멋들어진다.


Austria Innsbruck: 호텔 밖 시내 풍경 2


골목골목 돌아다니다 지칠 즈음, 인스브루크 왕궁 정원 입구를 찾는다.


인스브루크 왕궁 정원(Innsbrucker Hofgarten): 다정한 뒷모습의 주인공은 선과 현


진한 초록에 반한다.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이 한 편의 풍경화를 완성한다.


인스브루크 왕궁 정원(Innsbrucker Hofgarten): 점프 장인 = 은


비타민 D를 만들고 싶을 때는 연초록으로, 멋쩍을 때는 진초록으로 들어간다.


인스브루크 왕궁 정원(Innsbrucker Hofgarten): 점프 실패 후 멋쩍다


'나무야 나무야 서서 자는 나무야, 넌 뭘 먹고 그리 쑥 컸니? 그 위에서는 뭐가 보이니?? '

아름드리나무에게 속삭여 본다.


인스브루크 왕궁 정원(Innsbrucker Hofgarten): 아름드리나무 아래서


돌아오는 길에 야외 테이블에 앉아 모닝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었으나, 카페 문 열기에는 많이 이른 시간이다. 마트는 문을 열었는데, 카페는 오픈 시간이 다른 모양이다. 커피는 포기하고, 과일 가게에 들러 살구와 납작 복숭아를 산다. 오늘의 간식!


스위스, 아펜첼(Appenzeil)로 달리다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지하 주차장을 나서면서, 주차 바랑 씨름을 한판 한다. 분명 체크인할 때 주차비를 정산하고 주차권을 새로 받아 차례로 2장을 넣으면 된다고 했는데, 출차 실패. 호텔로 돌아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답을 얻는 번거로움보다 시간을 벌기로 한다. 주차 바 앞에서 카드로 주차비 내고 탈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를 떠나 달려갈 곳은 바로 스위스 아펜첼의 애셔 산장이다. 스위스 가서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에 은이 딱 하나 골라준 곳이 바로 애셔 산장.


열하루짜리 계획을 짤 때는 취리히를 출발해서 샤프하우젠 가서 라인 폭포를 보고, 아펜첼 가서 애셔 산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루체른으로 넘어갈 참이었다.


Google Map: Swiss Zurich 發 Schaffhausen & Appenzeil 經由 Luzern 着 (원 계획)


이탈리아 돌로미티가 새롭게 계획에 들어오면서, 아펜첼은 순서가 바뀐다. 인스브루크에서 취리히로 돌아가기 전에 아펜첼을 넣은 것이다. 원 계획이 오후 5시 넘어 취리히 공항에 도착해서 렌터카로 취리히 구시가지 내 근처 호텔에 가는 것인 만큼, 굳이 밝은 시간에 취리히에 도착하지 않아도 일정이 흐트러지진 않는다. 고로, 애셔 산장에서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Google Map: Austria Innsbruck 發 Swiss Appenzeil 經由 Zurich 着 (변경된 계획)


스위스 관광청의 아펜첼 소개 자료에 의하면, 4만 년 전에 네안데르탈(Neanderthals)인들은 에벤알프(Ebenalp)에 살았다고 한다. 그 흔적이 있는 동굴 중 하나가 빌드키르힐리(Wildkirchli) 동굴이고, 그 동굴을 지나면 깎아지른 절벽 아래 애셔(Aescher) 산장이 있다고 한다. 그곳을 가기 위해서는 펜첼을 지나 바써라우엔(Wasserauen)으로 이동, 이곳에서 에벤알프(Ebenalp) 행 케이블카를 이용하라고 하니, 우리의 1차 목적지는 아펜첼이다.

아펜첼: https://www.myswitzerland.com/ko/experiences/ebenalp-and-wildkirchli/


아펜첼은 큰 도시가 아니다. 작고 소박한 산중 마을 느낌이다. 그렇다 보니, 마을로 가는 도로는 의심을 품기 충분할 정도로 요상하다. 네비가 알려 준 길이 오스트리아에서 넘어오기 때문인지, 본래 그렇게 생길 길 밖에 없는지 모르지만, 여하튼 투아렉 하나 간신히 지나갈 만한 시골 신작로 닮은 경사진 도로를 한참 달렸다. 그전에는 네비 따라 들어간 마을에서 길 한쪽이 공사 중이라 동네를 빠져나오지 못할 뻔하기도 했다. 급경사 오르막을 넘자 마자 나타나는 급커브는 짜릿하다.


길이 갈수록 난해해지는 느낌이 들자, 은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를 한다.

'괜히 오자고 했나 봐요.'

모두들 아니라고 재미있다고, 가다 보면 막다른 길이 나오든지 애셔가 나오든지 할 테니 사과는 접어 넣으라고 은을 토닥인다.


굽이굽이 돌아 결국엔 아펜첼을 지나 목적지인 에벤알프 케이블 카 승강장 앞에 도착.


에벤알프(Ebenalp)행 케이블 카


케이블 카 승강장이 보이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험로(?)를 무사히 지나온 드라이버에게 스스로 기특하다 토닥여준다.


자, 높은 데 올라가는 거 무서워하는 두 분을 모시고, 적어도 50도 경사가 넘는 케이블 카를 타러 가자. 케이블 카에는 모두 서서 탄다.


Google Map: 에벤알프 케이블 카


유니폼을 입은 안전 요원도 동승한다. 인사를 나눈다. 꽤 오래전에 한국을 다녀온 적이 있다고 한다.


Switzerland Appenzeil: 에벤알프(Ebenalp) 케이블 카 왕복 티켓


산 위에 펼쳐진 한적한 초원. 그래, 너도 알프스답다.


Switzerland Appenzeil: 에벤알프(Ebenalp) 풍경


애셔 산장에도 레스토랑이 있다곤 하지만, 우리는 에벤알프 산장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왜? 일단 배가 고프고, 애셔는 얼마나 가야 하는지 모르고, 에벤알프 산장은 눈에 바로 보인다.


Switzerland Appenzeil: 에벤알프(Ebenalp) 오르다


시원한 바람, 가끔은 떠밀려 갈 것 같은 강한 바람을 맞으며 에벤알프 산장 앞에 선다. 눈앞에는 절경이 한가득 펼쳐진다.


Switzerland Appenzeil: 에벤알프(Ebenalp) 산 풍경 1 - MEGLISALP


돌로미티에서의 풍경과는 또 다르다. 여기는 스위스 알프스(Switzerland Alps).


Switzerland Appenzeil: 에벤알프(Ebenalp) 산 풍경 2 - MEGLISALP


멋진 메그리스알프를 조금 오른쪽으로 옮겨 찍어 본다. 어떻게 찍어도 빅 와이드 사이즈 달력에 딱 어울리는 사진이 나온다.


Switzerland Appenzeil: 에벤알프(Ebenalp) 산 풍경 3 - MEGLISALP


산장 앞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다. 길은 짧지만 센 경사와 강한 햇살 덕분에 모자 속 머리카락은 땀으로 촉촉하다. 팔에는 햇볕 알레르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Switzerland Appenzeil: 에벤알프(Ebenalp) 산장 앞에서


바라볼 때는 그 이름을 모르고, 뒤늦게 알게 된 Meglisalp, '메그리스알프'


Switzerland Appenzeil: 에벤알프(Ebenalp) 가이드 지도에서 찾은 'MEGLISALP'


케이블 카를 타고 올라오는 해발 1,640m 산장에 먹거리는 간단하다. 그래도 맥주는 마실 수 있다. 점심 메뉴를 주문하는 사이, 주변을 돌아본다. 밥보다는 풍경?


Switzerland Appenzeil: 에벤알프(Ebenalp) 산장 옆에서


산장에 있는 이름 모를 메뉴로 점심을 먹는다. 익숙한 듯 낯선 맛인데 먹을 만하다. 시원한 맥주는 입매만 한다. 아직 갈 길이 남았다. 벌컥벌컥 마시는 건 밤으로 미룬다.


Switzerland Appenzeil: 에벤알프(Ebenalp) 산장에서 점심


에벤알프 산장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케이블 카 승강장 뒤편을 지나쳐 애셔 산장을 찾아간다. 이정표에는 애셔(Aescher)는 걸어서 20분 거리라고 적혀 있다.


Switzerland Appenzeil: 에벤알프(Ebenalp) 이정표


여유롭게 알프스를 즐겨 보자.


Switzerland Appenzeil: 에벤알프(Ebenalp) 산장에서 애셔로 가는 길


애셔(Aescher)에서 네안데르탈(Neanderthals)인의 흔적을 찾다


우리, 잠깐 알프스 소녀가 되어 본다.


Switzerland Appenzeil: 애셔(Aescher)로 가는 길


길을 따라 걷는 속도는 제각각이다. 나즈막하게 피어 있는 노란 꽃, 보라 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꽃이 바닥에 붙어 있으니 사진을 찍는 자세들도 자꾸만 땅바닥에 가까워진다.


길 따라 걷다 보니 동굴이 나타난다. 4만 년 전에 네안데르탈(Neanderthals)인들이 살았다는 빌드키르힐리(Wildkirchli) 동굴.


Switzerland Appenzeil: 빌드키르힐리(Wildkirchl) 동굴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은 기억에 없고, 되돌아오는 길에 현이 사진을 찍어주다가 돌멩이를 잘못 밟아 미끄러진 건 기억에 남는다.


동굴을 지나고 예배당을 지나면 절벽 옆으로 나무로 만든 길이 있다. 가드레일 바깥은 낭떠러지.


Switzerland Appenzeil: 빌드키르힐리(Wildkirchl) 동굴에서 얘셔로 가는 길


심적으로 낭떠러지 쪽에서는 멀어지고 싶고, 절벽은 가까워지려 하면 경사로 밀어낸다. 가드레일을 붙잡고 낭떠러지를 바라보며 걷고 싶은 마음은 전무하다. 걸으면서 먼 경치를 바라볼 뿐이다.


Switzerland Appenzeil: 얘셔로 가는 길에선 절대 벽 측 통행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모습을 드러내는 애셔 산장. 구글 지도에는 Aescher - Guesthouse on the mountain로 표시된다. 잠도 잘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다.


Switzerland Appenzeil: 애셔(Aescher) 산장


애셔 산장 기념품 가게에서 산 엽서와 사진을 비교해 본다. 갤럭시 22 Ultra 카메라도 멋진 사진을 담아낸다.


Switzerland Appenzeil: 엽서로 만나는 애셔(Aescher) 산장


애셔 산장에서 산 아래쪽을 바라본다.


Switzerland Appenzeil: 애셔(Aescher) 산장 풍경 1


하이킹 코스들이 눈에 들어온다. 앞장서 애셔까지 온 등산객은 길 끝에서 어느새 사라졌다. 걸어서 내려가나 보다.


Switzerland Appenzeil: 애셔(Aescher) 산장 풍경 2


하늘 아래 이렇게 생긴 흡연석도 있다. 그 담배 맛나려나~


Switzerland Appenzeil: 애셔(Aescher) 산장 풍경 3


은이 꼭 한번 오고 싶다던 애셔 산장 앞에서 단체 샷. 산도 사람도 멋지다.


Switzerland Appenzeil: 애셔(Aescher) 산에서 단체 샷


케이블 카를 타고 하산을 하기 위해 승강장까지 걸어 올라간다. 오랜 산행으로 상태가 불량한 무릎은 다행히도 내리막은 힘들지만 오르막은 견딜 만하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무릎보호대는 상비한다.


에델바이스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 컷 담아 본다. 이름은 모른다.


Switzerland Appenzeil: 에벤알프(Ebenalp), 그곳의 들꽃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두 사람은 내려가는 방향을 절대 쳐다보지 않는다. 덜컹하는 순간에는 깜짝깜짝 놀란다. 앞으로의 일정에 높은 곳을 오를 일은 차고 넘친다. 알고 계실는지?


맑은 개울물에 손 한번 담가 보고, 애셔와는 안녕을 고한다.


Switzerland Appenzeil: 에벤알프(Ebenalp) 케이블 카 하차


일펜첼, 에벤알프 안내 지도를 챙기는 센스.


Switzerland Appenzeil: 아펜첼(Appenzeil), 에벤알프(Ebenalp) 안내 지도


아펜첼에 방 하나 구해 놓고 하이킹하자면 너끈하게 한 달은 가뿐하게 넘기겠다.


Switzerland Appenzeil: 여름 파노라마 안내 지도


목가적인 풍경을 지나, 이제 도시로 간다. 취리히!


I think...


은이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면, 빼먹었을 수도 있는 코스가 바로 에벤알프, 애셔 산장이다.


곡예 같은 운전 뒤에 만난 예셔도 좋았지만, 에벤알프를 병풍처럼 둘러싼 알프스를 넋 놓고 바라보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풍성한 초록에 눈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스위스의 첫 번째 알프스는 아펜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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