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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여행 12. 리기산

Switzerland Tour

by okayjjang

안녕(Hi), 리기(Rigi)


호텔 몬타나 취리히 주차장을 나오면서 아슬한 곡예를 한 번 더 한다. 긁히면 나만 손해일 터. 무사 탈출 성공.

Bye, Zurich!


루체른으로 향한다. 호텔이 있는 루체른 시내로 가는 길과 리기산으로 가는 길은 루체른 호수에서 갈리진다. 호텔 체크인은 오후 3시 이후이므로, 리기산으로 먼저 핸들을 돌린다.


Google Map: 취리히 發 리기산 經由 루체른 着


리기산은 산악 철도를 타고 산과 들 그리고 호수를 파노라마 뷰로 즐길 수 있다. 비츠나우(Viznau)에서 출발해서 리기 쿨룸(Rigi Kulm)까지 가는 열차는 1871년부터 운영한 유럽 최초의 산악 열차라고 한다.


https://www.myswitzerland.com/ko/experiences/mountain-railway-trip-on-the-rigi


리기산을 다녀오고서 한참 만에 Cog railways 또는 Rack railways라고 부르는 톱니바퀴 열차에 대해서 찾아본다. 어려운 말이 많은데 결론은 급경사를 오르기 위해 만든 열차로 리기산에 유럽 최초로 설치했고, 지금까지도 운영한다. 열차는 2022년부터 신식 객차가 연결되었단다.


리기산을 오를 수 있는 곳은 벡기스(Weggis), 비츠나우(Viznau), 아트 골다우(Arth Goldau) 세 곳이다. 벡기스에서는 케이블 카로 시작하고, 비츠나우와 아트 골다우에서는 열차로 오른다.


여행을 가기 전에 티켓을 예매할까 고민할 때 분명 출발지에 대한 정보가 있었을 텐데, 기억에 남은 게 없다. 다시금 찾아보니 그때 간 곳이 비츠나우였고, 벡기스는 모르고 지나쳤고, 아트 골다우는 있는 줄도 몰랐다.


Google Map: 리기산 오르기 from 벡기스(Weggis), 비츠나우(Viznau), 아트 골다우(Arth Goldau)


한없이 낯설고 어색했던 지명과 설명들이 리기산을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친숙해지고, 이제는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자신도 생긴다. 머릿속에 어렴풋이 지도도 그려지고 풍경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다음에 간다면 벡기스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가 아트 골다우로 내려가볼까 하고 궁리도 하게 된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직접 겪어본다는 건 상상의 여지를 엄청 확장시킨다.


사실 그날은 티켓은 맞게 사는 건지, 올라가면 뭐가 있는지, 다녀오는 데 얼마나 걸릴지 등등 기본 정보에 대해 딱히 아는 바가 없었다. 가 보면 알겠지라는 막연함이 전부였다. 준비된 듯 준비되어 있지 않고, 아는 듯하지만 모르는 거 투성인 이를 믿고 희, 선, 현, 은은 씩씩하게 리기를 만나러 간다.


리기(Rigi)에 오르기 전 주차부터


리기산 정상까지는 열차를 이용해야 하니, 비츠나우를 찾으면서 목적지는 가까운 주차장으로 고른다.


Google Map: 비츠나우(Viznau) - 리기산


비츠나우 도착 전후로 몇 개의 주차장이 있는데, 초행이다 보니 간 보다가 두세 군데 지나치고 더 가면 너무 멀어진다 싶을 때, 그때 만난 주차장으로 쏙 들어간다. 주차요원 없다. 무료 주차장은 아니지 싶다.


Google Map: 비츠나우 주차장


주차장 입구에 기다란 말뚝처럼 생긴 정산기 앞에 서면서, 멤버들에게는 목적지를 알려 주고 먼저 가라고 한다. 주차 정산기에 easypark 스티커와 주차장 코드가 적혀 있다. 앱을 깐다. 그리고 기본적인 차량 및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한다. 그리고 주차장 코드를 입력하고, 스탑 워치처럼 생긴 화면에서 주차 시간을 임의로 드래그해서 설정한다. 된 건가 만 건가 물어볼 곳은 없으니, 된 거라 보고 열차 표 끊으러 간다.


easypark: 앱으로 주차비 정산 성공


비츠나우(Viznau)


리기산 정상은 해발 1,798m. 리기 쿨름(Rigi Kulm)까지 톱니바퀴 산악 열차 타고 올라가서 가볍게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Rigi: 비츠나우에 있는 리기산 안내도


비츠나우에서 리기 쿨름까지의 왕복 열차표는 기념품 가게에서도 살 수 있고, 가게 앞 키오스크에서도 살 수 있다. 우리는 비츠나우까지 차로 왔지만, 많은 사람들이 유람선을 타고 온다.


Rigi: 비츠나우에서 바라본 루체른 호수


호수 위에서 리기 산을 한번 보고, 열차 타고 산을 오르면서 또 한 번 즐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호수는 멀리도 한번 바라보고, 선착장 가까이 그 안도 들여다본다.


Rigi: 비츠나우 유람선 선착장


열차가 출발할 때까지 남은 시간은 기념품 가게도 구경하고, 모르지만 유명한 것 같은 어르신 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주변을 왔다 갔다 노닌다.


Rigi: 매표소 겸 기념품 가게 앞을 지키는 어르신과 한 컷


리기(Rigi) 톱니바퀴 산악 열차(Cog railways) 탑승


호수 선착장에는 유람선이 하나 들어오고, 그즈음 위에서 열차가 하나 내려온다.


Rigi: 비츠나우 - 리기 쿨름 왕복 기차


먼저 내려온 열차를 두고, 뒤에 내려온 빨간 열차를 타고 우리는 리기산을 오른다. 창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진다. 열차의 속도가 빠르지 않아 창을 연 채 산을 오르는 게 운치 있다. 열차에 타는 순간 선과 은은 리기산에 대한 소개글을 읽더니 오른쪽 말고 왼쪽으로 앉으라고 한다. 오르는 내내 확 트인 전망을 보려면 왼쪽이 좋단다. 출발하면서 한참 동안은 진행 방향의 오른쪽이 벽처럼 막혀 있어서 조금 답답한 느낌이 있지만, 어느 정도 올라가면 좌우가 트여서 전망을 즐기는데 나쁘지 않다.


Rigi: cog railways(톱니바퀴 열차) 타고 리기산 오르기


Viznau(비츠나우)를 출발한 산악 열차는 Mittlerschwanden, Grubisbalm, Freibergen, Romiti-Felsentor, Rigi Kaltbad-First, Rigi Staffelhöhe, Rigi Staffel 역을 거쳐 종착역인 리기 쿨름(Rigi Kulm)에 도착한다. 중간역에 내리면 리기산의 여기저기를 하이킹으로 즐길 수 있다.


Rigi: 산악 열차 노선도


리기산에 대한 정보는 https://www.rigi.ch/en에서 자세하게 얻을 수 있다. 티켓팅도 가능하다.


해당 사이트의 INFORM - Overview Map 메뉴를 선택하면 여름과 겨울에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코스 정보를 볼 수 있다.


Rigi: Rigi Overview Map (Summer)


겨울 스키 코스도 볼 수 있다. 여름에 할 수 있는 액티비티로 하이킹(Hiking)만 표시되는 반면, 겨울에는 하이킹 외에도 스키(Slopes), 크로스컨트리(Crosscountry), 썰매 타기(Sledging/Airboard)도 즐길 수 있다. 스키어라면 겨울 알프스는 환상적인 놀이터가 되리라~


Rigi: Rigi Overview Map (Winter)


설악동(?)에서의 점심 식사


우리는 여름 알프스를 만끽한다. 리기 쿨름 도착!


Rigi: 리기 쿨룸 도착


한국 단체 관광객이 우리보다 먼저 도착했나 보다. 흡사 설악동 분위기다. 안내 표지판에도 한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임시 화장실'도 있다. 최근에 한국 관광객이 리기산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금강산 아니 설악산도 식후경? 리기산도 식후경.


키페테리아에서 샐러드랑 샌드위치를 주문한다. 물론 맥주도. 오, 멜론도 있다. 다섯 명이 나눠 먹는다. 부족하면 뭐든 더 살까 했는데, 모두 괜찮단다.


Rigi: 리기산에서 맥주와 함께 점심


리기(Rigi)산의 파노라마 전망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리기산 정상을 향한다.


Rigi: 원하는 곳으로 가시오


누군가는 내려오고, 우리는 오른다.


Rigi: 등산로


자, 골라 보시오. 왼쪽으로 가면 급경사인데 170m만 가면 되고, 혹 당신이 산행이 아닌 산책을 하고 싶을 땐 완만한 경사로 270m를 오른다면 정상에 이를 수 있다오. 다리가 튼튼한 우리는 왼쪽 선택!


Rigi: 골라서 오르시오


정상에 큼지막한 돌덩이가 놓여 있다. 한자로 '蛾眉山(아미산)'라고 적혀 있다. 중국에서 보낸 것이라도 되어 있고, 중국의 아미산과 스위스의 리기산이 닮아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한다. 알프스에서 커다란 표지석은 어색하다.


리기산 정상에 선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찰칵!


1688369623261.jpg Rigi: 리기산 정상에 서다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추크호(Zugersee).


Rigi: 파노라마 전망 1


정상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루체른 호수(Lake Lucerne). 루체른 호수에는 독일어로 된 다른 이름이 있다. 피어발트슈테터 호수(Vierwaldstättersee).


Rigi: 파노라마 전망 2


정상에서 아래로 걸어 내려오면서 루체른 쪽 풍경을 즐긴다.


Rigi: 파노라마 전망 3


송신탑처럼 생긴 곳이 Sendestation Rigi Kulm(라디오 방송국)이라고 한다. 중간까지 걸어 올라가면서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높은 게 싫은 두 사람은 사양한다.


Rigi: Sendestation Rigi Kulm(라디오 방송국)


리기산의 멋진 풍경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카메라에 담아 본다. 사진을 보노라면, 그날의 기억이 살아나리라~


Rigi: 리기산의 풍경을 담다


단체 관광객의 부산스러움을 피해 다닌다. 그들은 그들대로 즐겁길 바라고, 우리는 우리대로 여유를 즐긴다.


Rigi: 리기산에서 여유 부리기 1


벤치에 앉아 리기의 바람을 탐한다. 괜스레 비비적비비적거려 본다.


Rigi: 리기산에서 여유 부리기 2


낡은 나무 벤치가 풍경에 잘 어울린다.


Rigi: 리기산에서 여유 부리기 3


고슴도치와 토끼도 리기산을 즐긴다.


Rigi: 파노라마 전망 4 (고슴도치와 토끼)


안녕(Bye), 리기(Rigi)


리기산에 올라 밥도 먹고, 포장된 길로 짧은 산행도 하고, 다시 비츠나우로 내려간다.


Rigi: Bye, 리기.


비츠나우 기념품 가게에서 리기(Rigi)를 기억할 만한 엽서와 기념품을 고른다.


Rigi: 비츠나우 기념품 가게의 엽서들


기념품 가게의 계단 쪽에 붙어 있는 재미있는 광고판, 그마저도 기념!


RIgi: 비츠나우 기념품 가게 계단 위에 있는 재미있는 광고판


비츠나우에서 리기 클름을 다녀온 왕복 티켓과 엽서 3장, 그리고 가이드 맵이 남았다.


Rigi: 엽서와 가이드 맵


자, 루체른으로 넘어가세. 그곳에선 또 어떤 사건이?


I think...


스위스의 첫 번째 알프스는 아펜첼에서 만난 에벤알프, 두 번째는 루체른에서 만난 리기산. 분위기는 다르다. 에벤알프는 갑자기 달려와 벽처럼 서 버린 산들로 둘러싸여 있고, 리기산은 설명 그대로 파노라마 식으로 호수와 도시를 내려볼 수 있다. 리기 쿨름 역 맞은편으로 높은 산들이 보이긴 하지만 멀리 있다는 느낌이다.


rich.ch 사이트에서는 리기산을 산들의 여왕(Queen of the Mountains)라고 부른다.


그래서 chatGTP에 묻는다. 왜 그렇게 부르냐고?(hy is Mount Rigi in Switzerland called the Queen of Mountains?) 오호, 다섯 개의 이유로 콕 집어 설명해 준다. 전망이 멋지고, 여러 호수의 중앙에 위치하고, 오래전부터 유명 관광지였다는 역사적 의미도 있고, 산악 열차와 케이블카 그리고 다양한 등산로로 쉽게 오를 수 있고, 무엇보다 여왕답기 때문이라고 한다. 리기산은 장엄한 존재감을 뽐내고, 주변 경관과 함께 웅장함을 전해주는 터라 여왕이라 불리기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음음.,. 여왕다움이라?!


비츠나우로 되돌아와 차를 타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 각자 음료수를 하나씩 고른다. 물 고를 때 제일 신중하다. 탄산이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다. 퓨어를 원한다. 순수한 물.


무인 유료 주차장에서의 정산은 깔끔하게 성공.

3시간 33분 39초 동안 주차했다. 처음에 주차시간을 2시간 30분 정도를 설정했다가, 중간에 시간을 두 번쯤 늘렸다. 그리고서 주차장에 도착해서 easypark 앱에서 'STOP' 클릭. 아싸~


호숫가를 달려 이제는 루체른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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